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ㆍ인터넷 왕따
식습관ㆍ스트레스까지
2020년은 자녀들에게 힘든 한 해였다. 팬데믹으로 학교는 문을 닫았고 밖에서 맘 놓고 친구들과 뛰어 놀 수 없었다. 제한된 상황 속에 갇힌 자녀를 둔 부모 또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최근 미시간 대학 부속병원인 C.S. 모트 어린이병원이 0세부터 18세까지 자녀를 둔 백인, 흑인, 히스패닉 학부모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도 올 한해 겪은 변화로 마음 졸인 부모들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했다.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화면 앞 생활시간 증가’였다.
히스패닉 응답자의 73%, 백인 응답자의 72%가 자녀들의 과도한 SNS 사용이 올 한해 가장 큰 우려였다고 선택했고 흑인 응답자들은 70%를 기록했다.
따돌림 및 인터넷 따돌림은 두 번째로 높았다. 히스패닉과 백인 학부모들의 응답률은 각각 72%와 58%로 조사됐다. 흑인 학부모의 절반 이상도 인터넷 윤리문제와 인터넷 따돌림이 주요 걱정거리라고 답했다.
또 자녀들의 스트레스 및 불안감, 우울증, 신체활동 부족,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 등 컴퓨터 앞에 머물며 발생하게 되는 부수적인 현상들에 대한 우려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설문조사의 공동 디렉터인 게리 프리드 소아학 박사는 이에 대해 “실제로 수면부족, 불규칙한 생활습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고립감 등이 자녀의 육체적 및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자녀의 육체적 및 정신적 웰빙을 위해 가족과 친구들 간의 유대감 형성 및 유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유대감 형성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자녀를 지도한다면 전자기기는 오히려 팬데믹 시대에 훌륭한 소통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인종별로 고민에 대한 차이가 드러났다.
백인 부모들의 2020년 걱정의 대부분은 자녀들의 육체적 및 정신적 웰빙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반면 흑인 부모들은 올 한해 동안 가장 많이 했던 자녀 걱정이 인종차별(82%)이었다. 팬데믹만큼 사회적 이슈가 됐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확산하면서 자녀가 혹시라도 겪을 인종차별 문제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프리드 박사는 부모세대가 겪은 불평등이 다음 세대에도 되물림되는 것을 걱정하는 흑인 부모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 함께 참여한 C.S. 모트 어린이병원의 제니 레디스키 소아과 교수는 “인종별 학부모들의 자녀 걱정 차이는 우리가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할 중요한 메시지”라며 “2020년이 가져다준 공포와 위험을 인종마다 다르게 체감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뿌리 박힌 구조적인 장벽을 넘어서는 이해와 포용은 새해에 반드시 필요한 덕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