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가처분 판결이 미래 대학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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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들여다보기]

각 국가마다 입시정책은 항상 뜨거운 이슈다. 중국의 경우 국가 단위의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가 있다. 이는 매년 6월에 2-4일간 진행되는데 올해는 1000만 명 이상이 응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시험은 단순히 학업능력만 다루는 게 아니라 사고력과 창의력까지 측정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이 시험을 통해 받은 점수에 따라 각 대학에 지원하게 된다.

한국은 ‘수능’이라고 부르는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치러야 한다. 미국의 경우 대학입시에서 정부가 주관하는 시험은 없다. 대신 일반적으로 미국판 학력평가시험인 SAT나 ACT 같은 오랜 역사를 가진 사설 시험주관처들이 일 년에 여러 번 시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응시횟수에 제한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점수만으로 대학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은 아니다. 소위 ‘포괄적 입학사정제’란 방식이 적용되는데, 성적이나 점수와 같은 학업능력 평가에 과외활동, 에세이, 추천서 등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합격자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특히 신입생 선발은 각 대학의 권한이어서 이 때문에 SAT나 ACT 점수가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고는 할 수 없다. 아무리 점수가 높아도 다른 평가들에서 좋지 못했다면 얼마든 지 불합격되는 게 미국 대학입시의 모습이다.

그런데 얼마 전 전국대학카운슬러협회(NACAC)가 미국 대학들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학력평가시험 점수를 입시에서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미국 대학입시에 깊은 뿌리는 내리고 있었지만 이제 변화를 추구해야 할 시간이 됐다는 것이다. NACAC는 이 시험에 대한 소득과 인종의 불균형, 이 시험이 실제 대학 수강능력을 평가하는데 대한 보다 세밀한 분석과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북가주 알라메다 카운티 법원이 UC의 입학사정에서 점수 반영을 금지하는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이미 UC계열은 점진적으로 이 시험점수 제출을 배제하기로 최종 결정한 바 있는데 법원이 아예 급제동을 건 셈이다. 사립대학들 중에서도 이 점수 제출을 폐지하거나 옵션으로 바꾸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 명문 사립대들은 여전히 입시요강에서 점수제출을 필수로 정하고 있고, 이 방침이 단기간에 바뀔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제도 반대론자들의 집요한 도전은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입시제도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고 신중하게 임해야 한다. 그리고 SAT나 ACT 점수가 입시에 반영된 이유가 그나마 대학 수업 수강능력을 살펴볼 수 있는 비판적 사고와 논리력, 분석력을 측정할 수 있는 공감된 방법이었음도 부인해서는 안 된다.

한국이나 중국처럼 국가가 주도하는 평가시험이 없는 상황에서 이 시험을 없애려면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조치들이 선행돼야 한다. 공정한 경쟁이 되기 위해서는 학교간 실력차를 줄일 수 있는 교육환경의 기회가 보장돼야 하고, 동시에 민감한 이슈인 인종과 경제력 차별을 차단하는 조치도 심도있게 논의돼야 한다. 특히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평가기준에 대한 대안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불공정 논란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가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없애거나 추가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특히 미국처럼 대학 자율성이 강한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인종, 경제, 문화를 떠나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의 노력과 꿈이 정책이나 제도, 환경에 의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빈센트 김 카운슬러 / 어드미션 매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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