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션과 휴머니티가 대학 입시 성공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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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김 성형외과 전문의 기고문]
따뜻한 마음, 샤프한 머리 보여줘야…

UC 버클리 4년 장학금, UC 버클리 최우등 졸업, 예일대 의대 4년 장학금,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 연구원, 노스웨스턴 대학병원 성형외과 전문의 과정 수료, 성형외과 개업, UCLA 의대 조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원…

소위 좋은 학교, 선망받는 직종에서 부지런히 학력과 이력을 채워왔다. 그 이면에 몇 줄의 단어나 숫자로는 가늠하기 힘든 치열한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매년 입시 시즌이면 예일대 의대 재학 당시 입학위원회에서 일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학교에서 어떠한 기준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지 궁금한 마음에 지원한 것인데, 심사 기준이 단순히 성적순이 아님을, 성적보다도 훌륭한 의사가 될 자질과 가능성을 더욱 중요하게 평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그 이후에도 시간을 쪼개 고등학생, 대학생, 의대생들의 멘토링 자원봉사를 해왔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멘토링한 학생들 중 대부분이 명문대 진학만을 인생의 목표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대학 입시 제도에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이나 학부형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대학 입시 제도에 대한 논란은 뜨거운 감자라 할 수 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흔히, 적극적 우대 조치(Affirmative Action)라 불리는 소수 인종 배려 원칙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심사 중에 있다. 하버드는 아시아계 미국인 지원자에게 입학 시 차별적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을 꾸준히 받고 있으며, 대입 전형에서 SAT 필수요건이 제외되자 미주 한인들의 명문대 입학문은 더욱 좁아졌다. 여러모로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가해진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명문 대학들이 왜 성적 우수 집단인 아시아계 학생들의 입학문을 좁히려 하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동원되는 것이 주관적인 기준인 인성 평가다. 융합적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하는 명문 대학들이 인재를 뽑는 새로운 기준은 ‘미션’ ‘창의력’ ‘인류애(Humanity)’다.

인간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이러한 마음 씀씀이에 탄복하고 감동받고 희망을 느끼는데 이것은 대학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러한 주관적인 가치들은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나 대입지원서, 에세이, 인터뷰를 통해 드러나게 되는데, 특히 한인 학생들은 이러한 가치를 어필하고 나아가 입학사정관을 설득시키는 데 취약한 경우가 많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이러이러한 것들을 했다’ ‘나는 이러이러한 것에 흥미가 있다’와 같이 상투적이고 획일적인 자기소개서, 학원이나 튜터가 써준 비슷비슷한 포맷의 에세이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나 특별함, 미션이 담기기 어렵다. 여기서 미션이란, 마라톤과도 같은 인생을 살아갈 때 아무리 험난한 장애물이 나타나고 슬럼프에 빠져도 이겨낼 수 있는 열정에서 기인한다. 어떠한 난관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뚝심 있게 걸어 나가겠다는 의지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학들은 왜 휴머니티, 미션을 중시하는가. 대학의 목표는 단순히 지식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훌륭한 사람을 양성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입시에 성공한, 명문 대학 출신의 학생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 혹은 그녀는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빌런이 될 수도 있다. 명문 대학들은 영웅이 될 만한 인물을 찾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인생의 목표를 물으면 흔히 “잘 살고 싶어요” “행복하고 싶어요”라고 답한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힘든 사람도, 병든 사람도 참 많고 여러 가지 문제들도 심각하다. 단순히 자신들의 안위, 편안함, 행복만 추구하는 이들이 세상을 이롭게 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할 만한 인재라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이나 고민이 결여되어 있다면 진지한 고찰이 요구된다.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아니라, 휴머니티를 가지고 스스로의 미션을 달성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세운다면 좋은 에세이, 좋은 대학교, 좋은 대학원, 좋은 커리어는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필자는 평범한 퍼블릭 하이스쿨을 졸업했다. 오후에는 수구팀에서 운동했고 주말이나 여름방학에는 부모님 가게에서 일을 도왔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수영팀 코치가 수구팀 코치까지 맡았는데 영어를 잘 못하고 수구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그렇다고 수구를 배우는 다른 학생들처럼 집에 수영장이나 운동시설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혼자 고무줄로 근육을 단련하고 벽에다 공을 던지며 연습에 매진할 뿐이었다. 그 결과 고등학교 수구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다.  

당시 우리 학교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도 퍼블릭 대학교에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필자 역시 잘 몰랐고 단순했다. 그저 UC 계열에 진학하라고 해서 UC 버클리에 장학금을 받고 가게 됐다. 대학교에 들어가서 느낀 것이 미국은 넓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정말 많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각성하는 계기가 되어 공부하는 방법부터 마인드 셋까지 모두 바꿨고, 대학 시절 올 A, 4년 장학금, 최우등 졸업, 예일대 의대 입학 등 받을 수 있는 것은 다 받았다.

뒤돌아보면 수구에 열심이었던 것이 의대나 레지던시 메디컬 트레이닝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외과의사들이 수술할 때 손, 팔목, 팔을 정교하게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인턴이 끝날 무렵 수술을 제일 잘 하는 펠로우와 속도가 비슷했으니 말이다. 레지던트 3년 차에는 가족이나 VIP 환자들을 위한 중요한 수술을 맡기도 했다.

대학 입시와 같이 인생은 원래 공평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공평하지 않다 하더라도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명문대 입학문이 좁아졌다 한들 미션과 열정을 품은 학생이라면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

지금 입시를 겪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겪게 될 미주 한인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조언은 ‘Soul Searching’의 시간을 가져보라는 것이다. Soul Searching을 통해 자신만의 미션을 찾고 보다 성숙한 마음으로 무장한다면 입학사정관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자기소개서와 인터뷰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을 좀 더 살아 본 선배로서 명문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인생 최고의 목표로 삼기보다 샤프한 머리, 따뜻한 마음, 강한 육체로 세상을 아름답고 따뜻하게 만들 영웅들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케네스 김
성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