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아이비리그뿐 아니라 미국 대학을 대표하는 명문인 하버드 대학교의 라이벌이 어디냐 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같은 아이비리그 내에서 수백년째 라이벌리를 이어가고 있는 예일 대학교일 것이다. 매년 열리는 두 학교 간의 미식축구 경기를 “The Game” 이라고 이름을 붙였을 정도이니 상징성이라는 측면에서도 하버드 vs 예일의 구도는 굉장히 오랜 기간 유지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물론 그 경기 수준 자체가 The Game이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최근 미국 대학 입시에서도 하버드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예일이라고 볼 수 있을까?
최근의 미국 대학 입시 결과들을 보면 사실 하버드의 가장 큰 라이벌을 예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여러가지 데이터를 놓고 봤을 때 정답은 스탠퍼드 대학교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랭킹, 합격률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겠지만, 가장 직관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데이터인 “하버드를 합격하고 다른 대학에 복수합격을 한 학생들이 하버드를 “버리고” 선택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가 바로 스탠퍼드이기 때문이다.
이 말을 너무 확장, 왜곡해서 생각해서는 안된다. 두 학교에 모두 합격했을 때 하버드가 아니라 스탠퍼드를 선택하는 학생의 비율이 더 높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갈수록 많은 학생들이 스탠포드에 입학하기로 결정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다.
간단하게 숫자로 보자면 55:45 정도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두 학교 모두 합격했을 때 하버드를 고른 학생이 55%, 스탠퍼드를 고른 학생이 45%라는 것이다. 미국, 그리고 세계적인 명문 대학의 대명사에 가까운 하버드 대학교를 선택하지 않고 스탠퍼드에 가기로 결정한 학생들이 45% 씩이나 된다는 것에 (아마도) 한국 학생, 부모님들은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55:45라는 비율은 처음부터 나타냈던 것은 아니다. 수십년 전의 상황을 보면 동일한 선택지에서 하버드를 선택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엇이 이 상황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일까?
당연하게도 결국 IT 열풍,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중심에 있는 학교 위치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전통적인 지식 산업의 중심은 여전히 아이비리그가 위치해 있는 동부이다. 정치, 행정, 경제, 법률, 그리고 기타 기초 학문에 기반한 업종의 중심축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했다.
90년대 중후반부터 스탠퍼드와 UC 버클리라는 두 명문대학의 출신들이 캘리포니아 북부의 실리콘밸리에 자리를 잡고 IT 기업들을 연쇄적으로 창업하면서 21세기에 세상을 혁신적으로 바꿀 핵심 기술은 완전히 서부, 그것도 캘리포니아 북부의 실리콘밸리가 장악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해당 학교들의 인재들, 그리고 해외의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한 곳으로 모이게 되고, 하나 둘 성공 신화가 써지고, 사람과 기술이 모이니 돈도 모이게 되었다.
중간에 닷컴 버블이라는 위기를 겪었지만, 그 위기를 버틴 기업들이 빅테크 기업으로 혁신을 선도하고 그 뒤를 이어 창업한 더 탄탄하고 성장가능성을 가진 스타트업 회사들의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그 독보적인 위치는 더욱 굳어졌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경제/금융의 상징이 동부에 있는 뉴욕의 월스트리트라면, 첨단 기술, 창업, 혁신의 성지는 서부의 실리콘밸리가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스탠퍼드는 실리콘밸리의 성공을 상징하는 대학이자, 실제로 수많은 창업자를 배출한 인큐베이터의 역할까지 담당하게 되었다.
따라서 캘리포니아 근처에 사는 학생들과 그 가족들, 추후 빅테크 기업 취업이나 스타트업 창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 등은 굳이 머나먼 동부에 있는 아이비리그나 하버드를 선택할 근거가 많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하버드에 결코 뒤지지 않는 명성과 아웃풋을 가지고 있는 학교가 남부 캘리포니아를 기준으로 해도 비행기로 한시간 거리에 있다는 것은 특히 캘리포니아 주변의 학생들에게 “굳이 내가 가족과 떨어져서, 새로운 곳에서 힘들게 적응할 필요가 없는” 훌륭한 옵션을 추가해준 셈이다. 좋은 날씨와 같은 환경적인 부분은 논외로 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에 발 맞춰 스탠퍼드 역시 학생을 선발할 때 다른 대학교보다 더 혁신적이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마인드셋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 학생을 선호하고 있다. 학업 성적이 다소 아쉽더라도 그런 부분에서 어필할 수 있는 인재라면 입시뿐 아니라 대학 생활에 있어서도 스탠퍼드는 소위 말해 코드가 맞는 조합이라고 볼 수 있다.
스탠퍼드를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이미지를 상징하기 위해 실리콘밸리, IT에 포커스를 맞추고 이야기했지만, 스탠퍼드를 나와서 소위 앞서 언급한 전통적인 “동부 중심의” 산업에서의 경쟁력이 낮은 것도 아니다. 심지어 스포츠 분야에서도 하버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성과를 내고 있는 스탠퍼드는 소위 말해 가장 “완벽한 육각형”에 가까운 학교라고 볼 수 있다.
무게추가 하버드에서 점차 스탠퍼드로 기울고 있는 현상에 계속되어 나중에는 두 학교를 모두 합격했을 때 스탠퍼드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더 높아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을까? 만약 언젠가 실제로 패러다임의 전환, 대세가 바뀌는 현상을 목격한다면 대학 입시 컨설턴트로서 굉장히 흥미로울 것이다.
제인 김 대표 / 16H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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