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30년간 수많은 학생들의 학업과 대입에 관여해 보면서 예나 지금이나 부모들의 관심사들은 대개 두 개의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걱정(Fear)과 정보(Info)가 그것들이다. 알고 보면 인간사의 많은 경우에서도 그렇지만, 자녀에 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인간의 속성이다.
어떤 부모들은 잘 몰라서 자녀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고 걱정한다. 누가 이장댁이 어딘지 물을 때 알면 알려줄 수 있는데 모르면 알려줄 수 없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사거리에라도 나가 지나가는 이들에게 물어서라도 이장댁에 가게 되어 있다. 물론 당사자(자녀)가 이장댁을 알아내어 찾아가려는 의지가 없거나 도중에 옆길로 샐지 모른다면 부모로서 걱정이 될 수도 있겠다.
부모로서는 자식이 이장댁에 꼭 갔으면 하니까 대신 걱정하고 대신 묻고 대신 알아서 해주고 잔소리로라도 밀어서 보내고 싶은 거다. 이렇게 앞에서는 이장댁 가는 길을 묻는 줄 알았는데 얘기를 듣다 보면 방앗간을 찾는 건지, 노인회관을 찾는 건지 헷갈린다. 걸어가는지, 달구지로 가는지, 자전거를 타는지도 모른다면 문제는 더 크다. 게다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경운기에 기름은 충분한지, 충분한 에너지는 있는지도 잘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길이 다르고 대답이 다른 데 가는 길을 가르쳐주려고 하다 보면 이장댁 가는 길과는 상관없는 질문들도 하고 이장댁 가는 줄 알았더니 그 동네 사진관을 가려고 일단 이장댁을 찾는 것인지도 모를 질문들도 필자는 수도 없이 받아보았다.
중요한 것은 과연 목적지가 이장댁이 확실한지, 출발점과 시작 시간은 확실한지, 이동수단은 무엇이고 거기에 따라 어느 이동 경로를 택할지, 출발 시각과 대비해야 할 상황들이 어떤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출발 당사자로부터 시작해서 목표까지 이어지는, 나에게 최적으로 맞추어진 모든 수단과 방법을 포함해서 팩트(사실)에 해당하는 것들과 함께 뭉뚱그려져야 비로소 정보라고 볼 수 있다.
이 정보는 내가(당사자가) 누군지에 따라서 일부 또는 전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바란다. 세상 사람마다 필요한 정보가 제각각인데 나에게 필요하지도 않을 것까지 모두 알지 못해서 불안해하고, 필요 이상의 정보에 전전긍긍할 하등의 이유는 없다. 당사자(학생)에게 적합하고 유용하지 않으면 마치 학생은 놀러 나가고 엄마 선생님이 공염불을 외고 있는 셈이다.
질문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내 아이의 현 상황에 관한 한 가지다. 내 아이는 뚜렷한 목적지로 향하는 기차노선 궤도에 올려져 있는 기관차에 탄 기관사인가? 대답이 “No”라면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궁금한 질문들은 당장 내다 버리자. 지금은 기관차를 궤도에 올려놓을 때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 일에 집중해야 할 때 둥근 지구 온 세상으로 향하는 수많은 궤도에 어떻게 올라탈지 궁금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만일 대답이 “Yes”라면 이미 궤도에 올랐으니 오직 그 궤도에서 성공적으로 달릴 때 필요한 점들 이외의 질문들은 다 내다 버리자. 내 기차의 바퀴 간격이 현 궤도에 잘 맞는지, 수정이 필요한지, 날씨는 어떤지, 연료는 충분한지, 기계나 밸브가 어떤지 살피자.
기관사(학생)가 지금까지의 실적에 만족하고 있으며 가고 있는 목표를 향해 매일매일 안정감 있게 접근하기 위해 필요한 정신력과 체력 등 최상의 컨디션을 가졌는지, 노선의 궤도 상황과 열차의 무게 등이 안전운행에 문제가 없는지에 집중하자. 다행인 것은 이 궤도 안에서 달리는 이 기관차의 운전석에서는, 오직 이 기차(학생)에 적합하며 소용 있는 정보들만이 쏙쏙 눈에 띄고 있다는 것이다. 무익한 정보들이 차고 넘치는 바깥 풍경에서 성공적인 운행을 위해 피와 살이 될 유용한 정보들이 마치 연못에서 연꽃이 머리를 내밀듯 쏙쏙 보인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너무나 선명해서 놓치고 손해 볼 수 없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런 정보들은 이 운항(내 아이)에 꼭 맞는 것들이고 다른 것들은 쓰려고 해도 맞지 않아서 쓸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왜냐하면 올바른 궤도에 올라서서 운행하기 때문이다.
양민 박사 / DrYang.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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