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안 해도 이건 꼭 했다, 세 딸 하버드 보낸 ‘엄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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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려면 오래 해야 합니다. 오래 하려면 재미있어야 하고요. 공부도, 일도 마찬가지예요.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푹 빠져야 해요.”

미국에서 세 딸을 모두 하버드에 보낸 엄마로 이름을 알린 심활경(56) 작가. 아이들을 잘 키운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런 답을 내놨다. 무엇을 하든 즐겁게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얘기다. 똘똘하게 타고 난 아이 엄마의 한가한 조언으로 들린다고 반박하자 그는 이렇게 반문했다. “즐겁게 하는 게 쉬울 것 같죠? 아이한테 즐겁게 하는 법을 알려주려면 양육자부터 즐겁게 해야 해요. 지금 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나요?”

『나는 이렇게 세 딸을 하버드에 보냈다』 심활경 작가의 세 딸. 심 작가는 세 아이를 모두 하버드에 보내 미국 내에서 화제가 됐다. 사진은 둘째 지혜은씨(가운데)의 하버드대 사회학과 졸업식 날. 첫째 지혜민씨(왼쪽)는 국제 정치학을, 셋째 지혜성씨(왼쪽)는 생물학을 전공했다. 사진 본인 [출처:중앙일보]

심활경 작가는 자신을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전업주부였던 그는 남편이 신학을 공부하러 미국으로 오게 되면서 한국을 떠났다. 말도 잘 안 통하는 낯선 나라에서, 넉넉지 않은 형편에 아이 셋을 키우는 건 녹록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이 셋이 나란히 하버드대에 들어갔다. 그것도 변변한 사교육 한 번 없이 말이다. 첫째는 국제정치학, 둘째는 사회학, 셋째는 생물학으로 전공도 제각각이다. 주변 사람들이 비결이 뭐냐며 수없이 물었다. 그에 대한 답을 정리해 펴낸 책이『나는 이렇게 세 딸을 하버드에 보냈다』다.

심 작가의 비결은 세 개의 원칙이었다. 그 원칙이 “아이에겐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내려 갈 힘이 있다”는 그의 믿음을 현실로 만들었다. 세 딸을 하버드대에 보낸 세 가지 원칙은 뭘까? 미국에서 통한 그 원칙이 한국에서도 통할까? 지난달 21일, 미국에 있는 그를 화상으로 만났다.


🎓 원칙① 좋아하는 일이 재능이다.


심활경 작가는 “아이는 저마다의 고유한 특성을 갖고 태어난다”고 믿는다. 고유한 그 특성이 재능이다. 재능을 발견하는 것에서 아이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려면 양육자의 관찰력이 필요하다. 그는 “재능 없는 사람은 없다”며 “그걸 발견하고 인정해 주는 게 양육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잘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Q : 재능은 잘하는 것과 관련 있지 않나요?
A : 처음부터 잘하는 게 어디 있나요? 꾸준히 하다 보면 잘하게 되죠. 그런데 꾸준히 하려면 원동력이 필요해요. 재미·흥미·호기심만큼 강렬한 건 없습니다. 이걸 다 갖춘 게 좋아하는 일이에요. 좋아하는 일을 할 땐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몰입하고, 아무리 뜯어말려도 합니다. 그렇게 파는데 성과가 나지 않을 리가 있나요. 좋아하는 게 곧 재능이라고 하는 건 그래서예요. 잘하게 만들 힘이 있다는 얘기죠.

Q : 딱히 좋아하는 게 없고, 뭘 하든 시큰둥한 아이도 있어요.
A : 좋아하는 게 없는 아이는 없습니다. 단지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죠. 하찮아 보이는 일이라도, 아이가 관심을 보이면 기회를 주세요. 예를 들어 아이가 심부름할 때 유독 표정이 밝다면, 책임감이 남다른 겁니다. 이럴 땐 아이에게 집안일을 맡겨보세요. 성공 경험이 쌓이면, 자신감이 생기고, 스스로 역할을 찾아 도전합니다. 무엇보다 아이의 재능을 미리 단정 짓지 마세요. 재능이 발견되는 때는 아이마다 다르거든요. 그러니 여러 경험을 해보고, 그 경험을 통해 뭘 느끼고, 배웠는지부터 깨닫게 해주세요. 그러려면 양육자가 먼저 물어봐야 합니다. “오늘 뭐가 가장 재밌었니?”, “해보니 어땠어?”라고요. 이런 질문은 아이 스스로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너는 어떤 사람인 것 같아?”라는 질문에도 답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게 바로 자기 확신입니다.

Q : 자기 확신요?
A : 내가 누군지 아는 겁니다. 내 개성과 성향을 알고 나면 사는 게 명쾌합니다. 중심이 잡히니 안정감이 생기죠. 그러면 좋아하는 일에도 자신감이 생기며 더 잘하고 싶어집니다. 시키지 않아도 공부합니다. 이때 양육자는 공부의 틀만 잡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Q : 공부의 틀,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요?
A : 책 읽기를 좋아하게 만들어 주면 됩니다. 독서가 곧 공부이거든요.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내용을 이해하고, 여러 분야의 학문을 통합하는 전 과정이 결국 학문을 탐구하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책 읽기가 공부의 틀이 되려면 웬만큼 읽어선 안 됩니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읽어야 해요. 우리 집 아이들은 지역 도서관에 있는 아동·청소년 부문 책은 모조리 다 읽었어요. 걸어가면서도 읽고, 밤에 몰래 불 켜고 읽을 정도였죠. 그만큼 책을 좋아했다는 얘기인데요, 책 좋아하게 하려면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Q : 그게 뭔가요?
A : 무엇보다 책 읽는 게 재밌어야 해요. 그러려면 친숙해야 합니다. 저는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소리 내어 책을 읽어줬어요. 한글 익힐 때까진 집안일은 안 해도 하루 두 시간씩 책 읽어주는 건 반드시 했어요. 집 안 곳곳에 책을 펼쳐놨고요. 손만 뻗으면 잡히게 말이죠. 그런데 책이 있다고 다 보지 않습니다. 심심해야 찾습니다. 이게 두 번째 조건인데, 세 가지가 없어야 하죠. TV, 스마트폰, 게임요. 우리 집엔 이 세 가지가 전혀 없었어요. 세 아이 모두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스마트폰도 없었을 정도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었지만, 기술은 언제라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TV, 스마트폰, 게임 이기는 아이 없습니다. 이건 양육자가 결단할 문제지 아이가 결정할 게 아니에요. 이 세 가지가 없어야 책이 장난감이 됩니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면 궁금한 게 생기고, 그럼 찾아보죠. 그리고 더 깊이 읽습니다.


🎓 원칙② 아이마다 다르게 대하라‘


100명의 아이가 있으면 100가지 교육법이 있다’는 유대인 속담이 있다. 심활경 작가도 똑같은 얘길 한다. 교육은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 역시 아이의 기질과 특성에 따라 쏟는 관심과 애정의 크기도 달랐다고 한다.

Q : 아이들을 똑같이 대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A : 차별하라는 게 아니에요. 아이의 입장에 서보라는 거예요. 아이가 둘 이상인 집이라면 유독 손해보는 아이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우리 집은 둘째가 그랬어요. 둘째는 기질적으로 자존심이 강합니다. 그런데 언니와 동생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위치예요. 살아남으려면 빼앗기지 않아야 하고,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야 하죠. 그러다 보니 경쟁심, 질투심이 더 자극받을 수밖에 없었고요. 그래서 둘째는 늘 불공평하다고 느껴요. 양육자가 아무리 똑같이 대해도요. 저는 이걸 ‘둘째병’이라고 부르는데, 둘째 입장에선 부족한 게 다 채워지지 않은 겁니다. 이런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쏟아줘야 해요. 첫째, 셋째 한 번 칭찬할 때 두 번 칭찬하고, 한 번 바라볼 거 두 번 봐주는 거죠. 그래야 아이가 불공평하다거나 억울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Q : 질투하거나 경쟁하려 들지 말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A : 아이는 그저 잘하고 싶을 뿐이에요. 다만 그 방법이 서툰 거죠. 형제·자매 사이에 느끼는 경쟁심, 질투심은 훈육의 대상이 아니에요. 잘 관리해서 성장의 기회로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의 입장을 헤아리고, ‘한 발짝만 앞서 가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심활경 작가의 세 딸도 서로를 견제하며 경쟁하며 성장했다고 했다. 심 작가는 “경쟁심이 나쁜 건 아니다”라며 “서로의 성장을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게 양육자가 도와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왼쪽부터) 큰딸 지혜민씨, 막내 혜성씨, 둘째 혜은씨. 사진 본인 [출처:중앙일보]

Q : 한 발짝 앞서 가라니 무슨 얘긴가요?
A : 양육자가 살짝 앞에 서서 큰 그림을 그리라는 겁니다. 제가 사용한 방법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경쟁 요인을 제거하는 겁니다. 우리 집은 첫째와 둘째 간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있었어요. 그래서 두 아이에게 서로 다른 과제를 줍니다. 예를 들어 첫째는 피아노, 둘째는 바이올린을 가르쳤어요. 둘이 똑같이 피아노를 가르쳤더니 서로 견제하느라 스트레스만 받고 정작 제대로 못 배우더라고요. 그래서 둘째에게는 바이올린을 권했어요. 누구와 비교할 필요 없이 자기 속도에 따라 배움에 집중할 기회를 만들어준 거죠.

Q : 또 한 가지는 뭔가요?
A : 실패했을 때의 계획, 플랜 B를 마련해 두는 겁니다. 그래야 아이가 도움을 청하는 순간 제때 지원할 수 있어요. 둘째가 고3 때였어요. 한국으로 치면 수시 전형으로 하버드에 합격했는데, 저는 일반 전형으로 다른 학교에도 지원해 보라고 했어요. 안 그래도 언니에 대한 묘한 경쟁심이 있는데, 대학에서까지 언니 그늘에 가려졌다고 느낄 수도 있잖아요. 결국 둘째는 예일대에도 지원했고, 합격했죠. 그렇게 자기 실력을 스스로 확인하고 나니 둘째 병도 사라지더군요.

Q : 그러다 상대적으로 함께 보낸 시간이 적은 아이가 서운해 하는 거 아닌가요?
A : 양보다 질이에요. 얼마나 오래 함께했느냐보다 얼마나 진심을 다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러니 함께하는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한 아이에게만 집중하세요. 아이가 ‘존재 자체로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주세요. 직접적이고 과감하게 말로 표현해야 합니다. “너는 축복받은 아이야” “엄마는 언제나 널 사랑해”라고 말해 주세요. 말하지 않아도 다 알 거라는 착각은 버리시고요. 쑥스러워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심이 정확하게 전달되고 아이의 자존감도 높아집니다.


🎓 원칙③ 주도권은 양육자가 쥔다.


심활경 작가는 인터뷰 내내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외가 하나 있다. 바로 훈육의 순간이다. 그때만큼은 아이가 아니라 양육자가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Q : 훈육할 때는 아이 입장에 서면 안 된다는 건가요?
A : 훈육할 땐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아이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결정됩니다. 선과 악, 옳고 그름 같은 건 타협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럴 땐 훈육을 통해 아이가 받아들이게 만들어야죠. 막무가내로 떼를 쓰거나, 남에게 폐를 끼쳤다면 아이에게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분명하게 말해야 합니다. 훈육하는 거죠. 이때 주도권을 아이에게 넘겨주면 아이는 제멋대로 생각하고 잘못된 행동을 몸에 익힙니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고 하죠. 저는 적어도 초등학교 졸업 전까진 양육자가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자신의 가치관이 생기고, 판단할 수 있는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그때 서서히 주도권을 나눠주며 타협하면 됩니다.

Q : 아이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거 아닐까요?
A : 무작정 아이를 다그치고 억압하라는 게 아닙니다. 기준과 원칙이 있어야 해요. 아이의 자유에 경계선을 그어주라는 건데요, 저는 그걸 울타리 교육이라고 부릅니다.

큰 딸 지혜민씨(가운데)는 지난해 가정을 꾸렸다.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혜민씨는 현재 미국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의 정치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사진 본인 [출처:중앙일보]

Q : 울타리 교육요?
A : 행동 규칙과 규범을 만드는 거예요. 연구에 따르면 초원에서 방목한 소보다 울타리 안에서 자유롭게 키운 소의 우유 생산량이 많았다고 합니다. 정서적 안정감이 있기 때문이에요.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는 것도 없는데 다짜고짜 스스로 기준을 세워 살아가라고 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건 불안만 자극할 뿐 어떤 교육도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규칙이 필요한 거예요.

Q : 최소한의 규칙,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요?
A : 양육자가 옳다고 생각하고, 바람직하게 여기는 것이 기준이 돼야 해요. 그래서 규칙을 정하기 전에 양육자가 자기 생각을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할 원칙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봐야 해요. 우리 집은 사람에 대한 예의, 어른에 대한 공경, 신앙심 이렇게 세 가지로 압축됐어요. 이 규칙은 어떤 상황에서도 타협할 수 없다고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공부, 취미, 친구, 놀이에 대해선 아이의 자율성을 우선했어요. 아이의 영역이니 양육자가 이래라저래라 못합니다. 이렇게 권한을 명확히 하고,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에 선을 그어 주면 아이는 주어진 자유 속에서 행동하는 법을 배우는 겁니다.

Q : 규칙에 반항하거나 도전하는 아이도 있잖아요.
A : 당연한 반응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유 의지가 있으니까요. 아이들이 앞에선 “네”라고 해도 머리로는 딴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 생각을 막을 순 없습니다. 오히려 최소한의 규칙에 도전하고,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을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도 그랬어요. 학교 숙제 때문에 TV를 봐야 한다면서 저와 타협하려고 여러 번 시도했죠. 이유를 들어가며 자기 논리로 저를 설득합니다. 아이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면, 저도 원칙을 깨지 않는 선에서는 조율합니다. 만약 최소한의 규칙도 없었다면 아이들은 한계에 도전할 기회조차 얻을 수 없어요. 이게 규칙의 장점입니다. 주어진 경계에 도전해 보며 기성세대와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 자연스레 배우죠. 이 경험은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적응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사회를 발전시키는 발판이 되고요.

27년 전 엄마·아빠 손을 잡고 종종걸음으로 낯선 땅을 밟은 아이들은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됐다. 첫째는 현재 미국의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정치학 교수가 됐고, 사회학을 전공한 둘째는 로스쿨에 진학해 법학도의 길을 걷고 있다. 탐구력 강한 셋째는 생물학을 공부한다. 큰 아이부터 막내까지, 양육자로 30여 년을 보낸 심활경 작가는 마지막으로 이런 소회를 남겼다.

“애 키우는 것도 즐거워야 시간이 금방 갑니다. 그러다 보면 양육도 졸업하는 날이 오고요. 힘 빼고 즐기세요. 당신,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