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보다 한 단계 높은 책 읽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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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자녀 독서 지도법
소리내어 읽으면 단어 이해능력 빨라져
카드게임 이용한 독해력 지도도 효과

지난해 전국학업성취도평가(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al Progress·NAEP)가 공개되자 미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매 2년마다 실시되는 NAEP 평가에서 4학년 학생들의 35%, 8학년 학생들의 34%만 독해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2년 전 조사보다 2% 떨어진 수치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독해 능력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 정답은 결국 독서 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원격수업을 받고 있는 자녀들의 실력 하락을 걱정하고 있는 학부모들이 많다. 미국 교사와 교수들을 위한 매거진 ‘아메리칸 에듀케이터’는 최신호에 “학교의 가장 기본적인 교육은 학생들에게 읽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일단 책이 재미있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메리칸 에듀케이터가 소개하는 효과적인 독서법과 잠재력을 일깨워줄 수 있는 방법을 정리했다.

1. 소리내어 읽어라

전 국립아동보건인재개발원 원장이자 비영리 교육재단 ‘소프리스’의 학습연구 자문 및 컨설턴트인 루이사 C. 모츠는 “독해력은 단어 인식과 언어 이해의 산물”이라며 “로켓을 제작하려면 정교한 과학기술을 공부해야 하듯이 독해력을 늘리려면 이 기초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개인의 읽기 이해력은 저하된다”고 강조했다.

모츠가 읽기를 가르치는 것을 로켓과학과 비교하는 이유는 언어의 정교함 때문이다. 인쇄된 단어에 대한 독자의 인식은 이해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확하고 자동적이어야 한다. 좋은 독해력을 가진 사람은 언어의 소리와 음절을 순간적으로 연상시키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어린이는 입력된 단어를 소리내기 전에 그 단어가 어떻게 나열되거나 배치되어 있는지 어렴풋이 인지한다. 읽기를 빠르게 습득하는 어린이들은 언어의 구조, 소리와 연계된 문자의 패턴, 음절, 단어의 의미 등을 무의식 중에 빠르고 정확하게 인지한다. 이것이 읽기의 심리학이며 읽기가 발전하는 과정이다.

자녀가 어리다면 글자를 소리 내어 읽게 하거나 그림을 보여주며 연상되는 단어를 말하게 함으로써 음절, 박자 등 언어의 음운체계를 발달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부모가 언어의 체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지식이 없다면 자녀가 언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거나 실수할 때 단어에 대한 설명과 비교, 올바른 예시도 제공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듣을 때 집중력을 놓쳐 이해력도 떨어진다.

2. 단어의 뜻을 가르쳐라

‘단어인지’는 다양한 음소들(ex. 밤이란 단어의 음소는 ㅂ,ㅏ,ㅁ으로 구성된다)과 운소들이 뇌에서 활자처럼 각인되면서 글자의 반복성, 철자법, 그리고 의미를 가진 단어를 깨우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영어단어 Sip과 Zip 등 다른 음소를 보이는 여러 단어들을 낱말카드로 만들어 반복적으로 자녀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또는 ‘브라운 백 잇(Brown Back It)’이라는 게임을 하며 a라는 음소와 apple이라는 문자소를 서로 매칭함으로써 서로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게 할 수 있다.

읽기의 이해의 또 다른 필수 요소인 ‘언어이해’는 단어인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배경지식, 단어, 독해력을 통해 문자들을 서로 엮어가며 읽은 본문을 이해해 나가는 방식이다. 모츠에 따르면 단순히 책 읽을 환경에 많이 노출을 시킨다고 아이들의 읽기 능력이 향상되는 건 아니다. 언어이해 요소 발달은 4학년 이후 어린이들부터 발견된다. 여기서 도해 조직자를 활용하면 더 큰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 한 가지 예로는 K-W-L 차트를 활용하는 것인데 이미 알고 있는 본문(K), 새롭게 배우고 싶은 본문(W), 그리고 본문을 읽은 후 배우게 된 내용(L)을 분류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전통적인 분류’(Classic Classifying)이라는 게임이 있다. 예를 들면 ‘사자’(lion)이라는 단어를 제시하면 학생들은 ‘음식’, ‘집’, ‘행동’, ‘외모’ 등 주제와 관계 있는 4가지 이상의 단어 또는 문장을 글로 적는 것이다. 이 게임을 통해 학생들은 언어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서로 흝어져 있는 단어와 문장들을 함께 배열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3. 현 수준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책을 읽어라

시카고 대학의 교육학 명예교수인 티모시 샤하나한은 자녀의 읽기 수준보다 더 어려운 책을 읽게 하는 것이 잠재력 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샤하나한 교수는 1996년 소개된 아이린 폰타스와 게이 수 피넬의 저서 ‘독서지침: 모든 아이들을 위한 첫 가르침(Guided Reading: Good First Teaching for All Children)’을 소개하며 책의 전체 어휘 수, 고빈도 어휘수, 문장의 길이, 문장의 복잡성, 그림 도움 등 10개의 항목을 고려하여 독서지침단계를 A부터 Z까지 총 26가지 단계로 나누고 연령과 수준에 맞게 독서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샤하나한 교수는 비록 특정 단계의 독서에서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더 어려운 단계의 독서를 돌입하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의 독서력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에 밝혀진 연구에 따르면 독서 수준이 낮은 학생들에게 약 2학년에서 최대 4학년 높은 수준의 책을 읽게 했을 때 학생들 모두 독서력의 향상을 보였다.

단순히 읽기 어려운 책을 읽게 하고 어려운 단어 뜻을 설명해 주는 도움은 최소화하되, 문단의 주제를 찾아내게 하는 연습이나 단락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또는 문장을 어떻게 분해하여 뜻을 해석하는 지 등을 가르치는 등 질적인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 최소한이지만 적재적소에 이러한 교육지원이 이뤄질 때 오히려 4학년이 읽기 쉬운 2학년 독서를 수 천 번 반복해서 읽는 것보다 2학년 독서 수준을 가진 자녀가 4학년 수준의 책 한 권을 읽는 도전을 택하는 것이 잠재력을 더 개발해주는 일이 될 것이다.

이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