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l 교육 정책 이슈 분석
바이든 행정부 교육 정책
이민자 학생 지원 확대 학생 대출 규정 완화도
◆이민가정 출신 미겔 카도나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순간 연방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 정책도 대폭 바뀌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교육 정책을 책임질 리더는 미겔 카도나(사진) 코네티컷주 교육위원이다. 지난 달 교육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카도나 교육위원이 상원 청문회를 통과하면 라우로 카바조스 전 장관(1988~1990년 재임)에 이어 두 번째 라틴계 교육부 장관이 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명 후 “교육현장 및 행정을 모두 경험한 이력이 있어 공립학교 교사들의 헌신을 끌어낼 것”이라며 “교육 불평등 해소, 미국 교육 시스템이 처한 위기 해결, 교육자들에 대한 사회 및 경제적 지위 개선, 교육비 부담 완화, 유아교육의 질 향상에 기여할 인물”이라고 카도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카도나는 올해 45세로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했다. 코네티컷 정부에서 지원하는 저소득층 주택에서 살며 메리덴 교육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대학 졸업 후 출신 교육구에서 공립 초등학교 교사로 교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28세에 코네티컷 주에서 최연소 교장이 됐으며 2012년 코네티컷주 최우수 교장상을 받기도 했다. 2019년 교육위원으로 당선된 그는 부교육감과 교육위원재임 동안 이민자 가정 출신 경험을 바탕으로 영어학습자를 위한 교육여건 개선에 노력했으며, 유색인종 학생과 백인 학생 간 교육격차를 줄이는 일에 앞장섰다. 그가 추진한 프로젝트는 미국 교육시스템 내에서 가장 큰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우선 과제는 ‘등교’
상원 청문회를 거쳐 카도나 가 정식으로 임명되면 최우선 과제는 안정적인 코로나19 방역을 통한 학생들의 재등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100일 이내에 다시 학교를 열고 학생들을 등교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과 카도나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학교의 정상화 및 재등교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교육 불평등 해소’에 기인한다. 팬데믹으로 시작된 원격수업이 소득, 부모의 교육수준 등에 따라 학생들의 교육수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외에도 카도나는 바이든 당선인과 머리를 맞대어 임기 중에 다양한 교육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 공교육 예산 증액
트럼프 정부의 벳시 디보스 장관이 사립교육, 홈스쿨링 등 공교육 이외의 교육수단을 장려하는 ‘학교 선택(school choice)’ 옹호론자였다면 카도나는 공립학교 교사 출신인 만큼 철저한 공교육 옹호론자로 꼽힌다.
사립학교 등의 예산을 증액시키며 기득권층의 교육만 대변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디보스 장관과는 철저하게 다른, 공교육 발전과 시스템 개선에 정책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코로나19 속 학교 정상화 및 재등교, 방역체제 확립, 공립학교 교육의 질 향상 등을 목표로 올해 교육 예산을 기존 대비 3배 증액할 것을 제안했다.
▶ 학교 내 인권문제 전면수정
오바마 정부 당시 교육의 평등을 목적으로 소수계 인종과 성 소수자들 차별을 예방하고 여성 성폭행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제도가 마련됐었다.
또한 대학교 등 고등 교육기관 내에서 발생한 성희롱 및 성폭행 사건은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게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디보스 장관 재임 시절 가해 혐의자의 권리를 확대하는 등 기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긴 절차를 거쳐 성희롱 및 성폭행 사건을 조사하도록 수정했다.
좀 더 체계적인 방식으로 피해자와 가해자 조사에 나설 수 있지만 절차가 너무 복잡해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려 오히려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제도라는 비난을 받았다.
바이든 정부 주도로 카도나는 성 소수자들의 보호를 위해 교육기관 내 평등과 차별 방지를 골자로 했던 오바마 정부의 제도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학생대출 보호규정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교육 정책이었던 ‘대출자 보호규정(borrower defense rule)’ 또한 바이든 정부에서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 영리 목적 대학들이 학자금 대출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는 약탈 행위로 피해를 본 학생들의 학자금을 탕감하거나 상환을 유예하는 이 정책은 디보스 장관이 부임하자마자 바로 영리 대학들에 편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당시 연방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19개 주 검찰총장이 디보스 장관을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던 학생대출 보호뿐만 아니라 대출상환 제도를 대폭 완화하는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