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l 2020 대입 지원자 프로파일
지난 1월 미국의 주요 대학들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대입 지원자 모집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며 자축했다.
하버드 대학의 경우 올해 지원자는 전년도보다 무려 42%나 뛰었다. 예일대, 프린스턴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평균 30% 늘었다. 그뿐만 아니다. 캘리포니아의 인기 주립대인 UCLA와 UC버클리는 무려 48%, UC 전체 9개 캠퍼스는 전년도 대비 16%가 증가했다. 지원자들이 몰린 건 대부분의 대학이 대입시험인 SAT나 ACT 점수를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중부와 동부 지역에 있는 주립대들과 규모가 작은 사립대는 지원자 수가 현저히 줄었다. 뉴욕 주립대(SUNY)의 경우 빙햄튼·올바니·스토니브룩 등 전체 계열 학교 64개 학교의 총지원자가 20%나 감소했다. SUNY의 73년 역사상 가장 큰 감소폭이다. 가주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가주의 또 다른 주립대 시스템인 캘스테이트(CSU)에서 접수한 가을학기용 지원서는 전년 대비 5% 줄었다. 이들 숫자 뒤에 숨어 있는 2021년 대입 트렌드를 들여다봤다.
사립대 지원자 1명당 평균 5.6개 대학 지원
COVER STORY ㅣ 2021년 대입 트렌드 전망
지원자는 +1%, 지원서는 +10%
재정지원 가능한 종합대 선호
커먼어플리케이션(Common Application)은 900개 이상의 대학이 사용하고 있는 가장 널리 알려진 지원서다. 리버럴아츠 대학뿐만 아니라 종합대학들과 일부 주립대에서도 사용한다.
커먼앱이 최근 발표한 통계를 보면 대규모 종합 대학에 지원한 학생 수는 급증했다. 반면 작고 경쟁력이 낮은 대학들은 외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가족 중 처음 대학에 진학하는 1세대 학생과 저소득층 학생들의 지원율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커먼앱은 일부 대학들이 지원서 마감일인 1월 1일과 1월 15일을 연장해 이번 통계가 최종 숫자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저소득층 학생의 대학 지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봤다.
▶지원서 10% 증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22일 현재 전체 신청 건수는 전년도보다 10% 증가한 558만3753건에 달했다. 최소 1개 이상 원서를 제출한 지원자는 98만9063명으로 지난해보다 1% 늘었다. 지원자 1명당 평균 5.6개 대학에 지원한 셈이다.
이러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1세대 지원자와 수수료 면제자 신청자 수는 각각 3%와 2% 감소했다”고 커먼앱 대표인 제니 리카드가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험공부도 제대로 못 하고 시험도 마음대로 치를 수 없었던 학생들을 위해 미국 대학들이 도입한 대입시험 점수 항목 면제 조치가 도입되면서 일부 대학들은 지원서가 폭증했지만, 이 현상이 전반적인 지원자 증가로는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리카드 대표는 “수수료 면제 신청자와 1세대 지원자들의 감소는 하위 그룹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 감소와 학력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는 걸 의미한다”며 이들 계층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종합대 선호 늘어나
이밖에 올해 통계를 통해 본 커먼앱 지원자의 변화는 하향 지원이다. 통계를 보면 재학생 규모가 2만 명이 넘는 종합대학에 접수한 지원서는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반면 재학생 1000명 미만의 리버럴아츠 등 소규모 캠퍼스를 갖춘 대학 지원서는 1년 전보다 4% 감소했다. 무엇보다 합격률이 50% 이상인 대학에 지원자가 몰렸다. 또 지원자 1명당 신청한 대학 수도 늘었다. 통계에 따르면 작년보다 지원자 1인당 지원한 대학 수는 지난해보다 9% 늘어났다.
이런 변화는 지원자들이 합격통보를 받을 수 있는 대학들을 찾아 지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과거의 경우 대입시험인 SAT와 ACT 점수를 토대로 지원하고 합격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대다수 대학이 대입점수 제출 항목을 면제해 지원자들이 합격 가능성이 높은 대학에 몰렸다고 볼 수 있다.
▶외국 유학생 다시 증가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한 서남부 지역의 대학들이 가장 많은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보다 21.3% 증가했다.
반면 중부 지역의 대학들은 가장 낮은 성장률(6.1%)을 보였다. 이는 서남부 지역에 대형 종합대학들이 몰려 있는 이유도 있지만, 장학금 등 학생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혜택이 큰 대학을 찾아 지원했기 때문으로 대입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대입 컨설팅 기관인 ‘앤롤맨인텔리전스나우’의 로버트 마스 대표는 “코로나19로 재정 문제를 고민하는 가정들이 학비나 생활비 등을 고려해 좀 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재정이 탄탄한 대학을 선호하고 있다”며 “저소득층 지원자들의 감소도 이같은 원인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중국 출신을 제외한 유학생들의 지원서도 급상승했다.
통계는 중국 출신 지원자는 지난해보다 18% 감소했지만 인도(+28%), 캐나다(+22%), 파키스탄(+37%), 영국(+23%), 브라질(+41%) 등 다른 나라 출신의 유학생들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정치적인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 유학을 가장 많이 보낸 국가였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반중국 정책으로 유학생 규모는 하락세를 보여왔다. 특히 미국 대학들도 중국 유학생들의 입학을 줄이면서 미국으로 유학하는 중국 학생 수는 줄어들었다.
대학입학처카운슬링연합의앤젤페레즈 대표는 “중국 유학생 수 감소는 반이민 정책과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모두 예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대기자 수도 늘 것
올해 합격률은 전반적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대입 전문지인 ‘인사이드하이어에듀’는 올해 졸업하는 고교생 수는 작년보다 1%도 안 되는 규모가 늘어난 반면 전반적인 지원서 접수 규모는 10% 늘어난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팬데믹으로 시험공부도 제대로 못 하고 시험도 마음대로 치를 수 없었던 학생들을 배려해 미국 대학들이 SAT 점수 제출 항목을 면제했지만, 대입의 문은 더 좁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경쟁률이 높은 대학들의 합격률을 예상하기도 쉽지 않아졌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한 예로 뉴욕주에 있는 명문 리버럴아츠 칼리지인 콜게이트의 경우 지난해보다 102% 증가한 지원서가 접수됐다. 이 때문에 콜게이트는 합격자 규모를 늘릴지 고민하는 상황이다.
대입 전문가들은 이처럼 예상치 못한 지원자들이 몰리면서 대기자 명단도 길어질 것으로 봤다. 또한 예상보다 심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합격 통보도 늦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하버드와 예일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올해 정기전형 합격자 발표를 4월 6일로 일주일 연기했다. 아이비리그 대학은 이 때문에 매년 5월 1일로 정해졌던 대학 입학 결정일도 5월 3일로 늦췄다.
조기 지원자 늘고 갭이어 비중 커질 것
COVER STORY ㅣ 2021년 대입 트렌드 전망
SAT 비중 축소되지만 대학들 여전히 선호
사회 문제 관심 높은 Z세대 참여 커질 것
지난 1일 하버드를 비롯해 코넬, 컬럼비아, 유펜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현재 11학년 학생들 역시 올해 말 접수하는 대입지원서에 SAT 시험 점수를 제출하지 않아도 좋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지원자에 이어 두 번째로 대입시험 점수 제출 항목을 필수에서 선택 항목으로 변경한 것이다.
‘시험 선택(test-optional) 제도’가 대학가에서 확고해지면서 상위권 대학들을 중심으로 내년 가을 대입 심사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대입심사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여겨졌던(실제론 대학마다 비중이 매우 다른 것이 사실이지만) SAT 시험점수는 점점 그 비중이 축소되는 추세다. US 뉴스 등 대입 전문지들이 전망한 ‘팬데믹이 대입 현황에 가져올 주요 변화’를 정리했다.
▶ 조기지원자 증가
이미 현재 12학년 학생들을 통해 입증됐다. 톱티어 대학들은 예년보다 15%에서 최고 60% 이상 조기지원서가 몰렸다. 한 예로 유펜은 23%, MIT는 62%, 하버드도 57% 증가했다. 당연히 조기지원 합격률은 예년 그 어느 때보다 낮았다. 지난해 조기지원자의 14%를 합격시킨 하버드의 경우 올해 조기지원 합격률은 7%였다.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들에 조기지원서 증가한 이유는 SAT/ACT 점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시험선택 제도로 인한 것이다. 예년 같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대학에 용감히 지원서를 접수한 학생들이 많이 늘어났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대입시험 점수 제출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한 만큼 내년 가을 지원자 역시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
▶시험은 선택, 선호는 여전
아이러니하게도 시험 점수 없이도 지원할 수 있다고 발표는 됐지만 조기지원 합격자들 가운데 시험점수를 제출한 학생의 비율은 월등히 높았다. 대표적인 예로 유펜이다. 유펜은 조기지원 합격자의 75%가 시험점수를 제출한 학생들이었고, 시험점수 없이 합격한 학생은 25%에 불과했다.
아울러 본지가 LA 한인타운 내 몇몇 학원들의 조기합격 현황을 취재한 결과 코넬,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등에 합격한 학생들은 SAT/ACT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은 학생들이 월등히 많았다. 물론 올 한 해, 그리고 몇몇 대학들의 수치만 갖고 모든 대학이 표면적으로는 시험점수가 없는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고 하고선 실제로는 시험점수를 제출한 학생들을 선호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대학들은 “학생들의 학업 실력 파악을 위해” 당분간은 시험을 준비하고 응시해서 고득점을 받은 학생들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했다.
한편으로는 조기 합격자들의 적지 않은 수가 시험점수 없이도 합격했음에 주목해야 한다며 대학들의 변화를 지적했다.
▶과외활동은 깊이를 본다
사실 팬데믹 이전에도 주목된 부분이었으나 지금은 과외활동 범위가 많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대학이 예년보다 과외활동의 깊이에 더 주목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여러 다른 분야에서 다양하게 과외활동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학생의 열정을 보여주는 단 몇 분야의 과외활동에서 얼마나 깊이 있게 활동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는 최근 팬데믹 상황을 맞고 있는 학생들의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갭이어 증가 추세 계속될 것
지난 2020년 가을학기 입학 예정자들의 갭이어 선택이 기록적인 수치를 보인데 이어 내년에도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90년대 후반에 태어난 Z세대의 적극성과 자유로움을 잘 반영하는 트렌드이기도 하다. 환경보호, 인종차별, 경제적 불평등, 동성애 차별 반대 등 비교적 예민한 사회적 이슈까지 맞서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Z세대들은 대학에 합격했어도 자신의 원하는 분야를 탐구하고 경험하기 위해 캠퍼스 밖으로 나가 몸으로 부딪치는 생활을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장연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