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지도, 독서 클럽…다시 봉사활동하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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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커버스토리 | 한인 학생 클럽의 다양한 봉사활동

코로나19팬데믹 속에서도 한인 학생들의 봉사활동 정신은 계속 성장하고 있었다. 그동안 타인종 학생들을 위해 무료로 투터링을 하거나 홈리스를 위한 봉사활동, 거리청소 등의 활동을 펼쳤던 이들은 코로나19로 학교 문이 닫힌 후 활동을 중단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아이들이 다시 바삐 움직이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들은 화상으로, 또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다시 조금씩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어떤 단체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소개한다. 아직움츠리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면 이들 단체의 문을 두드리고 동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팬데믹으로 온라인에서 봉사활동합니다” 시니어 안내 책자 만들고 리더십 지도까지 다양

HTSF, 구글미트 가이드북 제작
러브인뮤직, 온라인 무료 악기 레슨
파바월드, 리더십 향상 활동 주력

◆홉앤탤런트셰어포프렌즈(Hope and Talent Share for Friends·HTSF)

코로나19팬데믹으로 가장 소외된 층은 바로 시니어들이다. 컴퓨터가 자유로운 학부모들이나 중년층과 달리 70대들은 이메일을 보내거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해 전송하는 과정조차 쉽지 않다. 이들을 위해 홉앤탤런트 학생들은 인터넷 프로그램 사용법을 한국어 설명한 책자를 만들었다.

구글미트 한국어 안내 책자를 발간한 홉앤탤런트셰어포프렌즈의 회원들이 책자를 들고 서 있다. 왼쪽부터 이튼 이(헤리티지오크 사립학교 7학년), 아이작 김(헤리티지오크사립학교 7학년), 케이트 정, 오스틴 김 회장, 미첼 정(페어팩스 고교 11학년), 김종현, 에드워드 이(폴리테크 고교 10학년).

HTSF는 평소 매주 토요일 새벽마다 LA다운타운과 맥아더파크 등지에서 노숙자들을 위해 곡을 연주하고 아침을 나눠주는 봉사를 하고, 방학 때에는 노인 아파트를 다니며 무료로 컴퓨터 활용법을 가르쳤으며, 학업이 떨어지는 친구들에게 무료로 수학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해왔다. 특히 2009년부터 시작된 블리스 유스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노숙자 음악 봉사자들이 많아지자 정기연주회와 자선 연주회 등을 열고 기금을 모아 필리핀에 있는 ‘빠야따스’ 어린이들을 지원해왔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활발히 하던 이들에게 팬데믹 시간은 지루하고 답답할 수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HTSF에서 활동했다는 오스틴 김 회장도 “밖에 마음대로 나가서 봉사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게 답답하다. 가만히 있기 보다는 지금 이 시각도 소중하게 사용하자고 회원들과 아이디어를 모았는데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만든 책자는 ‘구글 미트’ 사용법(사진). 평소 학생들이 가진 재능을 사회봉사 활동을 통해 필요한 곳에 나누자는 취지로 2013년 설립된 단체의 취지를 살려 8명의 한인 학생들은 각자 역할을 나눠 가이드북을 제작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시니어들에게 컴퓨터 활용법을 가르치면서 문의받은 내용을 토대로 구성했다”며 “시니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게 구글 이메일 계정을 만드는 것이다. 구글 미트는 우리 또래들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화상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한인 노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책자 디자인과 편집은 에드워드 이군이, 번역은 케이트 정양과 김종현(영어명 랜디)군이 각각 맡았다. 각자 자신 있는 재능을 선택한 것이다.

중학생 학생들도 힘을 보탰다. 헤리티지오크스쿨 7학년인 이튼 이군은 “아직 어려서 많은 일은 하지 못했지만, 옆에서 조금씩 도왔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번역을 담당했던 미첼 정군은 “시니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코로나로 많이 힘드시겠지만 힘내시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문의: (213)675-5149

◆러브인뮤직(Love in Music·loveinmusic.org)

이작 진(아래)씨가 에밀리 허난데즈양에게 온라인으로 첼로를 가르치고 있다. 고등학생 때부터 UCLA를 졸업한 후에도 계속 첼로를 가르치고 있는 진씨에 3년째 레슨을 받는허난데즈양은 현재 아처고교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러브인뮤직 제공]

저소득층 타인종 학생들에게 무료로 악기를 가르치는 한인 학생 클럽 ‘러브인뮤직’도 최근 원격 레슨을 시작했다. 러브인뮤직 회원 학생들은 팬데믹 전까지 토요일마다 LA와 가디나, 샌타애나 등 3개 지역에서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바이올린이나 플루트, 기타, 피아노까지 다양한 악기를 가르쳐왔다.

팬데믹으로 6개월을 꼼짝 못 했던러브인뮤직은 화상 프로그램을 통한 온라인 수업이 정착되자 지난 6월부터 봉사 대상 학생들과 가정에 연락해 온라인 레슨으로 봉사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이사진들이다. 이영화 사무국장은 “악기 교육은 배우다가 중단하면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팬데믹으로 모든 일상이 달라졌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교육만큼은 중단할 수 없다는 생각에 온라인 레슨으로 전환하는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레슨이 쉽지만은 않다. 지도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준비하는 데에만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레슨받는 아이들에게 악기를 무료로 대여하는 방식도 고민해야 했다. 게다가 화상으로 만나 학생들을 만나도 악기 음을 튜닝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회원들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튜닝 앱과 채팅 프로그램 설치법을 일일이 설명해가며 비대면 레슨을 준비했고 지난 10월부터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피아노, 트럼펫 등 6개 악기 수업을 시작했다. 지역별로는 LA에서 10명, 샌타애나는 33명, 가디나는 5명이 가르친다.

이 사무국장은 “봉사자와 수혜자가 지정된 시간과 장소에서 만나 진행해온 전형적인 커뮤니티 봉사가 팬데믹을 겪으면서 장소의 제한을 뛰어넘었다”며 “미 전역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봉사활동의 범위가 커졌다. 필요한 한인 학생들의 봉사활동이 앞으로 지역주의를 넘어서 인종화합의 길을 여는데 초석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러브인뮤직은 현재 음악을 가르칠 봉사자와 악기 기증자를 찾고 있다.

▶문의: (213)500-9533, loveinmusic2007@gmail.com

◆파바월드(www.pavaworld.org)

환경보호와 커뮤니티 봉사에 앞장서는 한인 커뮤니티의 최대 청소년 단체인 파바월드의 경우 온라인 리더십 콘퍼런스를 주최하는 등 회원 학생들의 리더십 성장을 돕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활동은 버추얼 마라톤. 참가자 스케줄에 맞춰 마라톤을 완주하는 행사로, 앱을 이용해 자신이 달리기한 시간과 마일을 기록해 풀 마라톤 코스인 23.2마일을 완주하는 방식이다. 달리고 걸으면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은 최근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인종차별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

또 다른 활동은 무료 학업 지도. 고등학생 봉사자들이 학업 성적이 떨어진 저학년 학생들의 공부를 돕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파바월드 회원이 아니라도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재 튜터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팀만 16개에 달한다.

또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연결해주는 멘토링 프로그램 ▶물병 등 재활용품을 모아 기금을 만드는 리사이클 프로그램 ▶집에서 버리는 티셔츠나 남은 천으로 강아지 장난감을 만들어 관계기관(SPCALA)에 전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 학년별로 구성된 북클럽도 운영하는 파바월드는 저학년 어린이들을 위해 동화책을 읽어주는 동영상을 제작하고 K-팝을 알리는 댄스 수업 등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주중앙일보가 주관하는 ‘에세이 대회’에 후원단체로 참여해 수상자 5명에게 장학금 100달러씩 제공할 예정이다.

또 오늘(31일)도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인 주요 단체장들을 초청한 청소년 리더십 콘퍼런스를 연다. 스피커로는 UC 리버사이드 김영옥대령연구소장 장태한 박사,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 스티브 강 디렉터, 차병원 최고운영책임자(COO) 레이 한 대표, 한인의대생협회장이자위장 내과 전문의 앤드류 김, 마이크로 소프트 생산 매니저이자 파바월드 졸업생 출신인 제이슨 이씨가 나와 한인 청소년들의 정체성 확립과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제이미 정 사무국장은 “팬데믹이지만 학생들이 다양한 시각을 갖고 리더십을 키울 수 있도록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며 “또한 경험을 쌓고 이를 토대로 사회에 기여하는 학생들을 배출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명원식 회장은 “팬데믹으로 요즘 청소년들은 불안한 미래를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연사들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통해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2년 비영리단체 승인을 받은 파바월드는 LA, 샌퍼낸도밸리, 샌디에이고에 이르기까지 600명 이상의 회원을 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과 멕시코에 지부를 창설했으며, 올해는 뉴저지에 추가했다.

장연화 기자
▶문의: (213)252-8290, pavaworldg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