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TV 볼거면 따라하지마” 의사 아빠네 거실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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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공부’ 성공한 가족의 비결

hello! Parents

아이만 공부시키는 게 아니라 양육자도 공부해야 합니다. 보육에서 대입까지, 학습법에서 아이 건강 챙기기까지, 양육 노하우를 전합니다. 이번엔 요즘 떠오르고 있는 ‘거실 공부법’입니다. 부모와 함께하는 거실에서 학습 습관, 유대감을 쌓을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책상을 거실에 내놓는다고 공부를 더 집중적으로 열심히 할 리는 없죠? 부모가 주의할 점은 뭘까요.

“방 말고 거실에서 공부시켜 볼까?” 요즘 거실 공부가 자녀의 학습 습관, 가족 간 유대감 형성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네 자녀를 모두 도쿄대 의대에 보낸 일본 엄마의 거실 공부법이 방송에 소개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가 짧게는 1년여, 길게는 10년 이상 거실 공부를 실천한 양육자 6명의 거실 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거실 공부, 어떻게 하면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성공 비결과 효과를 정리해 봤다.

거실에서 함께 책을 읽는 김석씨 가족. [사진 김석]

“첫째가 중학교 1학년 때 방에서 공부하고 싶다더니 얼마 못 가 다시 거실로 나왔어요. 방에선 자꾸 딴짓하게 돼서 공부가 안된다는 거예요” 두 아들(19세, 17세)과 10년 넘게 거실 공부를 해 온 김석(의사·작가)씨의 일화다. “거실에서 공부가 더 잘 된다”는 건 hello! Parents가 양육자 6명 모두가 동의한 지점이었다. “아이가 알아서 공부한다”고도 했다. 어떻게 가능한 걸까?

거실에서 보드 게임을 하는 김연수씨 가족. [사진 김연수]

첫째, 매일 반복하는 일종의 습관, 루틴(routine)이 존재했다. 김연수(작가)씨네가 대표적이다. 세 자녀는 초등학생 때 매일 저녁 비슷한 시간에 1~2시간씩 거실 좌식 테이블이나 주방 식탁에서 각자 숙제나 공부를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매일 밥을 먹듯 공부도 당연히 하는 걸로 여겼다”고 했다.

거실 책상 앞에 나란히 앉은 정지영씨의 두 딸. [사진 정지영]

둘째, 아이를 홀로 두지 않았다. 하유정(초등교사)씨는 13세, 11세 두 딸이 공부를 마칠 때까지 함께 공부하며 자리를 지킨다. 하씨는 “엄마, 아빠는 TV를 보는데 아이 혼자 공부하려면 하기 싫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셋째, 자유 시간이다. 정지영(작가)씨는 “두 딸(14세, 12세)이 거실 공부를 마치고 쉴 때는 하고 싶은 걸 하도록 두고 간섭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유 시간은 학습 동기를 부여했다.

여섯 가정 모두 하루아침에 갑자기 거실 공부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 정지영씨는 “딸들이 서너 살도 안 됐을 때부터 거실에 작은 탁자를 놓고 그림 그리기, 요리, 만들기를 하며 놀았다”고 말했다. 김석씨는 “거실에서 공부하다 물심부름도 하고, 누군가 책상에 다리를 부딪치면 걱정하고 웃기도 하면서 정이 든다. 핵심은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자녀의 공부와 생활에 지나치게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양육자들은 당부했다. 김석씨는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자녀들의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는 지켜줘야 한다”고 했고, 김연수씨는 “엄마가 잔소리하면 아이는 결국 방에 들어가고 만다는 걸 잊지 말라”고 말했다. “특히 형제·자매가 같이 거실에서 공부하는 상황이라면 절대 비교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거실 공부의 진가는 아이 사춘기 때 빛을 발한다. 이진혁(초등교사)씨는 “평소 거실에서 대화를 많이 나누다 보니 아이의 생각이나 고민을 알 수 있었고, 적절한 조언을 하면서 아이를 기다려 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답답한 마음에 아이를 몰아세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혜원(어린이 서점 운영)씨는 가장 먼저 거실 TV를 안방으로 옮겼다. 공부 중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한 것도 양육자들의 공통점이다. 거실 공부의 또 다른 적은 소음이다. 정지영씨는 “거실 공부 시간에는 온 가족이 최대한 조용히 하는 게 기본”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엄마·아빠 자신이다. 하유정씨는 “거실 공부가 성공하려면 퇴근한 엄마, 아빠가 거실 소파에서 TV를 보며 늘어지고 싶은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거실 공부만이 능사는 아니다. 양육자들도 각자의 경험담과 노하우를 꺼내 놓았지만, 결국 “실제로 부닥치며 각 가정에 맞는 공부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아이의 공부방을 없애라』를 쓴 일본의 건축가 모로쿠즈 마사야는 이렇게 강조한다. “아이들에게 공부 공간이 어떤 생각과 발상과 습관을 만들어 줄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송원(lee.s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