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뇌 만들기② 깊이 읽기가 비판적 사고력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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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년특집 ㅣ공부 잘하는 뇌 만들기 기본 전략

2. 깊이 읽기가 비판적 사고력을 키운다
구조적 사고 능력 배양이 올바른 글읽기의 핵심

깊이 읽는 습관을 들이려면 어릴 때부터 문장의 단어 하나씩 분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중앙포토]
◆연재 시리즈

1. 읽기 능력이 성적을 결정한다.
2. 깊이 읽기가 비판적 사고력을 키운다. 
3. 자녀의 뇌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4. 자녀의 뇌유형에 맞는 학습전략을 짜라.
5. 위대한 지도자의 하루 ‘라이프 사이클’을 따라하자.
6. 자녀의 성공요인은 타고난 지능도 후천적 환경도 아니다.

많은 엄마가 시험을 앞둔 자녀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문제를 풀 때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라’는 말이다. 출제자가 왜 그런 문제를 냈고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를 알 수 있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엄마는 아이에게 어떻게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지 그 방법은 알려주지 않으면서 그냥 잘 파악하라고만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출제자의 의도를 잘 파악할 수 있을까? 바로 깊이 읽기에 답이 있다.

이 읽기란 주어진 글을 자신의 렌즈로, 즉 주관적으로 읽고(reading), 이해하는(understanding) 것이 아니라 주어진 글을 그 저자의 렌즈로 읽고(deep reading), 이해하는(overstanding) 것을 말한다. 아이가 저자의 렌즈를 찾기 위해서는 문장을 분석할 수 있는 예리한 지성의 칼이 있어야 한다. 그 지성의 도구가 바로 구조적 사고(structural thinking)다.

▶구조적 사고란

구조적 사고는 마치 레고 놀이를 하는 것과 같다. 구조적 사고를 통나무집을 만드는 레고 놀이와 비교해보자. 레고 놀이를 하려면 먼저 여러 종류의 피스(piece)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피스는 구조적 사고에서 변수(variable)에 해당한다. 변수는 통나무집을 짓기 위해 먼저 통나무가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

그 다음으로 아이가 피스를 잘 조립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능력이 구조적 사고에서는 관계(relationship)에 해당된다. 이 단계에서는 다양한 변수들을 잘 관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 능력이 바로 아이의 두뇌역량이다.

피스와 조립능력, 두 가지만 있으면 언제든지 통나무집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통나무집이 구조적 사고에서 바로 구조(structure)에 해당한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지식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하나의 지적 구조물이다.

이제는 반대로 이미 완성된 레고모형을 천천히 분해하면서 이 모형이 어떤 피스로 구성되어 있고, 또 어떻게 조립되었는지 찾아보자. 이때 처음 레고모형을 만들 때 사용되었던 그 설계도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마치 구조화된 지식을 분해하여 처음 그 지식을 만든 저자의 렌즈를 찾는 작업과 같다. 지식을 분해하여 그 저자의 렌즈를 찾는 작업이 분석적 사고(analytical thinking)이고, 이것이 바로 비판적 사고의 핵심이다.

▶문장 분석 훈련하기

다음의 문장을 분석적 사고를 기반으로 저자의 의도를 찾아내는 깊이 읽기를 훈련해보자,

‘프랑스 혁명 200주년 기념식을 성대히 치른 직후 히잡사건이 발생했다’라는 문장을 읽고 저자의 의도를 파악해보라. 거의 대다수 아이는 이 문장을 이렇게 읽는다. ‘프랑스 혁명 200주년 기념식이 있고.’ 그 다음에 ‘히잡 사건이 발생했다’고 읽고 이해한다.

여기서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은 위 문장을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누어 읽었다는 것이다. 대개 외부 사물을 바라보는 렌즈가 큰 우뇌성향의 아이들이 이처럼 문장을 통으로 크게 읽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게 끝이냐고 물으면 끝이라고 한다. 이렇게 문장을 크게 두 단위로 끊어서 읽으면 분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읽으면 저자의 의도를 찾는 것은 이미 물 건너 갔다고 보아야 한다.

프랑스 혁명 200주년 기념식 후에 히잡사건이 발생했다는 단순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으로 공부는 끝난다. 어디에서도 아이가 사고를 했다는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이런 방식으로는 아무리 많이 책을 읽어도 아이의 사고력은 좋아지지 않는다. 그저 생각의 1차원 수준에서 글을 읽은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읽어야 할까? 아이가 위의 문장을 ‘프랑스,’ ‘혁명,’ ‘200주년,’ ‘기념식,’ ‘성대히,’ ‘치른,’ ‘직,’ ‘후,’ ‘히잡사건,’ ‘발생했다’와 같이 10개 정도로 아주 작게 분해하고, 그 다음 저자의 입장에서 왜 그 단어를 사용해서 그 문장을 만들었는지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아이는 문장을 아주 작은 단위, 즉 단어 하나하나를 다 분석해야 한다. 또 문장에서 저자가 단순히 프랑스 혁명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많은 혁명들 즉 영국의 명예혁명, 러시아혁명, 인도혁명, 동학혁명 등등 가운데서 왜 프랑스 혁명을 기념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그렇게 질문해야 아이는 문장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고차원적 사고를 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프랑스 혁명은 다른 혁명과 어떻게 차별되기에 기념하자는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여기서 아이는 구글에 들어가서 프랑스 혁명의 차별점을 검색해도 된다. 그것은 지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검색한 결과 프랑스 혁명의 정신 즉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이 다른 혁명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는 위 문장에서 단순히 프랑스 혁명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의 속뜻이 그 혁명의 정신을 기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다음 아이는 왜 저자가 ‘200주년’ 그리고 ‘성대히’라는 단어를 문장에 넣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200주년이니까 200주년이지라고 말한다면 아직도 생각의 2차원으로 올라가기에는 멀었다. 여기서 두 단어는 강조용법이다. 두 단어를 동시에 쓴 것은 자유, 평등, 박애의 혁명정신을 세게, 그것도 아주 세게 기념했다는 것이다.

이어서 ‘치른,’ ‘직후,’ ‘발생했다’라는 단어가 나타난다. 여기서 동사 ‘치른’ 다음에 그냥 ‘후’가 아니라 왜 ‘직후’라고 했는지를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말은 ‘직후’가 시간적인 순서의 의미도 담고 있지만 공간적으로 배신이나 모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앞에서 나를 좋아한다고 해놓고 뒤돌아서서는 나를 욕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냥 ‘후’라고 하면 안 된다. 프랑스 혁명정신을 아주 세게 기념하는 행위를 한 후 바로 되돌아서서 히잡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앞뒤가 다른 모순적인 행동을 강조하기 위해 그렇게 쓴 것이다.

여기서 히잡사건을 모르면 구글을 검색해도 된다. 히잡사건은 이슬람 소녀들이 히잡을 쓰고 학교에 오자 학교당국에서 쓰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 쓰고 와서 학생들을 퇴학시킨 사건이다.

정리하면, 위의 글을 ‘프랑스 혁명 200주년 기념식이 있고.’ 그 다음 ‘히잡 사건이 발생했다’라고 대충 분석하면 단순히 지식을 받아들이는 생각의 1차원 읽기밖에 안 된다.

아이가 ‘프랑스 민족이 앞에서는 자유, 평등, 박애를 세게 그것도 아주 세게 기념하는 행위를 하면서 뒤돌아서서는 이슬람 소녀들의 자유, 평등, 박애를 짓밟는 윤리적 이중행위를 하고 있다’고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지식으로부터 저자의 렌즈를 찾아내는 생각의 2차원 읽기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아이에게 깊이 읽기를 훈련하면 비판적 사고력도 좋아지고, 덤으로 어떤 문제던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최고의 성적을 받아올 것이다.

안진훈 대표/ MSC브레인컨설팅그룹
▶문의: (213)322-5532, msc2018@mscbra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