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뉴노멀 시대로 부모의 사랑과 훈계는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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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외출을 삼가 한 지 벌써 5개월째 접어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있지만, 좀처럼 사태가 정상화되지 않는 듯하니 이제는 뉴노멀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게 되었다.

바이러스 이전의 세상과는 여러모로 다르다는 뜻이다. 우선 사람의 얼굴의 3분의 2를 가려주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이 뉴노멀의 한 현상이다.

오랜만에 어린 손주들이 우리를 보러 오게 되었다. 온 식구가 모두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지키느라 안아 주지도 못해 마음이 허전했지만 “너를 언제나 많이 사랑한다”는 표어를 집안에도 정원에도 여기저기 붙여 놓았다.

자녀 교육이란 명제 앞에서 현재와 뉴노멀이 공통으로 꼭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다. 바로 형제자매 간에 차별을 하지 않는 것이다. 10여년 전 이웃에 한국에서 갓 이민 온 남학생의 가족이 한 명이 있었다.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 해서인지 거의 하루 걸러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학부모와의 상담요청이 있었다.

이 학생은 매일 학교에 오면 같은 반에 있는 친구들을 흉내내며 약을 올리고, 교실에서 소리를 지르고, 운동장에서도 규칙을 지키지 않아 다른 애들과 충돌하고, 싸움을 자주 해서 외톨이로 지내는 등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2학년으로 올라가서 새 담임을 만났는데도 거의 매일 학부모는 학교에서 통지를 받았고 결국 전학 권고까지 받았다.

이 학부모의 상담 요청에 나는 먼저 가정형편을 알아보았다. 얘기를 들어 보니 이 학생은 3살 어린 동생이 있었다. 나는 학생의 엄마에게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온 후 무엇을 하는지, 동생하고 잘 노는 지, 좋아하는 놀이가 있는지, 형제간에 싸우는 일은 없는지 등 이것저것 질문하였다. 질문을 듣고 잠시 가만히 있던 엄마는 “형이 툭하면 동생을 쥐어박아서 나한테 야단을 여러 번 맞아요”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러면서 엄마는 스스로 “아마 내가 큰애보다 작은애를 더 귀여워했나 봐요”라고 말했다.

자녀교육은 자녀가 장성해서 독립할 때까지, 부모의 사랑과 격려와 때로는 벌을 동반한 훈계를, 인내심을 가지고 실천해야 한다. 자녀가 여러 명 있을 때 편애는 절대 금물이다. 어린애들은 자기가 사랑받고 있는지 아닌지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모의 사랑을 놓고 형제간의 경쟁(Sibling rivalry)이 치열할 수 있다는 것은 학문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두 형제 사이에서 엄마가 동생을 더 사랑했는지, 또는 똑같이 사랑하는데도 형이 동생보다 사랑을 덜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지 외부인으로선 알 수 없다.

나는 엄마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였다. 작은아이를 몇 시간 돌봐줄테니 큰아이와 맥도널드에 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햄버거와 아이스크림을 사 주면서 “엄마는 너를 참 든든하게 생각하고 사랑한다”라는 말을 해 주라고 부탁했다. 3시간 만에 모자는 웃으면서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기분이 많이 풀린 엄마에게 가끔 큰아들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 보라고 권고했다. 동시에 선생님에게 부탁해서 큰아들의 교실에서 수업 참관 기회를 몇 번 가져 보라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교실에서 자원봉사를 해 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다. 결말은 상상에 맡긴다.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되는 뉴노멀 시기다. 건강한 가정교육은 아이들을 올바르게 인도하는 주춧돌이다. 팬데믹의 혼란스러운 상태 속에서도 부모는 자녀교육에서 지켜야 할 기본원칙을 변함없이 유지해야 한다. 부모의 칭찬, 격려, 훈계, 꾸지람 등은 올드노멀, 뉴노멀 구별이 필요없는 기본원칙이다.

정정숙 이사 / 한국어진흥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