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입학 타격” vs. “인종 다양성 이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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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교실 | 소수계 우대정책의 앞날

찬성 입장
인종은 학생 선발 요소 일부분
“커뮤니티간 격차 줄여야”

반대 입장
공립대 입학 문 더 좁아질 것
“오히려 역차별 받는 집단 생겨”

지난 1997년 10월 27일 새크라멘토 주 청사 앞에서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이 주민발의안 209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오는 11월 3일 가주 유권자들은 당시 통과됐던 주민발의안 209를 폐기하는 발의안16을 투표한다.[

주민발의안 16 찬반 의견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프로포지션(발의안) 16을 반대한다!”

지난달 8일 아케이디아 카운티 공원에 운집한 500여대의 시위 차량들과 마스크를 쓴 채 피킷을 든 시위대 200여명의 목소리다.

주민발의안 16은 어퍼머티브액션(Affirmative Action)으로 불리는 소수계 우대정책을 금지하는 주민발의안 209를 폐지하고 소수계 우대정책을 부활시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발의안은 추진 과정부터 가주 곳곳에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당사자인 아시안 커뮤니티 안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아시안 커뮤니티가 분열되는 가장 큰 원인은 대학 입시 때문이다. 한인 사회에서도 이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에 에듀브리지플러스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LA데일리뉴스가 전한 발의안 16의 찬반입장을 정리했다.

▶주민발의안 16이란

독자들은 먼저 1996년 가주에서 통과된 주민발의안 209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주는 그해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발의안 209를 통과시켰다. 1960년대부터 시행돼 왔던 어퍼머티브 액션을 폐지하는 내용이다. 모든 인종은 평등하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이후 가주에서는 주립대 입학이나 취업시 인종과 성별 등이 결정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게 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주민발의안 209는 가주 주립대의 인종 다양화 정책에 걸림돌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아시안들을 포함해 성적이 우수한 인종들의 ‘쏠림’ 현상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점차 어퍼머티브 액션을 부활시켜 진정한 인종의 다양화를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게 됐다.

2014년 가주 상원의회내 흑인 코커스가 관련 법안을 상정했지만 의회내의 무관심과 아시안 커뮤니티의 반대로 통과에 실패했다. 하지만 지난해 셜리 웨버 가주하원의원(민주.샌디에이고)이 발의한 헌법수정안(ACA 5)이 지난 5월 통과되면서 주민발의안 16이란 이름으로 오는 11월 3일 선거에 부쳐지게 됐다.

▶주민발의안16 찬성 이유

‘어퍼머티브 액션의 부활’ 지지자들은 UC와 캘스테이트, 커뮤니티 칼리지 등 대학 기관들과 아시안 커뮤니티내 주요 단체들이다. 대표적인 아시안 법률단체인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AJ)의 빅토리아 도밍게즈 교육평등 디렉터는 “어퍼머티브 액션은 가주 주립대들이 학생 선발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듯이 인종을 그 하나의 요소로 고려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장은 어퍼머티브 액션이 실제로 아시안 학생들의 입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한 예로 UCLA와 아태교육연구위원회이 발표한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 선발에 인종 배경이 제외된 1997년 입학연도부터 지난 20여 년간 8개 UC 캠퍼스(2005년 개교한 머세드 제외) 중 5개 캠퍼스에서 아시안 입학률이 감소했다. 2009년의 경우 리버사이드 캠퍼스를 제외하고 모든 UC 캠퍼스에서 아태계 학생들의 입학률이 줄었다. 오히려 인종이란 배경을 입시요소에서 제외했을 때 아시안들이 큰 이점을 누리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대학 내에서도 아시안 교직원들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찬성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필리핀계 미국인인 에이미 델 라 크루즈 UCLA 아태연구소 부소장은 인종간 뿐만 아니라 같은 인종 내 커뮤니티 간의 교육과 소득 등의 간극 해소를 위해서라도 어퍼머티브 액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델 라 크루즈 부소장은 “UC 캠퍼스의 2014년도 가을학기 아시안 학생 합격률은 72%로 평균 합격률인 62%를 웃돌았다. 하지만 더 세분화된 데이터를 보면 대만, 중국, 인도 학생들의 합격률은 80%인데 반해 라오스, 사모아 등 아시안 내 소수 커뮤니티 출신 학생들의 합격률은 50% 미만”이라며 아시안 인종 내 커뮤니티 간의 간극을 강조했다.

UCLA 재학생인 에이미 호 아시안퍼시픽연합 조교는 발의안 16가 오히려 소외되는 인종, 커뮤니티를 도와 인종평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인종차별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이 시점에 타인종의 아픔과 어려움에 함께 공감하며 아시안만을 위한 이기적인 생각들을 버릴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주민발의안16 반대 이유

반대 의견의 중심에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있다. 이들의 우려는 공립대 입학 정책의 변화다. 소수계 우대정책이 살아날 경우 공립대 입학 문이 좁아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들은 학생의 입학을 평가하는 항목에 특정 인종이 혜택을 누리는 것은 공정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인종 평등화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한다.

아케이디아에서 열린 주민발의안 16 반대 집회를 주도한 펭글랜 리우씨는 “출신 배경이 대학 입학에 영향을 미치는 것 그 자체가 위헌적”이라고 강조했다.

‘평등권을 위한 가주민(Californians for Equal Rights)’의 웬유앤 우 소장 또한 “특정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목표를 성취하고자 하는 대다수의 노력과 헌신을 부정하는 행위이며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학력격차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우리는 동일한 결과가 아닌 동일한 기회를 원한다”고 말했다.

주민발의안 16의 결과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학생들 사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아케이디아고교에 재학중인 제프리 이군은 “다양한 인종이 차별 없이 평등한 권리를 누리자는 취지의 어퍼머티브 액션을 지지한다”면서도 “하지만 주민발의안 16이 통과된다면 오히려 역으로 차별받는 집단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서 이군은 “주민발의안 16은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를 임시적으로 가려주는 반창고 같은 역할에 불과하다”며 “인종 외에도 소득격차 등 대학입시에서 간극을 심화시키는 모든 요인들을 고려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정책으로 간극을 좁혀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청원사이트인 체인지닷오그(change.org)에는 ‘주민발의안 16 반대에 투표한다(Vote No On Proposition 16.ACA-5)’는 청원이 접수되어 약 14만명이 이에 서명한 상태다.

▶최종 결과는

소수계 우대정책의 존폐는 이제 가주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있다. 만약 오는 11월 3일 선거에서 주민발의안 16이 가주 유권자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아 통과하면 UC와 캘스테이트는 소수 인종들에 대하여 입학 우대 정책을 실시할 수 있게 된다.

이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