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는 누가 갈까?
객관식 문제를 하나 내본다. 명문대학교에 갈 학생은 어떤 학생일까? 아래 보기에서 골라보자.
(A) 학교성적이 좋은 학생
(B) SAT 점수가 높은 학생
(C) 리더십이(또는 액티비티가) 좋은 학생
(D) 목표가 뚜렷한 학생.
이 질문은 한마디로 우문이다. 그러니 현답을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네 가지가 서로 배치되는 인자들이 아니다. 그러니까, 학교성적이 좋고 SAT도 좋고 자긍심도 높고 목표가 뚜렷한 학생이라면 보기 네 개가 다 해당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고를지 쉽지 않겠다. 이렇게 생각이 든다면 우문인 이 문제를 출제한 필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힌트를 드린다. 뭣이 중한디? 중요한 것을 찾아보자.
이렇게 생각해 보자, 학교성적이 좋다면 그 좋은 학교성적이 SAT 점수가 높을 수 있도록 영향을 줄 수 있는 걸까. 학교성적이 좋으면 인생의 목표를 뚜렷하게 만들어 줄까. 자긍심이 높으면 목표가 생길까? 목표가 뚜렷하면 학교성적이 좋아질까? 하는 식으로 상기한 보기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중에 과연 어떤 것이 좀 더 상위 레벨일까. 어떤 것이 과연 좀 더 근본적인 가치를 가지는 것일까. 이것들이 서로 연관이 있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과연 그중에서 어떤 것이 좀 더 근본적인 가치에 해당하는 것일까? 인과관계에서 결과(Effect)가 아닌 원인(Cause) 쪽을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이제 그림이 좀 더 보일 것이다.
필자가 염두에 둔 정답은 (D)목표가 뚜렷한 학생이다. 목표가 뚜렷한 학생이라면, 다른 것들은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조건에 해당한다. 목표가 확고할수록, 조금이라도 일찍 목표를 가지게 될수록, 학생은 명문대에 입학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을 만들어내기가 쉬울 것이다. 아쉽게도 수많은 학생들은 목표가 뚜렷하지 않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학생이 현명할수록, 능력이 출중할수록, 잘하는 것이 많을수록, 섣부르게 목표를 정하지 못하기가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 공부에, 일상생활에 열정(Passion)을 불태우기도 쉽지는 않다. 그러면, 성적을 올리는 이유, SAT 점수를 만들 이유, 액티비티에 전념할 이유도 불분명하다.
그러니, 만일 부모가 명문대 진학에 필요한 조건들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자녀를 푸시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면 그 에너지를 지금부터는 학생 자신이 목표를 갖게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고민하는 데로 돌려서 쏟도록 권한다. 목표가 생기면 부모가 잔소리할 필요가 없이 알아서 다 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아무도 못 말리게 되며 부모는 아무 할 일이 없어진다. 부모의 애를 태우는 자녀는 아직 목표의식이 뚜렷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니, 잔소리는 소귀에 경 읽기이고 나귀를 물가에 끌고는 가지만 물을 마시고 말고는 당사자에게 달려있다.
자녀가 목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부모가 최선을 다한다면 자녀에게 목표의식이 생길까. 그건 자녀에게 큰 몫이 달려있다. 그러나 자녀가 고학년이 되면 될수록 부모의 노력과 자녀의 목표의식 고취는 반비례한다. 머리가 커갈수록 부모의 노력은 점차 한계에 부딪힌다. 세뇌는 어릴 때 통한다. 클수록 아이의 정서에 충격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경험, 만남, 생활의 변화와 같은 일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억지로 하다가는 사달이 난다. 아이가 클수록, 행운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도 저도 안될 때는 부모의 노력이 역효과가 나지 않도록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아이가 스스로 목표의식이 생기는 그때를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남은 고교생활 동안 부모가 바라는 정도의 강도로 자녀가 목표의식을 가지지 못한다면 큰 욕심을 버리고 현실적인 목표를 부모 스스로 생각해 내는 것도 방법이다.
명문대를 보내는 방법 중 제일은 어려서부터 자녀가 목표를 갖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 명문대를 가는 방법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삶에 의미를 가지고 신나게 할 일을 하며 살기 위해 인간에게 필요한 ‘사는 방법’인 것이다.
양민 박사 / DrYang.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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