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변호사이자 학생 돌보는 선생님” 해나 플라워 SCAD 애틀랜타 캠퍼스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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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변호사 거쳐 대학 교육자 책임자로

해나 플로워 사바나 칼리지 오브 아트 앤 디자인 애틀랜타 캠퍼스 신임 부총장

“AI는 도구일뿐…가치있는 디자인은 여전히 사람의 아이디어에서 나와” 

29일로 취임 한 달차를 맞은 해나 플라워 사바나 칼리지 오브 아트 앤 디자인(SCAD) 애틀랜타 캠퍼스 신임 부총장(한국명 이현주)은 본인을 “전형적인 한인 이민자”라고 소개했다. 어릴 적부터 “대단한” 의사나 변호사가 되고 싶었던 그가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무렵 어머니가 투병생활을 하게되면서다. 떠맡듯이 어머니가 가르치던 교회의 일요학교 교사가 됐다. 어머니는 결국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변호사가 된 후에도 학생을 위한 삶을 살고 있다.

21일 화상 인터뷰에 응한 플라워 부총장은 “내 마음은 늘 학생 서비스로서의 교육에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지 만 2살 반 무렵 캘리포니아로 이민온 그는 고등학생 시절 조지아 라즈웰로 이사했다. 1998년 조지아주립대(GSU)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뒤 둘루스 버클리레이크 초등학교에서 5년간 5학년 교사로 일했다.

그는 “초등학생을 가르친다는 것은 학급 내 30명 개개인의 필요에 집중한다는 뜻”이라며 “안전지대에 안주하던 어른이 관점을 바꿔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은 예상보다 큰 어려움이자 도전이었다”고 전했다. 학생과의 끈끈한 교류 외에도 몇 안되는 아시아계 미국인 교사로서 한국인 학부모 가정이 자신의 존재만으로 위안을 얻는 것을 보는 것은 뜻밖의 보람이었다.

2003년 GSU 로스쿨에 입학해 변호사가 된 후 다시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폴라 월리스 SCAD 총장 덕이었다. 대형 국제 로펌 브라이언 케이브 소속 변호사 출신으로 교내 법률 전문가직에 지원한 그에게 월리스 총장이 먼저 교육자로서의 강점을 살릴 것을 제안했다.

플라워 부총장은 “면접 당시 예상치 못한 제안에 정말 놀랐다”다면서도 “SCAD에서 변호사이자 선생님으로서 이전의 두 직업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근 14년간 SCAD 법률 고문이자 학생지원부 부처장으로 도서관, 박물관 등 교내시설 운영부터 국제 유학 프로그램, ESL 교육 전반을 감독했다.

사바나 칼리지 오브 아트 앤 디자인 애틀랜타 캠퍼스

30명을 가르치던 그가 이제 전세계 1700명 학생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조지아주 사바나와 애틀랜타를 비롯해 해외에도 분교 캠퍼스를 두고 있는 국제대학인 SCAD는 세계적으로 100개 이상의 학위과정을 운영한다. 학생의 출신국가만 100개국 이상으로 국제학생 비율이 21%에 달한다. 그중 중국, 인도, 한국, 대만 학생이 가장 많다.

그는 “많은 대학이 ‘너는 어른이야. 이제부터 배움은 네 책임이야’라는 입장을 취하는 것과 달리 여전히 개별 학생의 학습 환경을 들여다보고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며 “맞춤형 교육은 SCAD의 교육 철학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예술대학에 대한 세간의 편견과 달리 많은 학생이 과도한 작업량에 시달리고 불투명한 진로 고민에 힘들어하는 것도 그가 학생 중심 교육을 고수하는 이유다.

애틀랜타 캠퍼스는 올해 개교 20주년을 맞았지만 축하도 잠시, 향후 20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인공지능(AI)의 시대에 예술대학의 미래는 어떨까. 그는 “불편함을 수용하는 비판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것이 가능한 기술은 인간의 호기심을 잃게 한다. 호기심이 없다면 더이상의 혁신은 불가능하다.

그는 “교수진뿐 아니라 파트너 기업과도 미래 학생들이 키워야 할 신기술 활용 역량,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활발히 나누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AI는 도구일 뿐이며, 가치있는 디자인은 여전히 인간의 아이디어에서 나온다”는 관점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