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 트렌드 분석… ‘종합 입학사정제'(Holistic Review) 적극 채택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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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ㅣ 입학사정 트렌드 분석


5년 전 비교해 에세이 질문 더 세부적
과외활동 통한 공동체 기여 설명해야
최신 입시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종합적 입학사정제는 다수의 대학으로부터 채택되어 대학 맞춤 인재 선발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종합적 입학사정제란

종합적 입학사정제란 문자 그대로 지원자의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신입생 선발 결정에 반영하는 것이다. 과거 GPA와 SAT 등 지원자를 수치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표준화된 척도에서 탈피하여 좀 더 세분화된 항목으로 지원자를 평가해 학교에 더 적합한 인재상을 선발하는 것이 종합적 입학사정제의 핵심 내용이다.

종합적 입학사정제는 과거 학급규모가 작고 지원자 숫자가 적은 사립대에서만 시행되던 입학 정책이었다. 표준화된 점수 외에 다양한 지원자의 배경을 검토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동이 투입된다는 단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원자들이 대학에 입학한 후 대학의 환경과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다음 학급으로 넘어가는 학생 유지율(retention rate) 개선을 위해 지원서 접수가 많은 대학에서도 종합적 입학사정제를 차츰 도입하기에 이른다.

지원자가 많이 몰리는 공립대에서는 UC계열이 약 10년 전 종합적 입학사정제를 최초 격으로 소개했다. ▶지원자의 고교 성적 및 과목 ▶개인적인 특성 ▶지원자의 대학에서 지적.문화적 활력 기여 가능성 ▶대입시험 및 AP 등 표준시험 성적 ▶학업 심화 프로그램의 성과 ▶그외 성취한 증거 ▶기회 ▶도전 부문으로 지원자를 평가하며 표준화 점수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일변도에서 벗어나 좀 더 지원자의 인간적인 배경을 고려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UC샌타바버러 리사 프제즈캅 입학국장은 종합적 입학사정제가 지원자뿐만 아니라 대학에도 신입생 선발과정에 있어 큰 장점을 가져다 준다고 평가했다. 프레즈캅 입학국장은 “입학사정제가 더 많은 인력과 노동이 투입이 되어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손해일 수 있지만 지원자들의 환경과 배경을 파악해 신입생들의 학업적 성공을 극대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어서 “또한 새로 입학할 학년들의 대중적인 필요 등을 사전에 예측하여 학교 지원책을 펼칠 수 있다”며 “예를 들면 UC샌타바버러의 2020-2021 신입생들을 살펴보면 팬데믹으로 인해 입학 원서에서 긴장감 또는 불안감이 많이 표출된 것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데 UC샌타바버러는 이러한 특징들을 살펴서 올 가을학기 입학하는 신입생들을 위해 학교 내 정신상담 창구를 더욱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종합적 입학사정제가 대학 측에 가져다주는 장점을 설명했다.

◆종합적 입학사정제 도입으로 질문도 바뀌어

소규모 사립대에서 UC계열로 이어진 종합적 입학사정제는 신입생 선발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며 미국 내 다수 대학들의 핵심 입학사정제로 채택되기에 이른다. 이미 종합적 입학사정제를 채택한 학교 내에서도 지원자의 환경과 배경을 탐색하는 과정이 더욱 더 구체적이고 개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해 주요 대학들의 입시 에세이 주제와 4-5년 전의 에세이 주제를 비교할 때 확연하게 드러난다.

2020-2021년 컬럼비아대는 입시 에세이의 주제로 ‘고교시절 좋아했던 과목수업이 요구했던 필독서 중에 지원자가 즐겨 읽었던 책은 무엇인가?’, ‘고교시절 수업 외 즐겨 읽은 책, 에세이, 시, 수필 등은 무엇인가?’, ‘자주 접하는 온라인 매체, 기사, 팟캐스트 등은 무엇인가?’, ‘고교시절 좋아했던 영화, 음악 앨범, TV쇼, 전시회, 수업, 이벤트 등은 무엇인가?’ 등 4개의 질문을 던졌다.

여기에 더해 ‘컬럼비아대에 왜 입학하고 싶은지’, ‘지원하는 전공과 관련된 경험을 한 적이 있는지’, ‘학창시절이나 과외활동 중 속한 커뮤니티에 기여한 경험이 있다면 어떤 기여를 했는지’ 등 짧은 에세이 질문까지 지원자들에게 물었다.

4년 전인 2017-2018년도 컬럼비아대 입시 에세이의 주제와 비교해봤다. ‘150자 내외로 지원자가생각하는 이상적인 대학 공동체’와 ‘고교시절 필독서’와 ‘수업 외 즐겨 읽은 책’ 등 2가지 질문 중 한 가지를 대답하는 총 두 개의 주제가 지원자들에게 주어졌다.

2020-2021년도 입시 에세이와 비교했을 때 문항 수에서 차이가 날뿐 아니라입시 질문들이 4년 전보다 훨씬 세부적이고 지원자 개인의 개성을 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적인 질문을 통해 학생의 ‘선호’를 탐색하는 것이다.

비단 컬럼비아대만의 변화가 아니다. 하버드, 펜실베이니아대 등 아이비리그를 포함해 다수 대학의 입시 에세이 주제가 과거의 기조를 유지하되 더 세분화되고 개인 맞춤 질문을 던지며 지원자 개개인의 특성 파악에 나서고 있는 추세이다.

여기서 개인과 세부적 질문에 가려져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지원자의 ‘기여’이다. 모든 대학이 학생의 음악, 예능, 음식, 독서 취향 등의 질문을 물으며 ‘개인’의 선호를 파악했다면 동시에 과거 활동한 봉사나 클럽활동 등의 과외활동을 통해 속한 공동체에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를 물으며 지원자의 ‘사회적 가치’도 함께 파악에 나서고 있다.

교육컨설팅 A1프렙의 라이언 이 컨설턴트는 “대학들은 결국 개인의 선호, 경험 등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으며, 앞으로 대학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개인적, 그리고 공동체적인 관점에서 평가하고 싶어한다”며 조언했다.

UC의 경우 2017년부터 ‘개인통찰질문(personal insight question)’을 도입하며 기존 지원자들에게 요구하는 입시 에세이를 대체했다.

8가지 질문으로 구성된 개인통찰질문을 통해 UC계열 대학들은 학생의 환경과 배경, 주요 관심사 등을 파악하여 신입생 선발에 반영한다.

프레즈캅 입학국장은 “예전부터 에세이가 지원자의 배경과 경험을 나누는 기회가 아닌 작문실력과 기술적인 부분을 채점하는 또 다른 표준화된 점수 시스템의 일환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고 이러한 것에 부담을 느끼는 지원자들을 고려하여 에세이가 아닌 개인통찰질문을 도입하며 시스템을 전면 수정한 것”이라며 “UC를 포함하여 다수의 대학들이 학생들의 표준화된 실력을 평가하기보다는 지원자의 환경과 경험을 나누는 ‘스토리텔링’에 더 집중하는 입시 지원 에세이를 요구하는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팬데믹 상황 속 종합적 입학사정제를 통해 SAT 점수 없이도 명문대에 합격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변화 가속화

종합적 입학사정제가 대학들의 주요 입학사정 시스템으로 자리매김 한데에는 코로나19도 크게 기여했다. 팬데믹으로 미국 내 많은 학생들이 SAT나 ACT를 치지 못하게 되며 다수의 대학들이 표준화 점수 제출을 의무화에서 ‘선택’ 또는 ‘폐지’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프레즈캅 입학국장은 “코로나19는 대학들이 신입생 선발 시 반강제적으로 지원자들의 표준화 점수 이외의 항목들에 더 많은 배점을 부여하도록 만들었다”며 “실제로 UC를 포함해 많은 대학들이 2020-2021년도 입시에서 SAT나 ACT 점수를 반영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표준화 점수를 반영하는 비중보다 그 외 항목들의 점수를 반영하는 비중이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SAT 점수 없이도 명문대에 합격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라크라샌터 소재 크레센타밸리 고교에 재학 중인 김솔미양(17)은 최근 스탠퍼드대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커뮤니케이션과 뇌과학 복수전공에 합격한 김 양은 스탠퍼드대에 SAT 점수를 제출하지 않았다. 주변 친구들처럼 타주에 가서 SAT 시험을 치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상황이 여의치 않아 시험 점수를 제출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배경을 극대화 하는 입시 에세이 작성에 집중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해 전국 대회 5등까지 입상했던 줄넘기 이력과 클럽활동 및 봉사 등 전공과 관련된 다수의 과외활동을 적절하게 활용하며 이러한 경험이 어떻게 스탠퍼드대가 찾는 인재와 부합하는지 설명했다. 결국 이러한 선택과 집중이 김 양에게 스탠퍼드대 합격이라는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김 양은 “GPA와 시험성적만 집중하는 입시 시스템이었다면 SAT 점수 미제출에 AP 점수도 평균 3-4점이었던 나는 분명 불합격했을 것이다”라며 “흔히 생각하는 명문대 입학 조건에 조금 모자란다고 생각했지만 학창시절에 활동했던 모든 경험을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에세이에 녹여낸 것이 합격의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