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에서]
봄이 완연하다. 현재 통계로 보면 미국 인구의 약 40%가 코로나 백신을 맞았고 올해 7월까지 인구 전체가 접종을 끝마치게 되리라는 정부의 발표이다. 아직도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못하고 있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교육구에 따라 학생들의 정상 등교를 차츰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다. LA통합교육구 소속 초ㆍ중등학교는 오전에 3시간 동안 학생들이 교실에서 교사와 직접 대면해서 교육을 받고 오후에는 온라인 수업을 집에서 받는 이중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사들 입장에서는 학습플랜을 이중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고충이 있다.
컴퓨터 수업이 초ㆍ중등학교에서는 그런대로 학생들이 잘 따라주는데 비해 고등학생들의 경우에는 ‘무단결석’ 때문에 교사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다. 수업이 시작한 후에 잠깐 컴퓨터에 얼굴을 보였다가 아예 화면에서 모습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교사의 입장에서는 이들의 학업 성취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어려움에 부닥치게 된다.
학생들에게 학과의 내용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정직함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는 어느 교사의 말에 공감했다. 부모님은 자녀의 책가방을 가끔 점검해 숙제와 학교생활에 충실한지 살핌은 자녀를 걱정하는 부모의 도리이다. 자녀를 위한 부모의 관심이 바른길을 터득하는데 큰 힘이 된다.
정직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수십 년 전 처음 부임했던 초등학교에서 일어났던 사건이 생각났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왔는데 한 학생이 나에게 와서 자기 책상 속에 넣어 뒀던 점심값 2불이 없어졌다고 했다. 돈을 잃어버린 학생을 비롯한 여러 학생의 얘기를 들어 보고 돈을 훔친 학생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모든 학생이 자기들 가방을 다 쏟아내어 보이고 또 모두 눈감고 엎드려 있을 때 돈을 슬그머니 내놓으면 용서가 된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썼지만 끝내 훔쳐간 학생을 찾아내지 못했다. 여러 상황을 참고해서 내렸던 짐작은 돈을 잃어버린 학생의 짝이라는 심증을 얻었지만 확증이 없는 이상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그 후 수십 년 교사 생활을 하는 동안 비슷한 사건이 몇 번 있었다. 도난 사건 외에도 숙제를 안 했을 때 꾸며대는 핑계 친구들과 싸우면서 둘러대는 거짓말 등 모두가 정직을 잃어버린 말과 행동이었다. 이런 경험에서 얻은 내 나름대로의 결론은 가난하다고 또는 공부를 못한다고 손버릇이 나쁜 것이 아니고 반대로 부잣집 아이이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들이 반드시 정직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직과 본분이 상실되어 가는 현실에 실망이다. 오늘 정직한 사람으로 인해 내일 정직한 사회가 조성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우리가 처음으로 속이는 짓을 할 때 우리는 얼마나 얽힌 거미줄을 짜게 되는가?” 라는 영국의 작가 월터 스콧의 말이다. 거짓은 거짓을 낳고 이렇게 쌓인 거짓은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서 그 안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주위를 무질서한 혼란 상태에 빠트리는 것이다. 정직은 훗날 평안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재산이다.
세상이 요구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한 예를 들어보면 어느 분야에서이던 전문가로 성공하고 재정적인 여유를 갖추어서 자신보다 열악한 형편에 있는 이웃을 돕는 사람들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 재정적인 도움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의무가 있다. 살아가면서 정직의 원칙을 지키고 후세들에게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모범을 보이면서 가르치는 것이다. 정직은 어릴 때부터 습관이 되도록 가르쳐야 진솔한 삶으로 이어진다. ‘거짓은 어둠 안에 있고 정직은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다.’ 오랜 세월 교사 생활을 한 나의 신념이다.
정정숙 이사 / 한국어진흥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