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4년간 고교생 4만 명 졸업 못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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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ㅣ원격수업 1년…

봄학기부터 학생 출석률 급감 시작돼
인종·소득계층 간 학업수준 격차 심화
LAUSD 고교생 3명 중 1명 학업 뒤처져
구체적이고 실효적 해결방안 수립해야
지난 1년간 원격수업으로 학기를 보낸 LAUSD 소속 학생들의 학업수준 저하가 큰 우려를 낳고 있다.

LAUSD 원격수업 실태조사

지난 31일 LAUSD 교육정책을 자문하는 비영리단체 ‘그레이트퍼블릭스쿨스나우(Great Public Schools Now)’는 온라인 앱 줌(Zoom)을 통해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USC와 공동으로 지난 1년간 LAUSD가 발표한 자료들을 취합하여 분석한 그레이트퍼블릭스쿨스나우는 원격수업으로 발생한 학업적 피해와 피해규모, 그리고 떨어진 학업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재등교시 교육구가 취해야 할 복구방안 등을 의논했다. 그레이트퍼블릭스쿨스나우가 발표한 보고서 “현재를 위한 교육적 복구(Educational Recovery Now)“의 핵심 내용을 정리했다.

◆출석률 급감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은 이후 가장 눈에 띈 변화는 학생들의 출석률 급감이다.보고서가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원격으로 수업이 전환된 후인 3월16일부터 5월22일까지 LAUSD 소속 초.중.고교 학생들의 출석률은 초등학교 4%,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36%로 급락했다. <표1 참조>

낯선 원격수업 환경, 인터넷이 확보되지 않는 일부 가정환경 등 처음 원격수업이 실시된 2020년 봄학기 동안 대다수의 학생이 수업에 출석조차 하지 못하며 교육적으로 큰 손해를 입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LAUSD는 2020 봄학기 이후 출석률을 높이기 위해 저소득층 가정 내 인터넷을 보급하는 등 개선 조치를 취한다.

또한 봄학기를 거치며 원격수업이 보다 보편화되며 LAUSD 가을학기 출석률은 초등학교 25%, 중학교 65%, 고등학교 67%로 크게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수 천명에 해당하는 40% 이상의 학생들이 원격수업에 임하지 않고 있으며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출석률이 저조하다. 또한 여전히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약 2만 2천여 명의 학생이 적어도 1주일에 3-4일 이상 결석하고 있다. 특히 소득계층과 인종 간 출석률의 격차가 원격수업으로 인해 더욱 심화됐다.

보고서가 조사한 LAUSD의 2020 가을학기 중 8월 18일부터 10월 31일까지의 학생 출석률에 따르면 원격수업에 출석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숙제를 제출하는 ‘적극 참여(actively engaged)’ 비율이 고소득층 가정 학생의 경우 79%, 저소득층 학생의 경우 61%였다.

쉽게 말해 고소득층 학생 10명 중 2명이 출석을 하지 않거나 수업시간에 딴 짓을 하는 등 참여가 저조했다면 저소득층 학생의 경우 10명 중 4명이 그러한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동기간 보고서가 LAUSD 중학생의 인종별 출석률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아시안 학생 중 적극 참여 학생의 비율은 83%, 백인 학생은 79%로 원격수업에도 높은 교육열을 보였다. <표2 참조>

하지만 동기간 수업에 적극 참여한 히스패닉과 흑인 학생들의 비율은 각각 62%와 58%로 타인종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이번 연구에 공동으로 참여한 USC 부교수 겸 비영리단체 ‘에듀케이터스포엑설런스(Educators for Excellence)’ 소장 제이미 에스트라다-밀러는 “대부분의 학생이 교육적 손실을 겪었지만 그 피해 규모는 저소득층, 히스패닉과 흑인 등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집단에서 더 크게 나타난 것은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보고서에 덧붙였다.

◆학업수준 저하

낮은 출석률은 자연스레 학업수준의 저하로 이어졌다. 연구팀이 지난 가을학기 LAUSD의 중.고교생 14만8335명의 가주학력평가(STAR) 읽기 점수와 13만209명의 수학점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읽기 시험을 치른 학생의 66%, 수학 시험을 치른 학생의 67%가 자신이 속한 학년보다 수준이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표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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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과목 모두 3명 중 2명 꼴로 학년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비단 두 과목만 뒤처진 것이 아니다. 보고서가 제시한 또 다른 통계에 따르면 2021년 3월 16일 기준 LAUSD 소속 고등학생 중 12학년의 20%, 11학년의 43%, 10학년의 37%, 그리고 9학년의 30%가 1개 이상의 수업에서 낙제점을 기록하며 정시 졸업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표 4 참조) 2020년 졸업한 고등학생 중 20%만 졸업하지 못한 것과 비교한다면 매우 큰 차이다.

LAUSD는 2020년 봄학기 ‘패스/노 패스’ 조치, 2020년 가을학기 성적 채점을 1월 말까지 연장하는 등 성적 부여기준을 완화하는 정책을 시행하며 낙제생 구재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만약 LAUSD가 오는 4월 중순부터 단계적 재등교를 한 뒤에 떨어진 학업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향후 4년 간 적어도 4만 명 이상의 LAUSD 고교생들은 졸업장조차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에스트라다-밀러 소장은 “더욱 심각한 것은 앞서 언급된 통계에서 아예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학력평가조차 치르지 않은 수 천여 명은 빠져있다는 것”이라며 “실제 학업수준 저하로 정시 졸업 불가라는 위험에 처한 학생들은 통계보다 더 많을 것”이라며 심각성을 내비쳤다.

LAUSD는 2020년 봄학기 ‘패스/노 패스’ 조치, 2020년 가을학기 성적 채점을 1월 말까지 연장하는 등 성적 부여기준을 완화하는 정책을 시행하며 낙제생 구재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만약 LAUSD가 오는 4월 중순부터 단계적 재등교를 한 뒤에 떨어진 학업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향후 4년 간 적어도 4만 명 이상의 LAUSD 고교생들은 졸업장조차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에스트라다-밀러 소장은 “더욱 심각한 것은 앞서 언급된 통계에서 아예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학력평가조차 치르지 않은 수 천여 명은 빠져있다는 것”이라며 “실제 학업수준 저하로 정시 졸업 불가라는 위험에 처한 학생들은 통계보다 더 많을 것”이라며 심각성을 내비쳤다.

▶교육구의 대책마련 시급

단순한 대면수업이 아닌 현실적이고 광범위한 학업 복구 전략에 대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소 걱정스러운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한 그레이트퍼블릭스쿨스나우는 교육구가 제대로 된 학업 복구방안(recovery plan)을 고안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현실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컨퍼런스에 발표자로 나선 그레이트퍼블릭스쿨스나우 애나 폰세 소장은 “지난 1년간 펜데믹으로 학생들은 학업에 심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교육구 등 학생들의 학업 수준 복구를 위해 고민하는 관계자들에게 팬데믹으로 저하된 학업의 현주소를 전하고자 이 보고서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그레이트퍼블릭스쿨스나우는 보고서를 통해 LAUSD가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학생 학업수준 향상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레이트퍼블릭스쿨스가 LAUSD에 ▶타 교육구의 효과적인 정책 수용 ▶학생들의 정신건강 회복 우선 ▶차별화를 두는 파격적인 학습 계획 수립 ▶효율적인 복습과 진도 병행을 통한 학습 가속화 ▶교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커리큘럼 수립 ▶교실 밖 체험학습 확대 ▶학생 가족과 더 깊은 유대감 형성 프로그램 수립 ▶학교 외 외부기관의 지원을 통한 학업수준 복구 ▶학생과 학교의 지속적인 연결상태 유지 등 학업수준 복구를 위한 9가지 핵심 과제를 제안했다.

이중 폰세 소장은 컨퍼런스를 통해 타 교육구의 효과적인 정책 수용과 교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커리큘럼 수립이 9가지 제안 중 LAUSD가 가장 우선적으로 수용해야할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가 가주 내 교육구 규모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LAUSD, 롱비치, 샌디에고, 프레즈노, 그리고 엘크 글로브 교육구의 통계를 비교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20 가을학기 LAUSD 초등학교 교사는 1일 평균 약 114분간 학생에게 수업을 가르쳤고 중.고등학교 교사는 1일 평균 약 138분 학생에게 수업을 가르치며 5개 교육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롱비치 교육구의 초등학교 교사가 2020 가을학기에 1일 평균 약 255분 수업에 임했고 중ㆍ고교 교사가 300분 수업에 임하며 5개 교육구 중 최상위를 기록했다. 평균 초등학교 수업 240분, 중ㆍ고교 수업 240분을 기록한 샌디에고 교육구가 그 뒤를 이었고 평균 초등학교 수업 195분, 중ㆍ고교 수업 195분을 기록한 프레즈노 교육구가 3위, 그리고 평균 초등학교 수업 114분, 중ㆍ고교 수업 138분을 기록한 엘크 그로브 교육구가 4위에 올랐다.

쉽게 말해 롱비치 교육구 중ㆍ고교 학생들은 LAUSD 학생들에 비해 약 3배 더 교사가 직접 가르치는 수업을 들었고 엘크 그로브 교육구의 중ㆍ고교 학생들은 LAUSD 학생보다 2배 더 수업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미국 내 LAUSD와 비슷한 규모의 교육구들이 단계적 재등교를 하며 저마다 학업수준 복구방안을 내놓고 있는 추세와 달리 4월1일 기준 아직까지 LAUSD가 구체적인 학업 복구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 또한 뒤처지는 모습이다.

에스트라다-밀러 소장은 “단계적 재등교를 추진하고 있는 LAUSD가 타 교육구의 모범적인 사례를 참고하여 하루빨리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LA 학생들이 마주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