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중앙일보] 발행 2021/06/23 미주판 1면 입력 2021/06/22 22:00
한인 2세 여성 헌법소원
출생신고 안해 내용 몰라
입대 지원서에 잘못 기재
“미국 내 사회활동 제약”한국의 불합리한 선천적 복수국적자 국적이탈 문제와 관련 또 다시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특히 이번에는 한국의 병역문제와 관계 없는 2세 한인 여성이 ‘미국 내 사회 진출 및 활동 제약’을 이유로 제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워싱턴지역에서 활동하는 전종준 변호사는 22일 “버니지아주에 거주하는 엘리아나 민지 이(23)씨가 한국의 국적법 조항이 자신의 미국 공군 입대를 부당하게 좌절시켜 헌법상 보장된 국적 이탈의 자유, 양심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지난 18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전 변호사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1997년 미국에서 영주권자 아버지와 시민권자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했다. 이씨의 부모는 미국에서 혼인신고를 했고, 한국에 이씨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후 이씨는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리씨는 지난해 10월 미 공군 선발 시험에 응시, 신원조회 과정에서 본인이 선천적 복수국적자라는 사실을 모른 채 복수국적자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니오(No)’라고 답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 발생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한국의 국적자동상실제도가 폐지됐으며 딸이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워싱턴DC의 한국대사관에 관련 내용을 여러 번 문의했으나, 그때마다 대사관 직원은 “여성은 22세 이후에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되기 때문에 복수국적자가 아니다”라는 답을 들었다는 것이다. 대사관 직원 역시 국적법 조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셈이다.
최대한 빨리 딸의 국적이탈 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씨의 경우 ▶13년 전 어머니와 이혼한 후 연락이 끊긴 아버지의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가 없고 ▶아버지의 서명도 받을 수 없어 국적이탈에 앞서 필요한 출생신고 자체를 할 수가 없었고 ▶출생신고를 하더라도 국적이탈 처리까지 18개월이나 걸려 입대 전까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전 변호사는 “이씨는 복수국적이 아니라고 잘못 기재한 것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인해 결국 올해 1월 공군 입대를 포기했다”며 “국적 이탈을 어렵게 한 선천적복수국적 제도로 인해 한인 2세가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전 변호사는 ▶미국서 나고 자란 한인 2세들에게 출생신고를 강요하고 18개월이라는 장기간의 처리 기간을 요구한 점 ▶부모가 이혼을 하였거나 부모 중 한 명이 사망해 부모 양측이 출생신고서에 서명할 수 없는 경우 한국국적이탈신고가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재외동포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법률 조항이 만들어진 점 ▶미국 내의 정확하고 충분한 안내 부족으로 해당 법률의 수범자인 재미동포의 상황을 악화시킨 점 ▶2세들이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미국서 (복수국적 관련) 허위 사실을 말하게 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여성의 경우에도 국적이탈 의무가 있다는 것을 한국 정부는 제대로 홍보도 하지 않았고, 이를 알고 있는 해외동포 여성도 많지 않다”며 “이번 헌법소원을 통해 한국 국회는 인권침해를 해소하고 2세들의 정계나 공직 진출을 장려하는 개정법을 통과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