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엘리트 대학들의 합격률이 역사상 최저치를 연달아 경신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해마다 명문대 입학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어느 대학에 합격할지 도무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늘면서 복수의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가만히 자신에게 물어보자. 프린스턴 대학이 올해 미국의 ‘넘버 1’에 랭크됐든, ‘넘버 3’ 에 랭크됐든, 그게 대수인가? 스탠퍼드 대학의 합격률이 3.95%이든 2.16%이든, 정말 나에게 문제가 되는가? 유펜이 전체 지원자의 94.32%를 불합격시켰든, 95.74%를 탈락시켰던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가?
이들 대학은 가장 합격하기 어려운 탑 대학들이다. 합격률이 더 낮아졌다고 해서 내가 실제로 합격할 가능성에 별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내가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자격을 갖춘 학생이라고 해도, 엘리트 대학들에 지원했다가 얼마든지 고배를 마실 수 있다.
이런 엘리트 대학들에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거의 주사위 굴리기나 다름없다. 낮은 한 자릿수 합격률을 보유한 대학들은 매우 우수한 지원자 100명 중 겨우 3~6명만 뽑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대학 리서치를 하고 유용한 정보들을 참고해서 원서를 최대한 잘 작성하느냐’ 하는 것뿐이다.
최근 유펜, 프린스턴, 코넬 등 3개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합격률을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몇 년 전 스탠퍼드대가 더는 합격률을 발표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이들 대학은 불필요하게 학생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 합격률을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요즘은 대학 입시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어떤 학생은 대학지원 과정에서 127개의 대학들로부터 총 3069개의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온라인 메시지 보드인 ‘칼리지 컨피덴셜’(College Confidential)이나 ‘레딧’(Reddit), 그리고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같은 소셜 미디어 매체에서도 대학 관련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질’(quality)이다. 과연 이곳에서 얻는 정보들이 사실에 근거한, 믿을 만한 것인가?
‘전국 칼리지 어드미션 카운슬링 협회’(NACAC)의 엔젤 페레즈 CEO는 “인터넷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크게 도움을 주지만 대학입시 과정에 대해 ‘정보가 아닌 의견’을 유포하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칼리지 컨피덴셜이나 레딧 같은 웹사이트는 재미가 있을지는 모르나, 대학 입시에 대한 전문가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학생의 불안감을 낮추고 싶다면 상업적인 칼리지 랭킹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편이 낫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팟캐스트 호스트인 말콤 글래드웰과 컬럼비아 대학 수학 교수인 마이클 타데우스는 대학 랭킹을 매기는 데 있어서 공정성, 불완전한 데이터, 개인주관 등의 문제가 드러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칼리지 랭킹을 매기는 데 사용되는 데이터는 매우 불확실하며, 의심할 여지 없이 주관적이다.
전문가들은 연방교육부(DOE)가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 ‘칼리지 내비게이터’의 경우 필요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좋은 리소스이긴 하지만 너무 ‘양’(quantity)에 집착한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관심 있는 대학들의 개성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과 핏(fit)이 맞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량화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하긴 하지만 대학들의 투명한 정보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면 “신입생의 3분의 1이 고등학교 때 리서치를 한 경험이 있다”는 유펜의 최근 발표가 투명성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대학들은 학생 및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지원자들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명문대에 지원할 학생들은 낮은 합격률을 바탕으로 지원대학을 정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해당 대학의 문화, 커뮤니티, 캐릭터를 중요시하라는 얘기다. 그래야만 나와 정말로 핏이 맞는 학교인지 알 수 있다.
빈센트 김 카운슬러 / 어드미션 매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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