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뇌 만들기① 세상이 파랗다…렌즈가 파란 게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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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년 특집 | 1. 읽기 능력이 성적을 결정한다
공부 잘하는 뇌 만들기 기본 전략
대충 읽는 습관 성적 망쳐
저자 의도 읽는것이 중요

부모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학년이 올라가면서 아이의 성적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어릴 때 그렇게 영특했던 아이가 어느새 집안의 근심거리로 변해가는 현실은 정말이지 부모로서 지켜보기 힘든 일이죠.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늘어나는 원격수업이 자녀의 실력을 떨어뜨린다는 불안감에 걱정은 커집니다. 이처럼 자녀 교육으로 고민하는 미주 한인 학부모들을 위해 이번 주부터 ‘공부 잘하는 뇌 만들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한국에서 뇌 적성검사 분야 전문기관으로 알려진 MSC브레인컨설팅그룹 대표 안진훈 박사가 직접 씁니다. 안 박사는 그동안 한국과 해외에서 진행한 적성검사 등을 통해 축적한 빅 데이터를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자녀에게 맞는 공부법을 체계적으로 알려줄 것입니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연재 시리즈

  1. 읽기 능력이 성적을 결정한다.
  2. 깊이 읽기가 비판적 사고력을 키운다.
  3. 자녀의 뇌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4. 자녀의 뇌유형에 맞는 학습전략을 짜라.
  5. 위대한 지도자의 하루 ‘라이프 사이클’을 따라하자.
  6. 자녀의 성공요인은 타고난 지능도 후천적 환경도 아니다.

아이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가 성실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아이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는다면 도대체 그 원인이 무엇일까? 대개는 어릴 때 자리 잡은 나쁜 읽기습관이 바로 문제의 근원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말을 듣고, 말을 할 줄 아는 능력은 타고난다. 좌뇌의 베르니케 영역(Wernicke’s area)은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이해하는 뇌의 영역이고, 이 영역과 신경섬유다발로 연결된 브로카 영역(Broca’s area)은 듣고 이해한 내용을 말로 구사하는 뇌의 영역이다. 만약 이곳에 문제가 있으면 실어증이 생긴다. 하지만 문자를 읽고 이해하는 뇌의 영역은 특정되어 있지 않다. 그도 그럴 듯이 인간 뇌의 긴 진화과정에서 보면 인간이 문자를 만들어 사용한 것은 지극히 최근의 일이다. 그러다 보니 읽기능력을 관장하는 뇌의 영역이 특정되어 있지 않은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후천적으로 아이의 읽기능력을 잡아주어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가 아이의 읽기능력을 잡아주면 제일 좋겠지만 교사도 그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아주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모가 직접 아이의 읽기능력을 잡아줄 수밖에 없다. 부모조차 아이의 읽기능력을 신경 써서 잡아주지 않으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나쁜 읽기습관을 가지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나쁜 읽기습관이란 다음과 같다.

첫째, 빨리 읽기 한마디로 얼렁뚱땅 대충 읽는다는 뜻이다. 문장을 한 줄, 한 줄 읽는 것이 아니라 몇 줄을 통째로 읽는다. 아이가 이런 읽기습관이 있다면 특히 수학시험에서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은 기적이다. 사실 아이가 몰라서 틀리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제대로 읽지 않아서 뻔히 아는 문제를 틀려 오는 것이다. 이 경우 아이의 읽기만 잡아줘도 실수의 절반을 줄일 수 있다.

둘째, 내 마음대로 읽기 아이가 책을 주관적으로 읽는다는 것이다. 저자의 의도대로, 출제자의 의도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대로 읽고 해석하는 것이다. 일종의 두뇌난시인 셈이다. 면이 고르지 않는 울퉁불퉁한 렌즈를 끼고 세상을 바라보면 실제 사물이 왜곡되어 이상하게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러한 읽기습관은 시험에서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 자기가 보기에 2번이 정답인 것 같아 체크했더니 실제로는 3번이 정답인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또 서술형 시험에서도 아이는 잘했다고 하는데 막상 점수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 경우 두뇌난시를 교정해주지 않으면 앞으로도 모든 과목에서 이런 종류의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상당히 높다.

셋째, 안 읽기 척 봐서 좀 복잡하다 싶으면 안 읽는다. 그냥 별표를 치고 넘어간다. 이 문제는 자기가 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별들에게나 물어보라는 것이다. 별표를 두 개 치면 다시는 풀지 않겠다는 다짐의 표시이다. 이런 읽기습관이 있는 아이들은 과학, 경제학, 철학과 같은 조금은 딱딱한 책을 싫어한다. 이 책들을 읽어야 그나마 사고력과 분석력이 좀 좋아지는데 말이다. 사실 거의 모든 시험은 읽고 푼다고 보면 된다. 아이들이 시험에서 틀리는 것은 딱 세 가지인데 다 읽기에 그 원인이 있다. 첫째, 빨리 읽고 대충 읽어서 실수로 틀리고, 둘째, 내 마음대로 읽어서 오답을 정답으로 체크해서 틀리고, 셋째,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제대로 읽고 분석하지 못해서 틀린다. 이런 읽기습관으로는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해결책 이제라도 아이에게 좋은 읽기습관을 만들어줘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읽기’란 주어진 글을 자신의 렌즈로, 즉 주관적으로 읽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글을 그 저자의 렌즈로 읽는 깊이 읽기(deep reading)를 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차원 높은 이해(overstanding)를 하는 것을 말한다. 아이가 이러한 좋은 읽기습관을 가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하나의 장벽이 있다. 그것은 그냥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글을 읽으면서 저자의 렌즈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 그 글을 저자의 렌즈로 읽을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글에서 저자의 렌즈를 추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때 필요한 생각의 기술이 바로 ‘고차원적 사고'(higher-order thinking)다. 고차원적 사고란 생각의 차원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생각의 1차원, (think)1 → 생각의 2차원, (think)2 → 생각의 3차원, (think)3 → … 생각의 n차원, (think)n 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생각의 차원을 높인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아보자. 생각의 1차원은 어떤 대상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그 생각의 결과가 바로 지식(knowledge)이다. 지식은 그 지식을 만든 사람의 생각의 산물이다. ‘세상이 파랗다’라는 지식이 있다고 해보자. 그것은 세상이 파랗다고 생각한 사람의 정신적 작업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생각의 2차원은 어떤 대상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세상이 파랗다’라는 지식 즉 그 생각에 대해서 한 차원 위에서 다시 생각하는 것으로서, 세상이 파란 것은 실제로 세상이 파란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만든 저자가 파란 렌즈를 끼고 세상을 보아서 ‘세상이 파랗다’라는 지식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생각의 3차원은 어떤 대상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다시 한 차원 위에서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세상이 파란 것은 저자가 파란 렌즈를 끼고 세상을 보아서 그런 것이고, 그 저자가 파란 렌즈를 낀 것은 그 저자가 속한 사회적 렌즈, 즉 그 시대의 패러다임이 파랗고, 저자는 그 사회적 렌즈에 영향을 받아서 파란 렌즈를 끼게 되었고 그래서 그가 ‘세상이 파랗다’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의 차원을 계속 높여가는 것이 바로 고차원적 사고이다. 이처럼 좋은 읽기습관, 깊이 읽기란 생각의 1차원에서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글에 녹아 있는 저자의 렌즈를 찾아내고 그 렌즈로 글을 읽는 것이다. 생각의 1차원을 넘어 생각의 2차원에서 글을 읽고 이해하면 학년이 올라가면서 읽기능력도 좋아지고 덤으로 사고력까지 좋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안진훈 대표 / MSC브레인컨설팅그룹
문의: (213)322-5532, msc2018@mscbra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