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자신감은 엄마와 같은 존재
우리 아이가 다른 사람 앞에 나서기를 싫어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가정환경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난번 칼럼에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난 칼럼보기)
이제 아이들의 진취성을 낮추는 두 번째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볼까 합니다. 그것은 바로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학습환경입니다. 그 가운데 특히 부모의 욕심으로 아이에게 연산을 많이 시키거나 과도한 조기 수학 선행학습이 아이들의 진취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임을 교육 현장에서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이들은 타고난 뇌성향에 상관없이 어릴 때는 숫자 기반의 엄밀하고 순차적인 좌뇌적 사고를 잘 하지 못합니다. 한 마디로 인지적 정밀함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우뇌 아이들은 그 정도가 더 심합니다. 아직은 엄밀한 수학적 과제를 잘 처리할 정도로 뇌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욕심에 무리하게 수학 연산을 시키게 되면 아이는 잘하고 싶어도 인지적으로 잘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때 아이는 계속해서 수학에서 실수를 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실수가 나오면 엄마는 불안한 마음에 더욱 반복해서 연산을 시키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됩니다. 실제로 아이는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수학을, 그것도 자꾸 반복해서 시키면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습니다. 어느새 아이는 자신감을 잃어가고, 실패를 두려워해서 도전하기를 꺼리게 됩니다. 고집은 세지고,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절대로 하지 않으려는 방어적인 아이로 변해갈 것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아이의 사회성, 창의성도 약화되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간지각력, 언어구사력도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지능검사를 해보면 예전에 비해 점수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수학을 일찍 접한 아이들이나 수학을 많이 시킨 아이들은 수학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그 후유증으로 진취성이 낮게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수학에 늦게 노출된 아이들은 진취성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성을 보였습니다. 아직 수학이라는 인생의 쓴맛을 보지 않아서 자신감이 하늘을 찌릅니다. 자기는 무엇이든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수학에 최대한 늦게 노출시키는 것이 아이들의 뇌를 다치지 않으면서도 수학도 잘 하는 전략임을 수없이 확인했습니다. 수학을 시키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뒤로 미뤄달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해야 할까요? 또 진취성이 낮아지는 것이 왜 그렇게 문제가 될까요? 진취성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대개 불안 심리가 강합니다. 위험을 감지하는 뇌의 편도체가 과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이 그리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죠. 그 결과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사전에 필터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자신을 불안하게 만들 소지가 있는 정보는 사전에 차단하려고 합니다. 아이의 호불호가 강해지고 자기가 싫어하는 것은 죽어도 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그래서 생긴 것입니다.
어떤 엄마들은 아이가 고집이 셀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자기가 싫어하는 것은 절대로 하지 않는 아이들이 전문가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실험 결과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동물실험에서 동일한 환경에,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쥐 40마리를 풀어놓고 3개월 동안 추적 관찰을 했습니다. 여기서 적극적으로 탐색을 하는 쥐와, 위축되고 수동적인 쥐들 사이에서 학습과 관련된 뇌의 해마에서 새로운 뉴런의 생성에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 말은 주어진 상황에 위축되지 않고, 또 주어진 자극을 사전에 필터링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도전하는 아이들이 뇌 발달 차원에서도 그렇고 인생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적 상황에서는 이 부분이 더욱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수학 성적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멀리 내다보면 수학보다는 자신감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자신감은 아이가 평생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자 부모가 세상을 떠나도 외롭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친구이자 자신이 한평생 기댈 수 있는 엄마와 같은 존재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부모로서 아이의 자존심, 자신감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일은 삼가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이의 기를 살리고 자신감을 뿜뿜 뿜을 수 있도록 하는 자녀를 만들 수 있을까요? 그 코칭 기법을 다음번 칼럼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안진훈 박사 / MSC브레인그룹
문의: (714)406-6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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