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에 상륙한 지 9개월이 지났다. 화상수업을 성공적으로 지속하기 위해서 쉴틈없이 새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하는 교사들에게 새삼 고맙다. 특히 ‘Teaching is a work of heart’라는 모토 아래 헌신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챙겨주는 교사들에게는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
하루 몇 시간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서 과제물을 읽고 배워야 하는 학생들에게 집중력은 필수다. 그러나 공부 잘하는 것에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직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다.
교생을 지도하는 지도교수의 입장에서 나는 예비교사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점이 있다. 준비 없이 대강 넘어가려는 마음가짐은 절대로 금물이라는 것이다. 밤을 새어서라도 학생들을 위한 교안을 작성하는 것이 교사의 기본 의무이다.
일반적으로 다인종, 다문화 지역의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사들은 효율적인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전 학급학생을 우수그룹, 중간그룹, 개선이 필요한 그룹, 영어미숙 그룹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이 4개 그룹이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하도록 교사는 단계적인 교안을 짜서 가르쳐야 한다. 온라인 수업이 시작된 후 한가지 어려운 도전은 교사가 최선을 다해서 가르쳐도 온라인 수업이라는 환경 때문에 학생들의 열성이나 태도, 또는 과제에 대한 반응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어려운 점은 학생들이 시험을 보는 동안 카메라를 꺼두는 걸 허용하는 방침이다. 시험치면서 혼자서 문제를 풀었는지, 또는 부모의 도움을 받았는지 알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정직을 가르치고 실천하라는 의도에서 시험도중 카메라를 꺼 놓는다는 규정이지만 어떤 시점에서 이 규정의 효과를 점검해 보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12월에는 보통 학생들이 교실에서 부모님께 드리는 간단한 선물을 준비하고, 교사는 학생들을 위해서 사랑의 선물을 준비한다. 현재와 같이 화상수업의 시대에서는 이런 전통적인 선물교환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래서 금년 크리스마스에는 ‘정직’ 을 선물로 주고 받는 것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본다. 자녀가 방 청소, 서랍정리, 설거지하기, 쓰레기통 내 놓기, 애완견 돌보기, 개 오물 치우기 등의 집안일을 했다는 리스트를 만들어서 부모님께 선물로 드리고, 부모님은 아이가 리스트를 정직하게 만들었나 체크해서 칭찬하는 카드를 아이들에게 주면 어떨까 하는 제안이다.
오래전 내가 현직 교사였을 때, 한 학생의 정직한 대답 때문에 교사인 내가 곤란한 입장에서 벗어났던 일화를 소개한다. 그해 열렸던 스펠링 비 대회에 참여하는 학생 5명을 반에서 선출했는데, 이 5명 안에 들지 못한 학생의 엄마가 교감에게 항의를 했던 것이다. 어느 날 교감이 자기 사무실로 오라고 해서 무슨 일인가 하고 갔더니 학부모 한 분이 앉아 있었다. 사연은 자기 아들이 공부도 잘하고 스펠링에도 자신이 있는 학생이었는데 왜 대회 참석자에 뽑히지 못했느냐는 항의성 방문이었다.
교감은 학생을 불러서, “선생님이 너에게 뭐라고 하시면서 너를 뽑지 않았느냐?” 물었다. 나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학생이 “선생님이 내가 실력은 있는데 아직 대회에 나갈 준비가 덜 되었다고 말씀하셨다”고 대답했다. 학생은 화난 엄마를 아랑곳 않고 정직하게 대답했다. 나는 너무 기뻐서 학생을 안아주고 학생의 엄마와 악수하면서 훈훈하게 상담을 마쳤다. ‘잘못과 실수를 할 때마다 정직하게 말하면 모두 용서가 된다’고 교실 벽 한쪽에 걸어놓은 규칙을 이 학생은 실천한 것이다.
정직은 교육의 기본적 목표 중 하나다. 요즈음처럼 여러 어려움이 겹쳐 있는 시기일수록 학생들에게 정직의 가치를 가르치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정숙 이사 / 한국어진흥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