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의 전쟁, 부모 실천해야 자녀 이긴다

0
1438

[디지털 중독]
‘자발적 주의’ 향상 시키려면
운동·사색·디지털문화 중요

자녀들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실 스마트폰의 중독성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사용하느냐’라는 질문부터 시작된다. 아이폰의 경우 아예 앱(app) 통계를 따로 제공할 정도로 이미 자녀 교육에 있어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오죽하면 중고교내 마약사용을 걱정하던 목소리가 줄어들고 그보다 더 중독성이 강한 스마트폰 걱정을 하겠나. 이제 부모들은 마약 보다 더 강력한 적을 만났다. 언뜻 봐서는 싸울만 하다고 보지만 전문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심리학 저술가 루시 조 팰러디노(Lucy Jo Palladino)의 조언을 들어보자.  

첨단 디지털 기술은 우리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가 미처 인식하기도 전에 디지털 기술은 급속한 속도로 가정에 파고들었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디지털 기술은 자녀들의 습관 형성과 두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주의력과 관련해 여러가지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다.

루시 조 팰러디노 박사는 스마트폰 사용 등 아이들의 디지털 습관을 주로 주의력의 관점에서 살피고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팰러디노 박사는 시도 때도 없이 아이들의 주의를 낚아채는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 ‘주의력 날치기’의 유혹을 물리치는 바른 주의력 습관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디지털 기기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해결함은 물론,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장래의 성공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패러디노 박사는 일상에서 많이 관찰되는 주의력을 ‘자발적 주의’와 ‘비자발적 주의’로 나눠 엄연히 다른 종류의 뇌활동임을 지적했다. 그는 아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목표를 달성해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비자발적 주의가 아닌 자발적 주의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녀의 자발적 주의를 키우는 7단계 훈련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공감을 얻고 있다. 다음은 그의 최근 저서 ‘주의력 날치기(Parenting in the Age of Attention Snachers: A Step-by-Step Guide to Balancing Your Child’s Use of Technology)’에 나온 내용을 요약했다.

◇자발적 주의(Voluntary Attention)

사람은 주의력을 자신의 목적에 맞게 배분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데 이를 ‘전략적 주의 배분 능력’이라고 부른다. 이는 만족 지연, 충동 조절력, 자제력, 자기 통제력, 자발주의력, 인지 조절력이라고도 불린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주의/관심’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자발적 주의는 결국 디지털 기기를 스스로 끌 줄 아는 인지 조절력으로 다른 모든 학습 능력의 바탕이 된다. 특히 의지적인 행동으로 보인다. 수업에 주의를 기울일 때, 책을 읽을 때, 악기를 연주할 때, 운동에 몰입할 때, 앞에 앉은 사람에게 집중할 때 나타난다.

반면 비자발적 주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주의를 끌게 되는 것으로 피동적인 습관을 갖게 된다. 하루 24시간 내내 작동하며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긴급한 상황과 위협적인 소리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능력이다.

어린 시절 스마트폰 중독과 관련된 이론이 바로 뇌가소성이다. 특정 행동을 반복하면 거기에 맞게 뇌의 구조가 바뀐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뇌 가소성이 성인이 된 뒤의 뇌 가소성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 어릴 적 습관이 평생토록 잘 바뀌지 않는 이유이고 부모들이 자녀의 습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동기여야 한다.

◇자녀의 자발적 주의를 키우는 7단계 

디지털 사용에 따른 폐해로 지적되는 비자발적 주의를 이기고 자발적 주의를 키우는 방법을 루시 조 팰러디노 박사가 7단계로 제시했다.

1단계: 주의력에 관한 바른 인식과 태도를 가져야 한다. 부모는 자녀의 자발적 주의와 비자발적 주의를 구분해야 한다. 부모는 또한 자발적 주의에 대한 자녀의 저항을 예상해야 한다. 자녀가 게임기를 끄고 숙제를 시작하는 데 으레 저항이 있다. 부모는 자녀의 저항을 극복하고 자기 할 일을 시작할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저항은 당연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저항하는 아이가 아니고 저항 자체가 문제다.자녀의 나이에 적합한 계획과 창의적인 방법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전략적 계획을 세워라. 짜임새 있는 계획과 자녀의 노력을 지지하면 해결이 쉬워진다. 이런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부모가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자녀의 저항이 있을 때 부모가 맞받아치며 화를 내서는 안된다. 자녀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아야 하며 부모와 자녀는 ‘같은 편’임을 기억해야 한다.

2단계: 부모가 먼저 자발적 주의를 연습해야 한다. 부모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부모의 행동이 전하는 메시지에 유의해야 한다. 우선 자녀 앞에서는 이메일과 텍스트 확인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하라. 자녀의 이해를 구하고 잠시 자리를 옮기는 등 몸으로 메시지를 전하라. 자녀는 부모도 하지 못하면서 자기에게만 강요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타인을 따라하도록 만들어진 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디지털 화면에 얼굴을 박고 있으면, 자녀도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자녀와 함께 있는 곳에서 자발적  주의를 연습하라. 역시 자녀가 있는 데서 TV를 보지 않는 등 부모도 자발적 주의를 연습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아울러 자녀가 옆에 있지 않아도 자발적 주의를 연습해야 한다. 자녀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은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아 자녀가 바로 안다.  
3단계: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3R을 연습해야 한다. 3R은 러닝(running,운동), 사색(reflection), 스크린 타임 다시 생각하기(Rethink screentime)이다. 운동은 체력 강화만을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러닝은 뇌의 판단력을 향상시키는데 필요하다. 아이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라. 불필요한 경쟁을 하지 마라. 자녀와 함께 운동하라. 원하는 운동을 자녀가 결정하게 하라. 부모 먼저 신체를 단련하라. 만보계를 준비하라. 야외 놀이를 자주하고 자연에서 즐기라. 사색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한 것이다. 고요한 사색의 가치를 인식하라. 아이 스스로 지루함을 견디게 하라. 마음챙김을 해보라. 적극적 경청을 가르치고 연습하라. 자녀의 책 읽는 뇌를 이해하라. 화면을 대충 훑는 것과 생각하는 독서는 다른 활동임을 알게 하라. 또 책 읽는 기쁨을 아이와 나누라. ‘스크린 타임 다시 생각하기’는 건전한 디지털 문화를 배우게 하는 것이다. 훌륭한 ‘디지털 시민’으로 키워야 한다. 디지털 기기가 학습 도구인지 놀이 도구인지 구분해 주라. 자녀와 ‘함께’ 디지털 규칙을 만들라. 화가 나도 바로 “안 돼”가 아니라 “그래, 하지만 ……한 뒤에”식으로 물러서 여지를 남겨줘라.  

4단계: 디지털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도우라. 우선 가상이 아닌 현실에서 아이의 소질과 적성을 찾아 키워주라. 아이가 가진 독특함을 인정해주라. 디지털 미디어는 현실 도피의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 현실 세계로부터 도망갈 필요가 없게 하라. 디지털 기기로 아이의 흥미를 자극하고 지지하라. 디지털에 관심 있는 자녀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라. 아이가 정한 목표를 강화해주라.  

5단계: ‘생각은 자녀처럼, 행동은 부모답게’ 하라.

6단계: 집중력을 키우는 가정 분위기를 만들라. 잠이 우선이다. 나이에 맞게 최소한의 수면시간을 지켜줘야 한다. 디지털 사용에 분명한 규칙과 제한을 정하라. 가족이 함께 식사하라. 자녀와 함께 게임하라.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라.

7단계: 부모 스스로를 격려하고 더 센 주의력 날치기에 대비하라. 아이가 기울이는 노력을 인정해주라. ‘나쁜 선택’이 아닌 ‘좋은 선택’에 초점을 맞추라. 주의를 지속하는 정신적 도구를 쥐어주라. 미래의 혁신적 디지털 기술에 대비하라. 주의 날치기를 얕잡아 보지 말라.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길러주라. 아이가 디지털 활동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알라. 아이 스스로 디지털 사용법을 찾게 하라. 당신의 자녀는 학교에서 어떤 컴퓨터 기술을 배우는지 파악하라. 자녀와의 의사소통 라인을 열어놓으라.

◇스마트폰 없이도 잘사는 자녀

자녀가 스마트폰 없이 잘 성장하는 데는 결정적으로 부모의 역할이 가장 크다.

첫째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해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부모가 자발적 주의를 키워야 한다. 부모가 먼저 변하지 않으면 자녀가 현재와 다르게 바뀌도록 가르치는데 한계가 있다. 자녀는 부모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배운다. 둘째 최소한 자녀의 디지털 활동을 아무렇게나 방치하는 일만은 하지 말자. 어떤 디지털 활동을 하는지 살피고 최대한 곁에서 함께 활동해주자. 부모의 관심과 사랑은 자녀가 디지털 의존증에 빠지지 않는 훌륭한 보호막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셋째, 자녀는 아직 자신의 생각에 관해 생각하는 ‘상위 인지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빠져 있느라 내가 지금 하지 않고 있는 건 뭐지?라고 스스로 질문하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 넷째, 아이가 극복하고 이겨낼 거라는 믿음을 갖고 지지해주자.

장병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