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경 분의 1초’ 시대 열었다…‘아토초 연구’ 3인 노벨물리학상 수상

0
283

[중앙일보] 입력 2023.10.03 04:18 업데이트 2023.10.03 06:32

3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선정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3명. 왼쪽부터 피에르 아고스티니(70), 페렌츠 크라우스(61), 안 륄리에(65). 사진 노벨위원회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원자 내부에 있는 전자의 움직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새로운 실험 방법을 고안해 낸 피에르 아고스티니(70)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페렌츠 크라우스(61)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 박사, 안 륄리에(65) 스웨덴 룬드대 교수 등 3인이 공동 수상했다. 아고스티니와 륄리에는 프랑스, 크라우스는 헝가리 출신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물질의 전자역학 연구를 위한 아토초(100경 분의 1초) 펄스광을 생성하는 실험 방법’과 관련한 공로로 이들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이 세 사람은 인류에게 원자와 분자 안에 있는 전자의 세계를 탐사할 새로운 도구를 건네준 실험을 한 공로가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전자가 움직이거나 에너지양이 변화하는 과정을 측정할 수 있는 극도로 짧은 파장을 지닌 빛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선보임으로써 미시세계 연구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얘기다.


전자의 세계에선 ‘영점 몇 아토초’만에도 변화가 나타나기에 일반적인 빛으로는 관찰이 불가능하다. 아토초 펄스는 나노(nano·10억 분의 1), 피코(pico·1조 분의 1), 펨토(femto·1000조 분의 1)보다 매우 짧은 순식간에 번쩍하고 일어나는 진동 현상이다. 가령 100분의 1초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을 셔터 속도가 10분의 1초인 카메라로 찍을 수 없듯이, 100경 분의 1초 단위로 사건이 변화가 나타나는 전자 세계는 그만큼 극도로 짧은 파장의 빛이 있어야 관측 및 측정이 가능한데 이를 위한 방법을 만들어냈다는 데 이들의 업적이 있다.

3일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피에르 아고스티니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왼쪽부터), 페렌츠 크라우스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 교수, 안느 륄리에 스웨덴 룬드대 교수. 사진 노벨위원회

“카메라 순간 포착 도움 주는 플래시 역할”

국내에서는 2012년 남창희 광주과학기술원(GIST) 물리광과학과 교수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아토초 펄스를 이용해 헬륨 원자의 상태를 측정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남 교수는 이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카메라가 물체를 순간 포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플래시를 만들었다고 이해하면 된다”며 “아토초 펄스는 초고속 현상에서 움직임을 정지 상태처럼 포착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최강신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는 “빛으로 인해 찰나의 순간에 유전자정보(DNA)가 손상되는 데 아토초 펄스는 이런 순간도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전했다.

수상자들에게는 증서와 메달,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5100만원)가 주어진다. 수상 공적 기여도에 따른 상금 분담은 3명이 3분의 1씩으로 같다.

올해 노벨상은 전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이날 물리학상, 화학상(4일), 문학상(5일), 평화상(6일), 경제학상(9일) 순으로 발표된다. 앞서 코로나19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에 기여한 커털린 커리코(68) 헝가리 세게드대 교수와 드루 와이스먼(64)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이 있는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