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즈상’ 허준이 교수 “제2의 한국인 수상자 10년 안에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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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입력 2023.07.19 02:11

“최근 한국 수학자 가운데 뛰어난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적당한 연구 환경만 주어진다면 10년 안에도 뛰어난 연구 성과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한국계 수학자 중 최초로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19일 서울 동대문구 수림문화재단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수림문화재단에서는 허 교수의 이름을 딴 ‘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 개소식이 열렸다.

허 교수는 “제 이름을 딴 연구소가 부담되기도 하고 건물에 들어올 때 조금 낯뜨겁기도 하다”면서도 “안정적으로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수림문화재단에서 특별강연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수림문화재단에서 특별강연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는 20년 안에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출범했다. 허 교수는 “충분히 현실성 있는 얘기라고 생각한다”며 “요즘 박사 학위를 받고 박사 후 단계에 진입하는 한국 수학자들 중 뛰어난 분들이 정말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다른 학자들과 자연스럽게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허 교수는 “기하학자들의 직관이 많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데 기하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있는 분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려 한다”며 “(프린스턴대에서) 지도하고 있는 학생이나 함께 연구 중인 동료들도 이번 여름 한국 연구소에 초청해서 같이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허 교수는 개소식에서 ‘같음과 다름’을 주제로 특강을 하며 무엇인가를 세기 위해 같음과 다름을 수학적인 정의로 구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소개했다.

허 교수가 19일 동대문구 수림문화재단에서 열린 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 개소식에서 '같음과 다름'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 교수가 19일 동대문구 수림문화재단에서 열린 허준이 수학난제연구소 개소식에서 ‘같음과 다름’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버섯 6개, 밤하늘별 6개, 조약돌 6개처럼 물체가 6개씩 담긴 사진들을 보여주며 “여섯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아무 공통점 없는 나무나 꽃, 조약돌에서 과감하게 관계를 찾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관계를 정의하는 것 중 하나로 모든 구조가 같아 구별할 수 있는 개념인 ‘동형’을 소개하며 이와 관련된 난제를 풀기 위해 진행 중인 시도들도 소개했다.

이날 연구소 개소식에서는 올해부터 처음 시행되는 허준이 펠로우십으로 선정된 청년 수학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허준이 펠로우십은 국내외 소속기관에 관계없이 긴 호흡과 시야를 가지고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만 39세 이하 수학자에게 최대 10년간 연 1억 2000만원 내외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허 교수는 첫 임명자들에게 “응원을 전하고 싶고, 앞으로도 즐거운 마음으로 항상 열심히 공부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오는 1일 호암재단 청소년 강연회에 참석하는 등 국내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