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사정관 역할…’선발자 또는 선택한 학생의 대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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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의 입학 사정 담당관들은 자기에게 할당된 학생들을 선발함에 있어서는 거의 최종 판단권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상관의 눈치를 보거나 판단력 없이 기계적으로 조수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개별 학생의 합격 여부 결정에는 대개 두 명 이상이 팀을 이루어 판단하는데, 일치된 판단일 때에 합격 또는 불합격의 최종 결정이 나며 의견이 갈릴 때나 판단이 어려울 때는 위원회를 열어서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사정 담당관 개개인은 법정의 판사처럼 또는 직장의 직원 채용 부서의 최종 결정자와 같은 태도로 합격 여부를 결정하지만, 최종 결정을 회의를 통해서 내려야 할 때는 자기가 맡은 학생의 대변자(Advocate)가 되어 왜 그 학생을 뽑아야 하는지를 다른 사정 담당관들에게 설명하며 설득을 하기도 한다.

사정 담당관들은 자신의 인격과 판단력, 프로페셔널리즘의 높은 긍지를 가지고 학생을 선발한다. 내부적으로 그 대학의 필요와 학생 풀의 다양성을 위해 각 개인의 우수성과 함께 추후 성공적으로 대학 생활을 할지 여부, 미래 지도자로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인재를 뽑는다.

대학들은 교육관, 철학, 필요 등에 알맞은 학생들을 정당하게 뽑으면 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학생의 학업 능력이 선발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에 앞서서 학생의 자율성, 창의성, 책임감, 리더십, 생각할 수 있는 능력, 의견 표현 능력, 논리적 사고력, 타인과의 관계 능력, 업무에 대한 열정, 사회봉사 경력 등이 기본적으로 중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학업 성적보다 이것들이 합격 여부를 결정짓는다. 공부만 잘했다고 뽑는 건 아니라는 것이며 이런 학업 외 능력이 우수하면 학업이 조금 부족해도 뽑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정 담당관들이 지원서의 여러 요소들, 예를 들면 에세이, 추천서, 이력서 등을 통해 추론하고 퍼즐 맞추어 보듯이 이해해 가며 결정을 내리게 된다. 사정 담당관들은 요즘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아빠 찬스, 계층 간 불공평한 이력 사항 등조차 상식적이며 논리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이 학생은 학술 잡지에 등재된 논문에 공동 저자라서, 다른 학생보다 무조건 나으니까 뽑아야지”라고 생각할 것이라면 오산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의심을 통해서 “이 논문은 고교생으로서 짧은 기간에 연구를 통해 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다른 여러 요소들을 고려할 때 자기 능력보다는 아빠 찬스로 쉽게 얻은 것 같으니 학생 선발에 영향을 미칠 만큼 가산 점수를 줄 수 없겠다”라고 판단에서 제외하고 다른 타당한 판단 근거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일어나는 고위직 자제들의 아빠 찬스 문제들은 미국의 경우 개별 사정 담당관 선에서 걸러지는 사소한 문제라는 것이 한국과 미국의 차이가 아닐까. 이렇게 사정 담당관들은 학생 선발에 있어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것이며 유사한 사안에서도 학생의 상황과 형편에 따라 책임 있게 정확히 판단해 줄 것이라고 믿어주는 것이 사회 분위기다.  

그 근간에는 교육계 종사자들이나 그들을 포함하는 사회 시스템 구성원들의 사고방식이 그러하다는 전제가 있다. “아니 어떻게 그들을 믿어, 분명히 뒷돈 받고 부정 입학하는 애들 있을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부정직한 이들이 왜 없겠느냐마는 전반적으로 이쪽 직업의 프로페셔널리즘에서는 부정직한 판단이 적발되는 경우, 가차 없이 일벌백계 처벌 후 매장되며 발각되면 꼭 고발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의 경우에도 정의와 평등을 중요시하는 요즈음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가 될 때쯤에는 평균적으로 사회 분위기상 부정과 부패가 밀려 나가는 고등 시민사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이렇게 사정 담당관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총동원하여 우수 학생을 선발하려 눈을 크게 뜨고 지원 서류를 검토하기 때문에 그들을 적당히 속이거나 큰 노력 없이 얻은 프로그램 수료증 등이 큰 소용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학생들도 그에 걸맞게 쓸데없는 일을 배제하고 정말로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일에 전념하였음이 드러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성의를 다한 지원서를 제출하여 평가를 제대로 받음으로써 자신의 꿈과 능력에 걸맞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양민 박사 / DrYang.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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