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 “공부 압박 스트레스” vs 부모들 “말대꾸 등 적응 안돼”

0
275

중앙일보·USC 공동 기획(3) 힐링 캘리포니아 프로젝트
한인 부모·자녀 마음건강 좌담회

한국서 온 부모와 미국서 큰 자녀 인식차이 커
“마음 공감 절실해요” vs “무조건 공부 잘해야”

좌담회에 참석한 한인 청소년들과 부모들이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장연화 기자

◆ 좌담회 참석자

*청소년 패널: 김이룬(크레센타밸리 고교 12학년, 13세 때 미국 이민), 올리비아 소(하버드-웨스트레이크 11학년, 2세), 이안 홍(로욜라 고교 11학년, 2세), 알렌산드리아 정(그라나다힐스차터스쿨 11학년, 2세), 그레이스 송(월터리드 중학교 6학년,2세 )

*학부모 패널: 양유진(자녀 11학년, 가정주부), 줄리아 정(자녀 대학 1학년, 10학년, 5학년, 소셜워커), 송인서(자녀 6학년, 목사), 리디아 윤(자녀 8학년, 2학년, 자영업자)  


지난 3월 16일 본지는 한인 청소년 봉사단체 ‘NYCC(National Youth Community Center)’와 함께 ‘한인 부모-자녀 마음건강 좌담회: 서로의 마음 이해하기’를 진행했다. 이민1세 부모와 2세 자녀 사이의 가치관 충돌과 갈등을 짚어보고, 세대 간 이해의 폭을 넓혀보자는 취지다.

이날 보여준 청소년과 부모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자녀들은 부모의 헌신에 고마워했지만, 공부 외 다른 삶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습에는 서운함을 내비쳤다. 반면 부모들은 자녀가 미국에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공부가 우선이라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세대 간 이해의 접점은 없을까. 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가장 큰 스트레스 ‘공부’

이안 홍: “공부 스트레스가 매우 심해요. (한인 부모들이) 또 주변 친구들과 비교하는 문화가 너무 싫어요. 엄마 아빠가 어려운 형편에서 컸고, 그런 모습은 내게 물려주지 않길 바라기 때문에 공부를 강조한다는 것은 알죠. 하지만 타인종 친구들은 학교에서 자유롭고 노는 시간도 많아요. 내가 친구들과 한 번만 놀아도 부모님은 놀지 말고 공부하라고 한다니까요.”

알렉산드리아 정: “부모님이 나를 좀 믿어주면 좋겠어요. 친구들과 도서관에서 4~5시간 공부를 해도 엄마는 ‘친구랑 놀고 왔느냐’고 해요. 반발심이 생겨요.”

줄리아 정: “아이가 친구를 만날 때 ‘그 아이는 공부를 잘하니?’부터 묻게 된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면 오케이다. 하지만 아이의 친구가 공부도 못 하는데 행동도 불량하면 긴장된다.”

리디아 윤: “학생은 학생답게 공부를 (잘)해야 한다. 특히 우리 아이들이 소수계라는 걱정이 있다 보니 아이에게 ‘공부를 잘하고 실력을 갖추면 어디 가서든지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다’, ‘네가 커서 원하는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는 공부가 결정한다’는 말을 항상 한다.”

▶ 내 친구 vs. 네 친구

줄리아 정: “첫째, 둘째가 딸이다. 어느 날부터 애가 옷을 이상하게 입고 다니는 데 불안하다. 친구 영향인 듯해 ‘그 아이와 조금 멀리하면 안 될까’ 말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 배꼽을 내놓는다든지, 탱크톱을 입고 다니면 ‘불량학생, 문제아’라는 선입견이 있다.”

이안 홍: “우리 엄마는 내가 친구와 지낸 일을 말하면 무조건 ‘그 아이는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먼저 물어봐요. 그걸 왜 물어보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리디아 윤: “편견이 조금 있다. 경제 사정이나 사회 분위기가 어려운 나라에서 온 이민자 가정의 친구와 우리 아이가 어울리면 불안한 마음이 있다.”

올리비아 소: “미국 친구들은 다양한 배경을 지녔어요. 그 친구들도 부모의 사랑을 받아요. 한인 부모님이 친구들을 편견 없이 봐주면 좋겠어요.”

▶ 말대꾸 vs. 질문

김이룬: “한국에서는 어른에 대한 예의를 중시하고 주입식 교육을 해요. 그래서인지 부모님은 말대꾸(Talk back)를 반항이나 무시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미국은 부모와 자녀가 친구처럼 평등하고 선입견이 없어요. 미국 친구들은 부모님과 토크 백을 많이 하고, 미국 부모님도 자녀 말을 잘 들어줘요.”

줄리아 정: “자녀의 말대꾸가 반항으로 느껴진다. 아이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해줬으면 좋겠다.”

이안 홍: “한인은 밥상 예의를 중시해요. 나는 조용히 밥만 먹고 가족과 말은 안 해요. 그게 습관이 됐는지 학교에서도 웬만하면 말없이 그냥 참고 넘어가곤 해요. 미국 친구 집을 놀러 갔는데 친구가 부모와 밥 먹을 때 대화를 많이 하는 걸 보고 부러워한 적이 있어요. 우리도 집에서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며 식사하면 좋겠어요.”

리디아 윤: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의견을 낸다. 엄마가 맞다고 해도 자꾸 말대꾸하니 서로 부딪친다. 그러다 보니 관계도 나빠진다. 나중에서야 아이들이 (표현을 중시하는) 미국식 교육을 받는다는 걸 깨달았다.”

송인서: “아이가 말대꾸하면 ‘엄마 아빠는 네 친구가 아니야’라고 약간 윽박지를 때가 있다. 우리 부부는 유학생 출신이다. 미국 청소년기 경험이 없으니 미국식 부모 교육이 조금 어렵다.”

알렉산드리아 정: “한인 부모님과 우리는 ‘마인드 세팅’이 다른 것 같아요. 한인 부모님은 자녀보다 더 위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미국 스타일은 모두가 ‘동등해요’. 우리가 말대꾸하는 것은 싸우자는 것이 아니에요. 서로의 소통이 중요한 것 아닌가요. 부모님이 무엇을 이야기하면, 그에 대한 내 의견을 표현하는 거예요.”

▶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

올리비아 소: “무슨 대화를 해도 아빠는 충고를 너무 많이 하려고 해요. 엄마는 내 감정을 이해해주는 마음이 부족한 것 같아요.”

알렉산드리아 정: “부모님은 우리 상황을 잘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요. 때론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니까요. 해결책을 주려고 하지 말고, 일단 들어주면 좋겠어요. ‘저스트 리슨!’ 그다음에 친구 이야기, 오늘 겪었던 이야기를 물어봐 주세요.”

이안 홍: “우리는 매일 공부만 하는 기계가 아니에요. 부모님과 인생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공부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지내는지 우리가 무엇을 하면 기쁜지 등을 묻고 신경 써주면 좋겠어요. 아빠랑 스포츠 이야기할 때는 즐겁거든요. 그리고 부모님이 원하는 모습을 우리에게 강요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원하는 꿈과 인생을 살라고 하면 좋겠어요.”

김이룬: “우리가 겪은 일을 이야기하면 평가 대신 ‘너는 어땠니?, 그런 일을 경험해서 좋겠구나’ 공감해주면 좋겠어요.”

▶ 자녀에게 하고 싶은 말

줄리아 정: “타인종 엄마들은 자녀와 밥 먹으며 직장,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다 한다. 하지만 한인 등 아시안 부모는 공부에 관심이 많다. 밥 먹으며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공부, 성적’ 이야기로 빠진다. 자녀와 대화는 부모님 잔소리, 간섭의 시간이다. (웃음) 엄마는 감정적으로 단정 짓고, 아빠는 해결책을 정해주려고 한다. 세대차이인지 문화차이인지 모르겠다.”

리디아 윤: “미국에서 자녀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해야 하는데 … 우리는 한국에서 교육받았고 그 문화를 미국에 가져왔다. 동등한 인격체란 생각이 어렵다.”

양유진: “내가 겪은 어려움을 아이들은 안 겪었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가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은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있다. 부모의 믿음과 관심을 잘 따라오면 좋겠다.”

송인서: “부모가 실수도 잦지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녀를 위해 희생한다는 점을 알아주면 고맙겠다. 아시안 문화가 가족을 중시한다. 한인의 좋은 문화를 이해하고 잘 간직해 달라.”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