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중앙일보] 입력 2021/07/23 20:00
대큘라 거주 김민정 양, 코넬대 전액 장학생 합격
초등학교 때 시작, 검정고시 거쳐 수의사 꿈 키워
어머니 “자녀 특성 잘 파악해 도전의 길 열어줘야”
“공부만 열심히 하는 게 가장 어렵고 힘든 길 같아요. 조금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가지면 어떨까 싶은 생각에 인터뷰를 요청하게 됐어요.”
지난 21일 중앙일보 둘루스 사옥에서 만난 김애연(대큘라 거주) 씨는 딸 민정(18, 영문명 엘리사) 양의 코넬대학교 합격에 관한 소식을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민정 양은 최근 뉴욕주에 있는 아이비리그 코넬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애니멀 사이언스 전공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그는 “소식을 듣고는 엄청 서럽게 울었다”면서 “꿈인지 생시인지 믿기지 않았다. 학교에서 준 홈페이지 로그인에 접속하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고 소감을 전했다.
민정 양은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명문대에 합격했다. 또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두지도 않았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김애연 씨는 “아이가 주의가 너무 산만했고, 친구를 너무 좋아했다”며 “낮에 학교를 다녀오면 낮잠을 자고, 밤에 늦게 자고 아침에 못 일어나는 일상이 반복됐다. 친구들의 영향을 너무 쉽게 받았고, 숙제는커녕 거짓말이 하나둘씩 늘었다. 결국 부모와의 관계에도 문제가 생겼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처음 홈스쿨링을 결정했을 때 주변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는 김애연씨. 그는 “딸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홈스쿨링은 공립학교·사립학교와 마찬가지로 정규 학위과정에 속한다. 방식만 바꾸었을 뿐이다. 바른 인성을 갖추고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고 말했다.
김씨와 민정양은 매년 엑스포에 참가해서 홈스쿨링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딸에게 하루에 3~4시간을 꾸준히 공부하도록 했다. 수학은 교사 출신인 자신이 가르치고, 영어는 별도 과외를 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3년마다 학력평가도 치르게 했다.
김씨는 “사실 딸이 공부는 많이 하지 않았다. 대신 뉴욕과 워싱턴DC 등에 있는 박물관은 10차례도 넘게 다녔고, 3년간 꾸준히 도미니카 리퍼블릭으로 선교는 물론, 호주, 싱가폴 등 10개국을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하도록 했다”며 “이런 경험이 시야를 넓히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홈스쿨링이 사회성을 기르는데 제약이 되진 않았을까. 이에 대해 김씨는 “교회와 친구들과의 과외 그룹, 그리고 운동 등을 통해 사회성을 길렀다”며 “단점도 있겠지만, 다른 학년과도 친구가 되고, 교사, 부모와도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법을 (딸아이가) 배운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다”고 덧붙였다.
16세가 된 후 민정 양은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동물을 좋아했던 그는 ‘펫 랜드’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년 반 동안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오물이 든 차를 몰기도 하고 허드렛일을 도맡았다. 또 세일즈를 하면서 ‘경쟁’을 배우고, 사회생활의 어려움도 맛봤다. 민정 양은 “어른들에게 무시도 많이 당했다”며 “일을 하면서 내 인생이 ‘똥차를 모는 인생 같았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우울증 약을 먹으면서 1년을 버틴 그는 오기가 생겼다. 그러면서 수의사의 꿈을 키우게 됐다. 학위가 필요해진 것이다.
인근 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한 민정양은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 그리고 1년(2학기) 만에 26학점을 취득하고 대학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민정 양은 “수의사들을 직접 옆에서 보면서 실전을 익히고, 현실을 체험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코넬대학교 지원을 위해 그는 지원서, 에세이, 검정고시 합격증, 그리고 커뮤니티 대학에서 취득한 최소 23학점을 제출했다. 그리고 직장 매니저, 코넬대 출신 과외교사 등으로부터 추천서를 받아 제출, 꿈도 못꾸던 대학에 합격증을 받았다. 그는 “8만 8000달러의 전액 장학금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홈스쿨링을 통해 이른 나이에 고교 과정을 마치고, 사회 생활까지 더해 명문대 합격까지 이뤄낸 셈이다.
합격 비결에 대해 그는 “성적보다도 도전하는 분야에 대해 얼마나 열정과 관심을 가졌는지를 좋게 평가한 것 같다”며 “2년 반의 실제 경험과 여기서 맺은 인맥으로부터 추천서를 받은 것이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 김애연 씨는 “(딸이)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일찍 졸업한 뒤 사회생활을 하면서 발견한 꿈을 이루기 위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 더 기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에게나 홈스쿨링 방식이 맞지는 않는 것 같다. 자녀의 특성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부 이외에도 여러 가지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기사를 통해 한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자녀의 장래를 계획할 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