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앙일보]
일본과 홍콩이 ‘하버드대 유학생’ 구제에 나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하버드대 유학생 등록 금지 조치와 관련해 자국 대학들에 유학생 수용 등 ‘지원 방안’ 검토를 요청했다.
아베 도시코(阿部俊子) 문부과학상은 27일 국무회의 격인 각의 후 회견을 통해 일본 각 대학에 지원 방안 검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버드대에 유학 중인 일본인 학생은 약 110명. 하버드대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연구자도 150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정권의 조치에 따른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버드 유학생 수용은 일시적인 것이 될 전망으로 교도통신은 이번 일시 수용 검토 등이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 하버드 유학생에게도 적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회견에서 아베 문부과학상은 외무성과 연계해 미국 유학생이나 연구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대학 측의 대응에 대해 미국 정부에 정보 제공을 요구했다는 점을 밝혔다. 그러면서 “하버드대가 아니더라도 미국은 일본인 학생이 가장 많이 가는 나라”라며 유학 중이거나 유학 예정인 학생들의 불안감이 높은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문부성 산하 일본 학생지원기구((JASSO)에 미국 유학에 관한 상담창구를 설치해 유학 중인 학생들의 유학계획 변경과 장학금 등에 대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도 보탰다. 아베 문부과학상은 “의욕과 재능있는 젊은이들의 배움을 보장하기 위해 관계 기관과 협력해 전력으로 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일본을 대표하는 도쿄대 역시 하버드 유학생을 한시 수용할 방침을 밝혔다. 후지이 데루오(藤井輝夫) 도쿄대 총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하버드대 외에도 정치 영향으로 학업이나 연구에 곤란을 겪는 유학생 수용을 확충하기 위해 올해 안에 관련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후지이 총장은 “교육이나 연구로 세계 톱의 인재가 모이는 미국이 정체하는 것은 세계 학술계에 있어서도 위기”라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홍콩 정부도 하버드대 유학생 수용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존 리 홍콩 행정관은 이날 홍콩대와 홍콩중문대, 홍콩과기대 등 8개 대학교육자조위원회(UGC) 지원 대학과 함께 유학생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리 행정관은 “미국 정책 영향으로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직면한 학생이라면 누구든 홍콩에서 공부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지난 22일(현지시각) 하버드대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 인증 취소를 하버드대에 통보했다. 이틀 뒤인 23일 현지 법원이 하버드대가 효력 중단을 요구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외국인 유학생과 연구자들은 재판 기간 동안 체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다.
김현예(hy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