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칼럼] 이유 있는 UC의 지원서 조사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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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 Angeles] 입력 2022.11.29 18:41 수정 2022.11.29 19:41

시험 부정행위를 예전에는 ‘커닝’이라고 했다.  ‘교활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 ‘커닝(cunning)’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인데 영어에서는 ‘치팅(cheating)’이라는 단어를 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부정행위를 가리키는 뜻이다.  

시험 부정행위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다. 한국에서는 조선시대 이전부터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예전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과거에 응시한 선비들이 돈으로 답안지를 사거나 대리시험을 봐 줄 사람을 구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드라마 속 얘기이긴 하지만 실제로도 그랬을 것 같다.

종종 뉴스에 등장하는 시험 부정행위 사례들을 보면 명문 학교 재학생들이 성적을 올리기 위해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상상도 하지 못할 방법까지 동원할 때가 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같은 시험을 앞두고 예상 질문과 답을 책상에 적어놓거나 손바닥 등에 빼곡하게 적어두는 건 기본이다. 시험장에 몰래 반입한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정보 교환을 하는 경우도 있다. 아예 교사의 컴퓨터를 해킹해 시험문제를 빼돌리는 과감한 범죄 행위를 저지르기도 한다.  

부정행위는 어릴 때 한두 번 저지를 수 있는 일탈이라고 쉽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이런 부정행위가 대학과 연구실에서까지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명문대라는 하버드 학부과정에서만 지난해 100건이 넘게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하버드대에서 발간하는 신문 ‘하버드 크림슨’에 따르면 지난해 부정행위로 접수된 케이스는 사상 최대 규모인 138건으로, 이 중 27명의 학생이 부정행위로 퇴학을 당했다. 전년도의 8명에서 3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또 56명은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10명은 학사 경고를 받았다. 윤리와 도덕을 앞세우는 하버드대학에서 이 정도 적발됐다면 다른 대학들의 사정은 어떨지 알 만하다.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증가한 원인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꼽힌다.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시험도 온라인으로 치르다 보니 점수를 올리고 싶은 학생들의 부정행위에 대한 유혹도 그 어느 때보다 많고, 방법도 쉬웠을 것이다.

내년 가을학기 신입생과 편입생 지원서를 접수하고 있는 UC가 최근 지원자의 부정행위를 찾아내기 위해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지원서를 무작위 선택해 기재 내용에 대한 증거 제출을 요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매년 진행하고 있는 지원서 점검 절차라고 하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샘플링 대상을 더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배경은 역시 팬데믹이다. 지원자 자격에 SAT 점수 제출 항목을 없앤 후 에세이와 학교 안팎의 다양한 활동에 대한 심사 기준이 높아지면서 허위 정보나 가짜 서류를 제출하는 지원서가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 지원서 확인 작업을 강화하는 것이다.

UC는 샘플링에 뽑힌 학생들은 섹션별로 기재된 정보 중 한 개 섹션의 내용을 증명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특별활동 기록이나 아너(honor) 또는 수상 기록을 적었다면 원본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자원봉사 및 지역봉사 활동이나 방학 동안 파트타임으로 일했다면 관련 서류를 통해 대학 측에 사실임을 보여줘야 한다.  

정직하게 학문 탐구에 나서야 할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가짜 서류나 경력을 써내는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는 현실이 씁쓸하다.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어른들도 팬데믹 탓만 하는 궁색한 변명을 해서는 안된다. 

장연화 / 사회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