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학교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담당하는 다양한 업무 중 하나가 학생의 잘 잘못을 조사하고 가르치는 일이다. 그런데, 학생이 진실을 숨기고 거짓말을 한 뒤 부모가 아이의 말만 믿고 학교로 따지러 올 때 난처하고 실망스럽기도 하다. 물론, 부모의 심정은 이해한다. 아이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했을 때 그 말을 믿어주고 싶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아이를 지원(support)하는 것이라 느낄 수 있다. 정말 아이가 불이익을 당했다면 아이를 보호하고 아이의 입장을 대변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삼자대면을 하면 아이의 잘못이 드러난다. 그렇기에, 부모는 일을 더 크게 만들기 전 꼭 다음 사항들을 짚고 넘어가길 권한다.
첫째, 아이가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자. 고의적인 거짓말이 아니라도 아이는 자신의 잘못이나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거나 팩트를 살짝 조작할 수 있으며,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숨기기도 한다. 어른도 그럴 때가 있지않은가? 그러니, 아이의 말을 들어주되, 진실만 말한다고 100% 확신하지 말자.
둘째, 아이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 아이들은 객관적인 판단력이 부족하다. 미성숙한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차분히 아이의 말을 들어보고 객관적으로 (교사나 타인의 입장에 서서) 상황을 평가하자.
셋째, 조금 시간을 두고 감정을 다스리자. 즉각적으로 아이의 입장을 대언하려 들면 이성을 잃고 자극된 상태에 언성까지 높일 수 있다. 특히 교사나 학교 행정관과 대화할 때 차분히 대화하는 것이 지혜롭다. 당장 관계를 끊고 아예 안 볼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영어 표현으로 ‘사커맘(soccer mom)’이란 아이가 축구팀에 합류하는 것을 전적으로 지원하는 부모란 뜻이지만, 만약 경기도중 아이가 다치거나 심판이 오류를 범할 때 소매를 걷고 경기에 뛰어드는 그런 공격적인 부모를 가리키기도 한다. 그런 부모가 되지 말자.
넷째, 만약 아이가 거짓말을 했거나 진실을 살짝 바꿔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스토리를 몰아갔다면 적절한 훈계, 처벌, 용서, 그리고 회복, 이 순서대로 다루자. 그냥 덮어줘선 안 된다. 아이 대신 변명을 해서도 안 된다. 사랑은 모든 것을 용서하지만, 올바른 사랑은 진실과 정의 위에 세워져야 한다.
다섯째, 교사나 행정진 또는 어른도 실수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물론 교사는 ‘프로’다. 하지만, 교사가 맡은 업무 종류가 다양하고 또 요즘같이 온라인 수업을 할 때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는 게 익숙하지못할 수 있다. 직접 만나지 못하고 화상이나 이메일만으로 대화하기에 100% 서로의 입장이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서로 이해하는 것이다. (물론 교사도 학생과 부모에게 똑같은 배려를 제공해야한다.)
교장으로 22년째 새언약학교를 섬기며 몇 번 학생과 부모에게 사과한 기억이 난다. 몇 개월 전 매우 불편한 일로 학교를 찾아와 대화를 요청한 부모님이 있었는데, 정말 신사적으로 다가오셨고, 또 정중히 드린 학교의 사과를 너그럽게 받아주셨다. 그런 부모가 존경스럽다. 함께 자리에 있었던 학생이 그런 부모의 모습, 또 사과하는 교사의 모습,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주는 그 모습을 통해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존경할만한 교사와 부모의 모습을 보았다고 나는 확신한다.
제발 교사나 학교에 따지러 오기 전 사건의 배경과 팩트를 냉정히 고려해보고, 감정과 분노를 다스린 후 대화와 만남을 청하는 현명하고 존경스러운 부모가 되어주길 이 세상 모든 교사와 교감, 그리고 교장을 대표해 부탁하고 싶다.
제이슨 송 교장 / 새언약 중고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