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생들에 ‘아리랑’ 전파하는 1.5세 한인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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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한국문화’ 알리는 교사 안젤라 백 씨

북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 소재 사립학교 버건디 팜 컨트리 데이 스쿨 (Burgundy Farm Country Day School)에서 한국인 학생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매년 학교 연말 행사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 ‘아리랑’이 빠지지 않는다. 한복을 곱게 입은 미국 현지 학생들이 북과 장구의 장단에 맞춰 조금은 어색한 발음으로 아리랑을 부르는 모습은 5년 이상 된 이 학교만의 전통이다(본보 17일 A3면 기사 참조). 이 전통의 주인공. 이 학교 아리랑 무대를 책임져 온 한국인 교사 안젤라 백 (Angela Baek) 씨를 만났다. 주류사회와 자라나는 미국의 미래 주인공들에게 한국 문화 전파를 위해 힘쓰는 1.5세 한인의 모범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이와의 아름다운 만남이었다.      
버건디 스쿨의 유일한 아시아계 교사인 백 씨는 한국 태생이지만 어렸을 때 도미 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한인 1.5세다. 본인을 포함해 아시안이 5명 밖에 없었던 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백 씨는 소수 인종으로 서러움이 많았다고 한다. “버스에서 옆자리에 못 앉게 하고, 점심으로 싸간 김밥이 냄새 난다고 인상 찌푸리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사춘기 때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키우기 힘들었던 백 씨는 “부모님의 엄격한 지도가 아니었다면 한국어를 잊고 살았을 거 같다”며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백 씨는 “나와 같은 이민자로서 한국인 정체성 확립에 혼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돕고 싶었다”라며 교육 분야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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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교육학을 전공하고 뉴욕에서 이중언어학 석사를 취득한 백 씨는 미국 학생들에게 한국을 알려주는 선생님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뉴욕 퀸스에 위치한 비영리 단체 YWCA에서 유스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을 하다 남편을 만나 메릴랜드로 이주한 후, 백 씨는 한국어 교육이 이뤄지는 센터빌 소재 콜린 파월 초등학교서 교사를 하다 현재 학교인 버건디 팜 컨트리 데이 스쿨 (이하 버건디 학교)에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서 한유일한 아시아계 교사인 백씨는 버건디 학교의 다문화 존중 정신에서 비롯된 연말 행사에 아시안 문화의 무대를 감독해야 하는 직무를 맡으며 고민에 빠졌었다고 전했다. 또한 백 씨는 “아이들에게 단순히 아리랑이라는 노래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아리랑이 한국에서 어떤 문화적 의미를 내포하는지부터 시작해, 문화뿐만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포부로 시작된 아리랑 공연을 위해 백 씨는 한국 문화원에서 직접 한복, 장구, 북 등을 빌려 학생들에게 한국을 친숙한 나라로 인식하게끔 노력했다. 아리랑뿐만 아니라 한국에 열렬한 관심을 보이며 더 알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반응에 뿌듯함을 느낀 백 씨는 “솔직히 혼자 무대를 꾸려나가는 데에 애로가 많았지만, 아이들이 한국에 흥미를 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 또한 BTS, 블랙핑크, 오징어게임 등 한국에 대해 아이들의 높아진 관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과 후 한국어 수업 또는 케이팝 댄스반을 개설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백 씨는 앞으로도 현지 학생들에 한국이 먼 아시아 나라 중 하나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가진 흥미롭고 친숙한 나라로 알게끔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남한 아님 북한인지를 묻는 클리셰적 질문이 아닌 한국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나눌 수 있을 때까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에 대해 알리겠다”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박세용 기자 spark.jdail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