“동물 보호 주제로 그림 그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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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학생미술 공모전 수상자 인터뷰
뱅크오브호프 대상 (청소년 부문)
김유나 (캘아츠 진학 )

중앙일보 학생미술 공모전 뱅크오브호프 대상을 받은 김유나(오른쪽)양의 ‘Horrific Symphony’은 바다오염의 위험성을 담고 있다.

2020 제39회 중앙일보 학생미술공모전의 수상작들이 발표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악조건 속에서도 미국 내 17개 주에서 총 547 작품이 접수되어 저마다 창의력과 예술성을 뽐냈고 총 117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중 학생미술공모전의 최고 영예라 할 수 있는 뱅크오브호프 대상(청소년 부문)의 영광은 샌디에이고 소재 캐년 크레스트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미국 최고 명문 미대인 캘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Arts)에 입학 예정인 김유나(19)양에게 돌아갔다. 또 M&L Hong 대상(어린이 부문)은 LA 한인타운 인근에 있는 3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팜스중학교에 진학 예정인 베넷 서(11)군이 수상했다. 나이는 다르지만 두 학생 모두 속한 연령대보다 뛰어난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신의 작품으로 자유롭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받았다.

이번 공모전의 심사를 맡은 표갤러리LA의 하이디 장 대표는 “독창적인 주제와 한 발짝 더 나아간 독창적인 표현력에 창작의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며 대상 작품들을 평가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떠한 노하우로 미술공모전의 작품을 준비했을까? 어떻게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었을까? 김양과 서군에게 소감을 들었다.

“대상을 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김유나(19)양은 사실 그 누구보다 이 기회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미대 입학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며 공모전 준비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평소 멸종위기 동물 보호, 바다오염, 유기견 보호 등 동물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다는 김 양은 이번 작품에도 이 주제를 담았다. 김양의 수상작 ‘Horrific Symphony’는 바다오염, 멸종위기 등으로 위험에 처했지만, 그 안에서도 조화를 이루는 고래의 모습을 표현했다. 기존의 스케치북과 캔버스를 탈피, 나무판자를 활용하면서 나뭇결은 파도, 판자 색은 모래사장을 나타냈고 검은색 실을 못으로 팽팽하게 연결하는 입체적인 연출을 통해 고래가 마주하는 위험을 표현했다.

중학생이던 8학년 때 미대 진학을 결정한 후부터 매 주말 샌디에이고에서 어바인까지 미술학원에 다니며 장기적으로 입시를 준비했다는 김 양은 평소에 듣던 음악은 물론, 그림, 여행, 뉴스 등을 통해 끊임없이 작품 주제를 고민했다. 매일 2시간 이상, 주말에는 더 시간을 할애해 작품을 그리며 꾸준하게 포트폴리오를 차근차근 만들어 나갔다.

김양은 다양한 공모전에서 활동하며 이력을 쌓았다. 2016년엔 대한민국 국회 미술 공모전, 2017년에는 오렌지카운티 페어 미술대회에 도전해 각각 가작과 심사위원장상을 받았으며, 2018년부터는 ‘스콜라스틱 아트앤라팅 어워드’에 출전했다. 지난해에는 샌디에이고 중앙일보 학생미술 공모전과 중앙일보 학생미술 공모전에서 각각 3등과 가작으로 입상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1년을 다시 준비해 올해 재도전, 대상을 받게 됐다.

김양은 고등학교 시절 봉사활동도 가진 재능을 마음껏 활용했다. 시니어시티즌센터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그곳에 거주하는 시니어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말벗이 되었다. 미술뿐만 아니라 김 양은 10년 동안 배운 피아노 실력도 뛰어나다. 그 외에도 하프 3년, 발레 6년, 승마 5년 등 다양한 특별활동을 하면서 재능을 키워나갔다.

김양은 “이 시간을 빌려 매 주말 샌디에이고에서 어바인까지 라이드를 제공하며 입시 준비에 헌신해 주신 어머니께 감사드린다”며 “구체적인 전공 분야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순수미술,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수업들을 들으면서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미래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기심과 상상력이 그림의 소재”

M&L Hong 대상 (어린이 부문) 베넷 서 (팜스중)

베넷 서(11)군의 수상작 ‘The Red Planet Evolution’에는 또래 아이들의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나무, 동물, 호수 등을 주로 활용하는 아이들의 작품과 달리 외계인과 로봇, 행성이라는 다소 생소한 주제를 다뤘기 때문이다.

그 비결은 바로 끊임없는 상상과 호기심이다. 서군의 아버지인 서동현씨는 “베넷이 평소에 정말 많이 생각하고 종종 엉뚱한 질문도 하는 편”이라며 “아마도 그러한 생각들과 질문들이 베넷의 창의력의 비결인 거 같다. 베넷의 상상력을 헤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즐기면서 그림을 그리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 배경도 “사촌 집에 놀러 가 로봇과 외계인이 등장하는 비디오 게임을 했는데 그때 ‘50년 뒤에 미래에는 사람이 외계인과 로봇과 함께 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그림을 그리게 됐다”는 서 군의 설명에서 잘 드러난다.

3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적 우수자로 팜스 중학교에 입학 예정인 서 군은 “중학교에서는 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다”며 “공부로 바빠져도 내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는 매주 꼭 한 장씩 그리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내비쳤다.

이균범 기자

M&L Hong 대상 수상자인 베넷 서군과 수상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