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떼쓰는 행동 허투루 넘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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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교실 | 소아ㆍ청소년 코로나블루 관리
소아·청소년 별 이상 징후 달라
자녀만큼 부모의 정신건강 중요

팬데믹이 장기화되며 다양한 불안 증세를 보이는 자녀들의 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AP]

불안증 초기 파악하기

코로나19로 어느 하나 예외없이 힘든 시간을 겪지만 소아·청소년들은 정서적으로 성인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내 자녀 또한 예외가 아니다. 아이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코로나블루'(코로나19와 우울한 기분을 뜻하는 블루가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로 인한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소아과학회가 운영하는 소아·청소년 건강정보 사이트 ‘헬시칠드런닷오그(healthychildren.org)’가 전하는 코로나19 시대 자녀의 정신건강 관리를 정리했다.

▶소아 정신건강 이상 징후

신체 및 정신발달이 급격하게 이뤄지는 소아 단계에서는 발달이 이전 단계로 퇴행하는 모습이 종종 발견된다. 떼쓰기 울기 화내기 등 소위 부모를 ‘달달 볶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분리 불안증이나 밤에 자주 깨는 수면장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불안장애가 종종 성장기의 소아들에게서 발견된다. 심한 경우는 식사 후 역류 설사나 변비 또는 복통 같은 신체적 이상 징후로 이어진다.

▶청소년 정신건강 이상 징후

원격수업 자택대피령 등 팬데믹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청소년기에는 보다 정서적인 부분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된다. 부모와 마찰이 잦아지거나 사용하는 언어가 바뀐다든지 평소 좋아하던 취미를 갑작스럽게 중단하는 행동이 그 징후다. 부모 및 또래 친구와의 대화를 단절하고 학업이나 일상 활동 속에서 의욕이 떨어지는 등 평소 보이지 않던 모습이 반복적으로 발견된다면 자녀의 정신건강 상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도움 구하기

전문 의료진의 도움이 최우선이다. 미국소아과학회는 위에서 언급된 이상 징후가 자녀의 생활 속에서 포착될 시 가장 먼저 소아과 주치의 등 전문 의료진에 도움을 요청할 것을 조언한다. 학회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클리닉들이 직접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비대면으로 기본적인 상담 및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구할 것을 강조했다.

불안장애 등 정신건강 상담 클리닉 웨스트코스트 테라피&웰니스의 크리스티 태드로스 원장은 “불안감이 핵심 원인인 질환 및 장애는 상담과 대화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속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만으로 큰 효과를 보인다”며 “관련 증세들이 더 악화 되기 전에 자녀가 무엇으로 인해 불안을 느끼는지 불안의 실체가 무엇인지 등을 파악하고 올바른 치료법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부모의 역할

자녀의 정신건강 회복을 위해 전문가의 개입이 이뤄졌다면 자녀가 온전히 회복하기까지 부모의 역할이 커지게 된다. 자녀의 상태를 24시간 관찰하며 자녀가 느끼는 불안감과 스트레스의 수준을 면밀히 살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부모이기 때문이다.

태드로스 원장은 “자녀의 불안을 해소하고 긍정의 기운을 주기 위해 집안 내 분위기(tone)를 밝게 조성하는 것이 자녀의 정신건강을 위한 부모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이만큼 중요한 게 바로 부모의 정신건강이다. 부모 또한 코로나블루가 찾아올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아픔은 소아.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받아들이기 매우 어려운 일생 일대의 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전문가들은 부모의 육체 및 정신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안 및 관련장애 치료센터(SMart Center)의 엘리사 시폰-블럼 소장은 “현재 상황에서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과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을 명확하게 나눌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녀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면 불안감과 우려는 늘어날 뿐”이라며 “여전히 우리 삶에서 컨트롤 할 수 있는 가치와 활동들을 찾아서 수행하며 자녀가 마주하는 긴장감을 해소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택적 함구증

주로 3~5세 발병…놀이ㆍ행동치료 가능

집에서는 말을 잘 하지만 외부에서는 입을 꾹 다무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이를 의학용어로 ‘선택적 함구증’이라고 한다.

선택적 함구증은 신경학적 원인으로 인한 언어장애가 없음에도 불안감 등의 이유로 특정한 사회적 상황에서 말을 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보통 3~5세에 발병하는데 과거에는 ‘낯가림’ 정도로 치부됐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자존감 저하 우울증 학업성취 저하 등 후유증을 겪어 성인이 됐을 때 사회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미정신의학협회(APA)가 정의한 진단기준에 따르면 ▶다른 곳에서는 말을 잘하지만 말해야는 특정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함구할 경우 ▶사회 학업기능 및 의사소통에 지장이 생길 경우 ▶취학 첫 1개월을 제외하고 최소 1개월간 지속할 경우 ▶말 더듬기와 같은 의사소통 장애 또는 자폐 스펙트럼이나 조현병 등 정신적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 아닌 경우 선택적 함구증으로 진단하고 있다.

놀이치료 정신치료 행동치료 언어치료 가족치료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며 증상이 심한 경우 플루옥세틴을 투여하는 약물치료를 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선택적 함구증 자녀에게 “왜 말을 안하니”라고 다그치기 보단 아이의 사회적 불안과 긴장을 해소하고 안정감을 주는 언어와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을 조언한다.

이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