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으로 튜터링하고 병아리 부화실험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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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학생기자들의 코로나19 극복기

한인 고교생들로 이루어진 중앙일보 학생 기자들은 뜻밖에도 코로나19 시대를 나름대로 알차게 보내고 있었다. 특히 6월 방학이 시작되면 서부터는 평소 관심이 있는 분야의 전공 서적을 추천도서 리스트를 중심으로 읽으면서 해당 분야의 지식을 쌓고 있는가하면 커뮤니티 칼리지나 각종 온라인 크레딧 코스를 통해 소속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과목을 공부하거나 대학에 지원서를 쓰기 전 GPA를 높이는 데 주력하기도 했다. 또 평소에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요리, 가드닝에 관심을 갖고 시도해 본 남학생이 있는가하면 본인이 잘하는 과목을 다른 학생들에게 튜터링을 해주는 커뮤니티 봉사활동에 주력한 학생들도 있었다. 답답한 코로나19 시기를 학생 기자들이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이번 가을 12학년에 진학하는 주드 최 군은 이번 방학을 대입지원서에 같이 넣을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올인하고 있다. 최군은 드볼의 첼로 콘체르토(협주곡) 등을 녹음해 대입지원서에 첨부할 예정이다. 최군은 11학년 2학기까지만 해도 학교 성적 관리, AP시험 준비 중으로 따로 첼로 연습을 할 시간이 없었지만 3월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고부터는 자유 시간이 늘어나 당초 예정했던 곡보다 좀 더 난이도 있는 곡에 도전하기로 했다. 지금은 하루 3시간 이상을 첼로 연습에 할애하고 있으며 조만간 녹음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11학년에 진학하는 세린 황 양은 여름방학동안 뜻깊은 체험을 했다. 할머니가 여러 마리의 닭을 키우는 것을 보고 달걀을 부화시켜 병아리를 만드는 시도를 한 것. 병아리 부화용 인큐베이터를 구매한 황양은 집에 있던 달걀부터 도전을 시작했다. 무려 21일동안 실패한 달걀을 기계 밖으로 빼내는 작업을 반복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황양은 결국 두 마리의 병아리가 인큐베이터에서 알을 깨 내고 나오는 과정을 목격했다. 황양은 “매일 매일의 과정을 일지로 꼼꼼히 기록하는 시간조차 너무 즐거웠다”며 “개학하면 학교 과학클럽에서 다른 학생들과 공동작업을 벌이고 이에 대한 내용을 학교 신문에 발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리건에 거주하는 엘리엇 신 군은 포틀랜드 인근에 자리한 아랍계 난민 캠프에 살고 있는 난민 학생들의 공부를 도와주는 중이다. 학교에서 제2 외국어로 아랍어를 선택한 신 군은 영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아랍어를 사용, 영어를 가르쳐준다. 또 인근 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해 준학사(AA) 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생 난민 학생들에게는 수학과 과학 공부를 도와주고 있다. 신 군의 봉사활동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도 한둘씩 동참하기 시작했다. 신군과 친구들은 약 20여명의 난민 학생들에게 튜터링을 제공하고 있다.

○…올가을 9학년에 진학하는 조너선 김 군은 방학이 시작되면서 요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보이스카우트로 활동하는 김 군은 평소에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은 갖춰야 한다는 보이스카우트 정신을 좋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도전해왔다. 그러다 ‘아침 식사를 만들어 가족들에게 제공하라’는 미션을 받은 김 군은 “생애 처음으로 와플을 만들었는데 가족 모두가 맛있다고 좋아했다”며 “점점 요리에 자신을 갖기 시작했다”고 자랑했다. 정기적인 훈련이나 모임을 줌 미팅으로 하고 있다는 김 군은 이 밖에도 보이스카우트의 미션에 따라 화분 갈기, 가드닝 하기, 마당 가꾸기 등의 다양한 일에 도전하며 스킬을 쌓고 있다.

○…조이스 김 양은 평소 다양한 외국어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 기간을 이용해 스패니시를 공부하고 있다. 읽고 싶은 스패니시 소설 목록을 만들어 읽는 동시에 외화를 보거나 드라마 등을 보면서 평소에 부담감을 안고 배우던 스패니시 원어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는 김 양은 “많은 유럽어(노르웨이, 스웨덴, 이탈리아, 독일 등)가 같은 라틴 알파벳을 사용하고 있어서 이를 서로 비교해 알아가는 과정에 큰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며 방학 생활을 전했다. 또한 인근 퀸랜드 유니버시티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코스로 심리학을 듣고 있다는 김 양은 사람들의 사소한 행동을 통해 그들의 심리를 어느 정도 읽고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소득이라고 덧붙였다.

○…12학년에 진학하는 제러미 김 군은 우연히 소개받은 한국 내 기독교 사립학교에 재학 중인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줌 미팅으로 주 3회씩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 군은 “대부분 소형교회 목회자나 선교사 자녀들”이라며 “영어는 물론이고 수학까지도 영어로 가르치고 있는데 한국 학생들이 영어로 수업을 듣는 데 익숙해지도록 하는게 목표”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한국어가 서툰 2세 친구들이 합세해 저학년 학생들과 빅 브러더, 빅 시스터 관계를 맺었다는 김 군은 “가르치는 일에 대한 보람도 크지만 학생들로부터 한국 문화나 정서에 대해 적지 않은 부분을 배우고 있다”며 “서로에게 윈윈 효과를 주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밖에도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집 앞 농구대에서 한두 명의 친구들이나 아버지와 농구를 즐기기도 하고, 거의 사용치 않았던 탁구대를 통해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많은 운동을 하고 있다는 학생 기자들이 많았다. 또 부모와 유튜브를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온라인 콘서트를 관람한 후 간단하게 후기를 적는 시간을 갖는 학생 기자들도 있었다.

한편, LA게이트웨이아카데미의 김소영 원장은 “많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코로나19 격리 기간을 활용하고 있다”며 “자녀가 새로운 시도를 할 때 흥미를 잃지 않도록 격려하고 관심을 보여줄 것”을 부탁했다.

장연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