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퍼서비어런스 화성 착륙 참여 NASA 한인 과학자 이야기와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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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한인 연구원 특집

NASA JPL이 예측한 화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의 착륙 상상도 [사진제공: NASA/JPL-Caltech]

지난달 18일 화성탐사선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에 착륙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에 전해졌다. 미국의 15번째 화성탐사선이자 5번째 탐사 로보인 퍼서비어런스는 화성 내 생명체의 흔적을 찾고 사상 처음으로 화성 토양 표본을 수집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퍼서비어런스의 성공적인 착륙으로 미션 ‘마스2020’의 주체인 나사 제트추진연구소 (NASA Jet Propulsion Laboratory, 이하 NASA JPL)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NASA JPL은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태양계 및 외계행성 탐사, 우주로봇개발, 지구과학 등의 첨단 분야를 연구하는 국가연구시설이다. 전 세계의 석학들이 모이는 NASA JPL에서도 단연 한인 연구원들은 각지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번 마스2020 미션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한인 과학계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라이언 박 박사, 이주림 엔지니어, 정정교 박사를 인터뷰했다. 그들이 전하는 생생한 NASA JPL 미션 이야기, 그리고 과학자를 꿈꾸는 다음세대를 위한 조언을 들어보자.

COVER STORY l NASA 한인 과학자 인터뷰

퍼서비어런스 화성착륙 연구 수행
“열정과 끈기 있다면 우주에 도전해 볼만”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 (NASA JPL)는 타행성 및 은하계, 지구과학, 화성의 무인 탐사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연구기관이다. 현재 해당 분야에서 38개의 탐사 및 연구 임무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고도의 정밀함과 정확성이 요구되는 탐사 로보에 관련된 임무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의 특성 상 NASA JPL은 뛰어난 전문성을 갖춘 지구.우주과학 석학들의 집대성과도 같다. NASA JPL에 근무하는 세계적인 석학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맡은 연구와 임무를 수행 중인 한인 연구원들이 있다.

태양계역학(Solar System Dynamics, SSD)팀 수퍼바이저 라이언 박 박사, 항법팀 (Navigation Team) 이주림 엔지니어, 그리고 합성구경레이더* 알고리즘 처리팀(SAR Algorithm and Processing) 정정교 신호분석 엔지니어가 그 주인공. NASA JPL에서 수행하는 임무, 한인 연구원으로서의 삶,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 등을 직접 들어봤다. 인터뷰는 이메일과 유선으로 진행했다.

  • 본인을 소개해달라

    라이언 박 (이하 박)
    “NASA JPL SSD팀의 수퍼바이저로서 행성, 위성, 소행성, 혜성 궤도 측정 및 예측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펜실베니아주립대를 거쳐 미시간대에서 항공우주공학 박사를 취득했고 현재 연구원 일과 더불어 USC에서 교수로서 우주공학 궤도역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주림 (이하 이)
    “NASA JPL 항법팀에서 항법 엔지니어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가 운전할 때 경로를 설정하는 내비게이션이 있듯이 탐사선의 발사부터 착륙까지 최적의 항법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퍼듀대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했고 낮에는 항공우주분야 발전에 기여하는 연구원으로서, 퇴근 후에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생활하고 있다.”

    정정교 (이하 정)
    “합성구경레이더(SAR) 알고리즘 처리팀에서 신호분석 엔지니어로 활동하고 있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에 대해 관측하고 연구하는 자리로 이해하면 쉽다.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로 지구 및 환경과학을 전공했고 박사 후 연구원 (Post Doc) 과정으로 NASA JPL에서 3년째 근무 중이다.”

  • 어떻게 NASA 연구원이 됐는지 궁금하다

    박 – “사실 초등학생 때부터 수학을 좋아했기 때문에 대학교 1학년까지는 당연하게 수학을 전공하여 수학자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대학교 2학년때 우연하게 수강한 궤도 공학 수업이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어떻게 태양 주변으로 행성들이 운행하는지 등에 대한 수업내용도 좋았지만 당시 수업을 가르치던 교수님께서 내게 많은 영감을 주셨다. 이를 계기로 행성 등의 궤도를 공부하는 길에 들어서게 됐고 2007년 NASA JPL에 항법 엔지니어로 처음 연구원 커리어를 시작했다. 항법 엔지니어로 약 4년 근무한 뒤 행성 본체의 움직임과 물리적 성질을 연구하는 현재 팀에 지원하게 됐고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이 – “연구원이 되기까지 과학선생님이셨던 어머님께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값싼 장식구나 집 안에 있는 물건으로 뭐든지 필요하신 도구를 뚝딱 만드시는 ‘현실판 맥가이버’ 어머니로부터 항공우주 엔지니어가 갖추어야 할 탐구심과 고장탐구(troubleshooting) 등의 자세를 배우며 성장했다. 그렇게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며 대입을 고민하던 중 우연히 퍼듀대학교 신입생 팸플릿 표지모델로 나온 닐 암스트롱의 사진을 보게 됐다. 인류최초로 달에 첫 발을 내디딘 사람을 보며 문득 우주산업에 종사하고 싶다는 꿈을 가졌고 닐 암스트롱을 포함해 다수의 우주인을 배출한 퍼듀대에 입학했다. 관련 분야를 전공하며 더욱 구체적인 꿈을 키웠고 현재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정 – “처음부터 NASA 연구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특히 지구과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지질학 또는 지구물리학 쪽으로만 미래를 그렸고, 항공우주를 연구하는 NASA와는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원 과정 중 우주 밖에서 지구를 내려다 보며 현상을 관측하는 현대화된 지구과학 분야에 대해 알게 됐고 이 분야를 더 공부하며 NASA JPL이 해당 분야를 선도하는 연구소임을 알게 됐다. 그래서 박사과정 중에 학생 연수 프로그램으로 NASA JPL에 기간제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박사 후 연구원까지 지원하며 현재까지 왔다.”

  • NASA JPL 내에서 참여했던 (또는 참여 중인) 미션이 있다면

    박 – “달의 중력 분포도 탐사를 목적으로 한 소형 탐사선 ‘그레일(Gravity Recovery And Interior Laboratory, GRAIL)’, 목성 탐사선 ‘주노(Juno)’등 다양한 미션에 참여했고 세간의 관심을 받은 마스2020 미션에도 참여했다. 마스2020 미션에서는 항법팀이 올바른 방향과 궤도 등으로 탐사선을 발사하는데 필수적인 화성의 천체력**, 중력, 화성의 위성인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천체력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주노와 같이 현재 탐사가 진행 중인 임무 수행뿐만 아니라 NASA JPL의 중장기 미션에도 참여하고 있다. 2022년 발사하여 2026년 소행성 프시케에 도착 예정인 ‘프시케 미션’과 목성의 위성 탐사 위해 2024년 발사하여 2030년에 위성 유로파에 도착하게 될 ‘유로파 클리퍼 미션’에도 공동 연구원으로 참여 중이다.”

    이 – “2018년 NASA JPL이 쏘아올린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의 화성 대기권 진입, 하강, 착륙(Entry Descent and Landing, EDL) 단계에서 안전한 착륙을 위한 궤도 설정 임무를 수행했다. 이외에도 ‘메빈(MAVEN)’과 ‘오디세이’, 소형위성 ‘아스테리아(ASTERIA)’ 등 탐사선 미션에 항법 엔지니어로 참여했다. 마스2020 미션에서는 퍼서비어런스 착륙 이후 안전상태를 점검하고자 이미 화성에 나가있는 탐사선 오디세이를 운행하여 퍼서비어런스와 서로 통신을 교환하고 상태를 점검하는 일에 참여했다. 현재는 미국의 NASA와 인도우주개발기구(ISRO)가 합작하여 2022년 지구의 기후변화를 관찰할 레이더 인공위성인 NISAR (NASA-ISRO SAR)를 발사하는 미션에 참여하고 있다.

    정 – “앞서 이 연구원이 언급한 NISAR 미션에서도 임무를 수행해 나갈 예정이다. NISAR 위성은 과거 SAR과 비교하여 고해상도ㆍ넓은 범위로 지구 빙하의 질량, 표면의 움직임과 변화, 생태계 교란 등을 센티미터 오차범위 내에서 정밀하게 측정할 예정이다. 앞으로 지진과 홍수 등의 재난 분석과 생태계 변화 속도 등의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며 인류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지난 달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어떠한 느낌이었나

    박 – “마스2020 미션에 참여한 일원으로써 ‘공포의 7분‘*** 동안에는 매우 긴장하며 착륙을 지켜봤다. 착륙 성공 소식을 들었을 때는 나를 포함해 이번 미션에 참여한 모든 연구원 한 명 한 명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생각에 벅찼다. 모든 미션이 그렇지만 특히 화성탐사 미션은 수백만 개의 실패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모든 경우의 수를 거쳐 성공적으로 착륙한 것에 보람차고 퍼서비어런스의 앞으로 수행하게 될 인류 최초로 화성의 토양을 지구로 가져오는 임무가 몹시 기대된다.

    이 – “항법 엔지니어로써 가장 살떨리는 EDL 단계의 임무를 수행해왔기 때문에 이번 퍼서비어런스 착륙에도 매우 긴장하며 상황을 주시했다. 팬데믹으로 대부분의 연구원이 집에서 착륙과정을 지켜봤는데 나 또한 자녀와 자녀의 같은 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착륙을 시청했다. NASA에서 착륙과정에서 반드시 실시하는 ‘행운의 땅콩‘****도 함께 나누며 착륙을 지켜봤고 착륙 성공 소식을 듣고 다 함께 기뻐했다. 통제실이나 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다 함께 기쁨을 나누진 못했지만 자녀와 친구들에게 역사적인 순간을 공유하고 교육할 수 있는 것도 보람이었다.
  • 마스2020 미션을 계기로 우주항공 과학자나 연구원을 꿈꾸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박 – “열정과 끈기가 필요하다. 우주항공 미션은 적어도 준비과정만 7년 이상은 소요되는 장기 미션이 많다. 또한 매일매일 수행하는 탐사 및 관찰 대상이 급변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열정과 끈기를 가지고 미션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위 말하는 STEM 전공 중에서도 자신이 관심 있고 열정을 느끼는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 일부 분야에서는 학사까지 요구하지만 대부분은 석사 및 박사 학위가 요구된다. 관련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어느 학생들은 고등학생부터 인턴십을 찾기도 한다. 대학 전공이나 관심 있는 분야와 연계성이 있는 인턴십을 미리미리 준비해서 커리어를 준비하길 조언한다.

    이 – “먼저 팀워크를 갖춰야 한다. 우주항공 분야는 탐사선 디자인 (미술), 궤도설정 (공학), 생물체 및 토양 연구(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가 한 데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소통과 협동을 통한 다양성의 존중이 요구된다. 관련 분야에서 활동 중인 연구원 및 선배들과의 네트워킹도 매우 중요하다. 만약 인턴십이나 학회 등에 참여할 기회가 생긴다면 반드시 새롭게 인사한 연구원 및 선배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길 추천한다.

    정 – “과학자 또는 연구연구원으로서 호기심과 탐구하는 자세는 필수적이다. 평소 현상 및 상황에 질문하는 습관을 길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NASA JPL을 기준으로 약 3분의 1은 학사 소지자, 3분의 1은 석사, 마지막 3분의 1은 박사 소지자로 파악된다. 자신이 지원할 분야에서 요구되는 최소 학위를 미리 판단하여 학업 플랜을 세우는 것을 조언한다. 마지막으로 인턴십과 학회를 적극 활용하는 법이다. NASA JPL을 포함해 다수의 우주항공 관련 기관 및 기업이 인턴십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대학생 때 학회를 참가할 기회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이력들을 유의미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NASA JPL이 성공적으로 착륙시킨 미국의 5번째 탐사로보 퍼서비어런스는 인류 최초로 화성의 토양을 채집하여 지구로 보내는 임무를 수행한다. 화성 탐사로보 퍼서비어런스가 직접 촬영한 화성 표면의 모습. [사진제공 : NASA/JPL-Caltech]

Q & A

▶합성구경레이더(SAR)*
공중에서 이동하면서 지표로 레이더를 순차적으로 쏜 후 레이더파가 지표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미세한 시간차이를 이용하여 거리를 계산하고 지형도를 만들어내는 레이더 시스템

▶천체력**
천체의 위치, 고유운동, 광도, 출몰, 일식, 월식 등의 현상을 연월일마다 적은 표

▶공포의 7분***
탐사 로보의 운반선이 화성 대기권에 진입해 로보를 안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총 7분. 화성궤도 위성이 탐사 로보 착륙 성공신호를 지구로 보내기까지 걸리는 시차 7분을 합쳐 총 14분간 NASA 관측센터 과학자들은 초긴장 상태로 결과를 기다린다.

▶행운의 땅콩****
1964년, 달 표면의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하기 위한 ‘레인저 미션’이 6번의 실패 후 7번째 시도 만에 성공했다. 성공 요인을 찾는 과정에서 딕 월레스 연구원이 ‘긴장을 풀자’는 의미로 통제실 연구원들에게 땅콩을 돌렸던 사실이 발견됐고 이후 NASA는 일종의 징크스로 성공적인 착륙을 기원하기 위해 행운의 땅콩을 나눠 먹는다.

이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