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미국을 뜨겁게 달군 화제 중 하나가 바로 미국 대학 입시에서의 소수 집단계 우대정책 (Affirmative Action) 제도의 폐지이다. Affirmative Action은 원래 미국내에서 흑인, 원주민 등 소수 인종을 공정하게 채용, 대우기 위해 고안된 제도였지만, 대학 입시에 있어서는 자격이 떨어지는 학생도 소수 인종이라는 이유로 입학할 수 있게 해 다른 자격을 갖춘 학생들의 합격권이 박탈될 수 있는 역차별적인 제도로 여겨져왔다.
미국 대법원은 이러한 역차별 주장을 받아들여 2023년 6월 29일부로 소수 집단계 우대정책을 폐지했으며, 이 결정은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학생들의 대학 입시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대학 준비에 따라 상위권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Affirmative Action 외에도 미국 대학 입시에 있어 우대 및 차별과 관련이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또다른 제도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레거시(Legacy) 제도이다.
오늘 칼럼에서는 Affirmative Action 만큼은 아니지만 대입 합격 여부에 있어 유의미한 영향을 끼쳐온 레거시 제도(Legacy)와 이 제도의 폐지를 중점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No Legacy 정책이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난 2024년 9월 30일 게빈 뉴섬 주지사가 필팅 의원이 제안한 Assembly Bill 1780에 서명했는데, 법안의 요지지는 캘리포니아 내 사립 대학이 학생을 입학시킬 때, 그 학생의 가족이 해당 학교를 졸업했거나 학교에 기부했는지 여부를 고려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서 캘리포니아주는 공식적으로 레거시 정책을 금지하는 5번째 주가 되었고, 이로 인해 1998년도에 레거시 제도를 폐지한 캘리포니아 공립 대학 시스템 (University of California)에 더해 레거시/기부 제도를 입학에 고려하던 소수의 사립 학교들도 (USC, Claremont McKenna College, Harvey Mudd, Stanford 등) 다가오는 2025년도 어드미션 사이클부터는 가족 인맥이나 기부금의 여부를 입학사정에서 고려할 수 없게 되었다.
캘리포니아 주 외에도 레거시 정책을 공립/사립대학 입학 심사에 있어 고려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금지하는 주는 콜로라도 주를 시작으로 버지니아 주, 메릴랜드 주, 일리노이 주가 있으며, 그 외에도 코네티컷 주, 매사추세츠 주, 뉴욕 주, 미네소타 주에서 레거시 입학을 금하는 법안 관련 활동이 활발히 의논 중에 있다. 이로써 아이비리그 등 최상위권 대학들이 위치한 동부 주들의 행보는 입학 트렌드와 고착화 되어 유지되어왔던 입학 시스템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레거시 제도, 왜 폐지하는가?
레거시 제도에 대한 가장 큰 비판 중 하나는 사립학교에 지원하는 학생의 능력, 업적, 잠재력 대신 부모의 재정적 자원과 학교와의 관계가 입학 기준으로 사용되어 불공평하다는 것이었다. 캘리포니아의 레거시 시스템 폐지는 수많은 대학 지원서를 접수하는 캘리포니아주의 상징적인 조치이며, 교육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증진하려는 광범위한 노력에 부합하는 것이다.
엘리트 대학들의 경우, 레거시 제도가 입학률에 있어 유의미한 영항을 끼치고 있었는데, 스탠퍼드대 언론에 따르면, 2023학년도 입학생 중 13.6%가 대학과 레거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고되었다. 또한,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하버드 대학교를 상대로 제기된 민사 소송을 보았을 때 기부자 관련 지원자는 하버드에 입학할 가능성이 7배 높은 반면, 레거시 지원자는 합격 가능성이 거의 6배 더 높았다고 한다.
이는 소위 엘리트 대학, 즉 경쟁이 가장 치열한 상위권 대학에서 레거시 제도가 역사적으로 동문과의 관계 유지 및 발전(소셜 네트워킹), 기부금 확보, 수익률 증대 등의 방법으로 사용되어 궁극적으로 순위와 기관 평판에 도움이 되는 식으로 사용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대학의 전통과 정체성, 그리고 대학의 재정적 안정을 유지한다는 명분은 레거시 제도를 지지하는 강력한 논거였다.
물론, 전체 미국 대학 기준과 통계로 볼 때 레거시 시스템이 많은 학생의 입학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레거시 제도 폐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레거시 제도가 문화적으로나 상징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유한 가정의 자녀도 특별한 입학 특혜를 받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사회에 전달함으로써 저소득층과 소수 인종 학생들에게 대학 입학이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환경에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명문대 입학이 정치, 사회, 비즈니스 리더가 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로 여겨지는 만큼, 이러한 차별적 제도의 폐지는 공정성을 유지하고 인재를 발굴할 가능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레이스 김 대표원장 / 아이앤트 에듀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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