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가정 학생 영어 교육<ELL> 지원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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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영어 외 언어 사용자
교육부 “정부의 정책과 달라”
“원래 비효율” 반기는 시각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공립학교(K-12) 내 영어 학습자(English Language Learner·ELL) 프로그램 지원을 폐지했다.

가정에서 영어 외 언어를 사용하는 한인 등 이민 가정 자녀를 입학 시 ELL로 분류했던 공립학교들은 앞으로 관련 학생들을 교육하는 데 필요한 연방 자금 등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매디 비더만 대변인은 전국 공립학교 등에 적용되는 ELL 학생 지원 지침이 행정부 정책에 부합하지 않아 폐지됐다고 20일 워싱턴포스트에 밝혔다.

비더만 대변인은 이날 ELL 지원 폐지를 언급하면서 대체 교육 프로그램 개설 여부나 정확히 어떤 지원이 중단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최소 50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와 학부모들은 연방 정부의 ELL 지원 중단이 어떤 여파를 미칠지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LA통합교육구(LAUSD) 소속 제니퍼 김 교사는 “LA카운티에는 한인 등 이민자 가정의 학생이 많은데 지원이 중단되면 앞으로 언어 격차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교육구와 주정부 등의 대응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LL 시스템은 본래 민권법(1964년 제정), 교육기회 평등법(1974년 제정) 등에 근거해 출신 국가 등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고 영어 구사 능력 등이 미숙한 이민자에 대한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됐다.  

이에 공립학교에서는 미국 출생자라 해도 가정에서 영어 이외에 언어를 사용할 경우 입학 시 ELL로 분류해 매년 영어 능력 평가시험(ELPAC)을 치르게 했다.

지원 폐지를 반기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효율성 문제가 종종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각 교육구가 ELL 시스템을 자금 확보를 위한 하나의 재원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라크레센타 지역의 한 학부모는 “교육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ELL로 분류되면 성적이 되더라도 ‘기프트(Gift)’와 같은  영재교육반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며 “교육 과정을 이수하는 데 있어 언어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ELL에 묶어두는 경우가 많아 학부모나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전했다.

사이프리스 지역의 전유민(35)씨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때 학교 서류에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묻는 부분이 있다”며 “‘한국어’를 체크하면 사실상 ELL로 분류되는데 그렇다고 특별한 보충 교육을 받는 것도 아니어서 효율성 논란도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 한인 학생 상당수는 ELL로 분류돼왔다. 가주교육부에 따르면 가주 내 공립학교(K-12)에서 ELL로 분류된 한인 학생(2022-2023 회계연도 기준)은 총 7454명이다. ELL 한인 학생 5명 중 3명(약 61%)이 LA 및 오렌지카운티 지역 학교(4552명)에 재학 중이다. 〈본지 2023년 11월 24일자 A-1면〉

한편, 지원 폐지 결정에 앞서 교육부는 이미 지난 3월부터 산하의 영어 학습 정책 등을 관할해온 영어습득사무소(OELA)의 직원들을 해고해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폐지 조치가 영어를 미국의 공식 언어로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3월 1일자)의 시행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강한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