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자리 잡았지만 학업수준 떨어졌다

0
266

FOCUS | 올해의 10대 교육 뉴스
펠그랜트 자금 증가ㆍDACA 지원 기대
SAT 도입ㆍ스포츠 활동 재개 등 주목

새롭게 바뀌는 2021년

며칠만 지나면 2021년을 맞는다. 올해 가장 눈길을 끌었던 교육 기사는 무엇이었을까? 단연 대입시험(SAT/ACT) 관련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던 3월부터 미 전역의 학교가 폐쇄되면서 대입시험 관련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됐고 결국 대학들마다 SAT나 ACT 점수 제출 항목을 취소했다. 그외에도 올 한해 학부모들의 눈길을 가장 많이 사로잡은 뉴스를 정리했다.

▶원격수업

학교 없는 교육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팬데믹으로 갑자기 시작된 원격수업은 처음에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잘 연결되지 않는다는 기술적 문제부터 화상수업 중간에 포르노 사진이 보이는 등 황당한 사고들이 생겼지만 10개월이 지난 지금은 초등학교 저학년생들까지 화상수업에 익숙하게 만들었다.

미국에서 두번 째로 큰 교육구인 LA통합교육구(LAUSD)의 경우 전 학생에게 크롬 노트북을 배포하는 한편 저소득층 가정은 저렴한 요금으로 인터넷을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그러나 원격수업은 여전히 학교와 학부모가 갈등하는 요소다. LAUSD는 봄학기를 원격수업으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대학들은 가을학기부터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안을 준비하고 있다.

▶학업수준 저하

예상대로 원격수업의 결과는 전반적인 학습 손실과 학습 격차로 나타났다.

컨설팅 기업 매킨지 앤 컴퍼니가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 올 가을 수학 과목에서 예상 수준을 따라잡는데 최소 12주가 걸린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4학년과 7-8학년 학생들은 11주 뒤처졌고 2-3학년 저학년 학생들은 4-7주가 더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킨지는 미국 25개주 수십만 초등학생들의 올 가을 성적과 작년 유사 시험 결과를 비교 연구한 결과 원격수업 도입후 학력 저하 현상은 뚜렷해졌다. 매킨지가 사용한 건 유치원생부터 중학교 2학년생까지 전체 학생들의 약 30%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학력 평가 시험 결과다.

매킨지는 원격 수업을 받았던 초등학생들이 수학에서는 약 3개월, 영어 읽기에서는 1달 반 정도 진도가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매킨지 보고서 외에 비영리 교육평가 기관인 노스웨스트평가회(NWEA)의 최근 연구결과도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3학년~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수학 점수를 평가한 결과 지난해에 비해 점수가 5~10% 떨어졌다.

매킨지는 학업 손실 및 격차를 만회하려면 고강도 개인교습 및 여름학교 프로그램이 필요하나 수백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도 내놨다.

▶대학 지원율 감소

학업 손실 및 격차는 대학 지원율 감소로 이어졌다. 연방교육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 가을 학기에 연방 학자금 지원을 신청한 학생수가 작년 대비 16% 줄었다. 특히 히스패닉을 비롯한 저소득 계층 학생들의 신청이 크게 떨어졌다.

미국 대학의 학부생 등록은 작년 가을에 비해 3.6% 감소했다. 반면 대학원 입학은 3% 이상 증가했다. 팬데믹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커뮤니티 칼리지들이다. 재학생 대부분이 경제적 이유로 2년제를 택하거나 미래의 취업을 위한 징검다리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입학 규모가 팬데믹 전후의 차이가 크다. 연방 통계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입학률이 10% 감소하고 신입생 수도 20% 이상 감소했다. 이밖에 해외에서 공부하기 위해 미국 대학을 찾는 유학생 규모도 예년보다 15% 가까이 줄었다.

▶SAT 면제

주요 명문 대학들이 지원자격 요건으로 내세우던 SAT 점수 제출 항목이 팬데믹 이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SAT 점수 면제 조항을 채택하는 대학 수는 팬데믹 이후 900여 곳이 넘는다. 이 명단에는 캘리포니아주의 주립대인 UC도 포함돼 있다.

UC의 경우 전임 총장이었던 재닛 나폴리타노가 앞장서서 SAT나 ACT 점수를 입학 요건으로 단계별로 없애는 조치를 취했으나 팬데믹 이후 불평등을 이유로 제기된 소송에서 패소한 후 아예 이 조항을 없앴다. 이후 대입 점수가 없거나 낮아 대입지원을 미뤘던 저소득층 학생들이 UC 지원에 몰리고 있다. UC에 따르면 올해 마감된 내년도 가을학기 지원서만 20만 건이 넘게 접수되는 기록을 세워 내년도 입학 경쟁률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단된 스포츠 경기

팬데믹으로 스포츠 경기가 취소되면서 당장 스포츠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하려던 고등학생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대회가 없으니 기록을 남길 수도 없고, 학교와 실내 연습장이 문을 닫아 연습할 곳도 사라졌다.

이는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대학스포츠협회(NCAA)가 ‘3월의 광란(March Madness)’ 대학 농구 토너먼트를 취소한 후부터 대부분의 대학들이 가을 스포츠 대회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아이비리그는 이미 적어도 2021년 2월 말까지 봄 스포츠 대회를 연기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커져 학교들은 코치와 감독을 해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스탠퍼드대학의 경우 펜싱팀을 없애 소속 팀원들은 갈 곳을 잃고 뿔뿔이 흩어졌다.

▶대학 폐쇄

재정이 악화돼 문을 닫는 대학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일리노이에서는 맥머레이 대학이 문을 닫았고, 로버트 모리스 대학교는 루스벨트 대학교로 통합되었다. 포틀랜드에 있는 콘코디아 대학교도 문을 닫았고, 위스콘신주의 홀리 패밀리 칼리지와 호프 국제 대학의 네브래스카 크리스천 칼리지도 문을 닫았다. 오하이오에서는 프랭클린 대학의 분교인 우르바나 대학이 4월에 학교를 그만둔다고 발표했다.

학생이 줄면서 등록금 규모가 작아지고 정부 지원금과 기부금도 감소하는 악순환에 적지 않은 주립대학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UC는 학비 인상안을 검토중이다.

또 운영비를 절감하기 위해 임금을 삭감하고 정리해고 등의 조치를 취하는 대학들도 늘고 있다. 비교적 재정이 탄탄한 아이비리그도 일반 직원들의 정리해고를 진행중이나 앞으로 교수진들까지 확산될 수 있다.

▶유학생 단속

지난 7월 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만 하는 학교에 등록한 등록한 F-1(학위) 및 M-1(직업교육) 비자 소지자의 미국 체류와 신규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는 새 정책을 발표해 대학들의 반발을 샀다.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학에 9월 정상 개학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됐지만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고 많은 대학이 가을 학기에도 온라인 강의만 하기로 결정해 100만명 이상의 외국 유학생들이 추방되거나 입국 거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당장 하버드와 MIT 등이 법원에 정책 집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궁극적으로, 백악관 행정부는 이 정책을 폐지했지만 온라인 또는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운영하는 대학에 다니던 유학생들에게 큰 우려와 혼란을 야기했다.

현재 미 대학에 새로 등록하는 외국 유학생들은 최소 1과목 이상의 대면 수업을 들어야 입국이 가능하다. 온라인으로만 전 과목을 수강할 경우 미국 입국 비자 발급이 불허되고 있다. 이 규정은 이미 미 대학에 다니고 있는 기존 유학생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 유학생의 경우 대학이 온라인 수업만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입국이 허용된다.

▶코로나와 싸우는 대학들

팬데믹이 심각해지면서 코로나19와의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최대한의 지원과 자원을 동원한 최초의 기관들이 바로 대학들이다. UC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은 교수 연구 전문 지식의 형태든, 캠퍼스 시설을 응급 의료 시설로 전환하든, 학생 자원 봉사자들의 동원 및 의료용품 공급 등을 위해 앞장섰다. 또한 대부분의 캠퍼스 지도부는 하나의 목소리로 학생들의 지원안을 발표하는 등 앞장서서 미국 시민들의 동요를 막아냈다.

▶학생운동과 시위 확산

올해는 대학생 뿐만 아니라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해였다. 1960년대 흑인 민권운동 이후 이처럼 대규모 학생 시위가 일어난 건 처음이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당시 46세) 사망사건 이후 학교마다 흑인 인권과 인종차별에 대한 이슈를 다뤘다.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대학 건물 이름과 동상들이 철거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2020년 대통령 선거는 고등교육에 중대한 결과를 가져왔다. 대부분의 대학 지도자들은 조 바이든 당선인이 학생 대출 채무 경감 및 취소, 펠그랜트 자금 증가, 2년제 대학 자금 증가, 영리대학 통제, DACA(추방유예) 학생들에 대한 지원 확대 등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더 진보적인 고등교육 의제를 내세우고 있어 바이든의 당선을 환영하고 있다.

최근 초대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한 라틴계인 미겔 카도나(사진) 코네티컷 교육위원도 그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이민자 가정 출신에 공립학교 교사 출신인 카도나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해야 했던 학교의 문을 다시 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카도나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이민자 부모를 따라 미 코네티컷주에 정착했으며 대학 졸업 후 공립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28세 때 코네티컷주에서 최연소 교장이 됐고 2012년에는 주 내 ‘올해의 교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부교육감을 거쳐 코네티컷 교육위원으로 활동했다.

장연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