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고교 스포츠 선수자녀 위한 현장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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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ㅣ 팬데믹 기간 ‘고교 스포츠 재개’

서니힐스 고교 육상부 선수들이 야외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지난달 19일 운동선수 학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가주 공공보건국(CDPH)이 팬데믹으로 제한되던 야외 스포츠 활동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완화한 것이다. 규정 완화가 발표되자 스포츠 활동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 소재 중·고교는 풋볼, 축구, 워터폴로 등 종목에 활발한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팬데믹 이전 수준의 스포츠 활동이 보장되지 않는 규정 완화이기 때문에 아쉬움의 목소리가 존재하지만 현장 관계자들과 운동선수들은 약 1년 만에 재개되는 스포츠 활동이 반갑기만 하다. 가주 공공보건국이 정한 스포츠 활동의 기준, 스포츠 활동이 허용되는 지역 소재 학교와 교육구의 계획 및 입장, 그리고 이번 결정이 팬데믹으로 스포츠 활동을 하지 못했던 대입지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 스포츠 활동 재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현장 관계자들에게 들어봤다.

제재 풀려도 특기생 입시 어려움 여전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야외활동 허용 촉구 결실
학교와 선수는 결정 환영
주1회 PCR검사 등 조건

지난 해 3월 스포츠 활동이 중단된 이후 꾸준한 재개 촉구가 이어졌다. 지난 1월 29일 시트러스 하이츠에서 벌어진 스포츠 활동 재개 시위. [AP]

가주 공공보건국(CDPH)이 지난달 19일 발표한 완화된 야외 스포츠 활동 규정에 따르면 CDPH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팬데믹 제재 1단계 ‘퍼플’ 또는 2단계 ‘레드’에 속한 지역이라도 제재 3단계인 ‘오렌지’에서 허용되는 신체접촉 고위험군 야외 스포츠까지 활동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가주 공공보건국이 제시한 조건은 당국이 산정한 ‘조정 확진율’이 주민 10만 명당 확진자 14명 이하일 경우이다.

가주 공공보건국이 규정을 발표한 지난달 19일 기준 LA카운티의 조정 확진율은 주민 10만 명 당 확진자 12.3명, 오렌지 카운티는 11.9명, 샌 루이스 오비스포 카운티는 9.4명으로 3개의 카운티만 재개 조건을 충족했다. 23일에는 이어서 샌버나디노 카운티가 주민 10만 명당 확진자 11.4명을 기록하며 기준을 통과했고 지난 2일에는 샌타바버러(13명), 벤투라(10.6명), 리버사이드(11.3명) 카운티가 조건 충족 대열에 합류하며 남가주 대부분의 지역이 본격적으로 스포츠 활동 재개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규정완화로 활동이 가능해지는 스포츠 종목은 야외 농구, 풋볼, 축구, 럭비 등이다.

<표 참조> 이 중 한인 학생들을 포함하여 중.고교 학생 스포츠 활동에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종목은 풋볼, 축구, 워터폴로, 럭비, 라크로스로 정리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가주 학교대항체육연맹이 가을학기 종목(시즌 1으로 분류된 풋볼, 워터폴로는 늦게나마 봄 시즌에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봄 학기 종목(시즌 2)으로 분류되는 야구, 축구 등도 재개됨에 따라 5월 졸업을 앞둔 12학년 운동선수들은 마지막으로 경기를 뛰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스포츠 활동이 재개되면 각 카운티와 학교들은 가주 공공보건국이 요구한 주 1회 PCR 검사 실시 (주 예산 부담), 타주에서 개최되는 토너먼트 참가 금지, 직계 가족 이외에 시합 관전 금지 등의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당초 알려진 내용인 ‘같은 카운티 소속 팀끼리만 시합 가능’ 및 ‘2개 팀 이상 참여하는 토너먼트 금지’ 등의 조항은 남가주 대부분의 카운티가 스포츠 활동 재개를 위한 조정 확진율 조건을 충족시킴에 따라 ‘카운티 보건당국의 승인 하에 예외를 둔다’로 완화됐다. 만약 남가주 카운티들이 현재의 확진율을 유지한다면 카운티 간 시합 및 카운티 내 토너먼트도 개최가 가능하다.

▶환영의 목소리

가주에서는 지난해 3월 스포츠 활동이 제한된 후 지속적으로 스포츠 재개를 위한 시위가 진행됐다. ‘선수들을 뛰게 해주세요'(#LetThemPlay)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개빈 뉴섬 주지사에게 스포츠 활동 재개를 촉구해온 가주민들은 가주 공공보건국의 스포츠 활동 완화 일주일 전인 12일까지 새크라멘토에 위치한 주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학교와 교육구, 학생들과 학부모측은 스포츠 활동 재개가 매우 반가운 입장이다. 지난 3일 LA통합교육구 어스틴 뷰트너 교육감은 3일 성명을 통해 LA통합교육구 고교 스포츠 활동 및 경기 재개를 알렸다. 뷰트너 교육감은 “학교 스포츠 활동의 재개는 학교 공동체가 온전한 회복을 향해 내딛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며 “아직 LA카운티가 퍼플단계인 상황에서 스포츠를 재개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지만 이 결정이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학생들의 불안감과 고립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렌지카운티 ABC교육구 또한 스포츠 재개를 환영했다. ABC 교육구 유수연 교육 부위원장은 “현재 ABC 교육구 산하 아테시아, 세리토스, 가, 위트니 고교 모두 스포츠 재개 발표가 이뤄진 시점부터 팀 컨디셔닝에 들어간 상태이며 일부 스포츠 종목은 오렌지 카운티 내에서 개최되는 토너먼트 참가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며 “야외 스포츠활동 재개는 고교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그동안 원격수업으로 지친 학생들에게도 심신 건강을 달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오렌지 카운티 플러튼 통합 고등학교 교육구(FJUHSD) 산하 서니힐스 고교도 스포츠 재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니힐스 고교 폴 존스 체육 총괄 디렉터는 “이미 스포츠 재개 조건을 충족한 오렌지 카운티 산하 고교들은 가주 공공보건국의 발표와 동시에 훈련 등의 컨디셔닝에 들어갔다”며 “워터폴로 종목은 지난 3일 첫 경기를 치렀고 풋볼은 12일 첫 경기를 목표로 준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이외에도 야구, 축구, 소프트볼 등 여러 종목이 카운티 내.외 소재 고교들과 연습 경기를 준비하고 있고 가급적 카운티 내에 있는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방식으로 시즌을 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포기하지 않고 디비전 2·3 학교 문 두드려야 영상·SNS로 대학팀 코치에 어필하는 방법도”

남가주 고교들이 저마다 스포츠 재개에 착수했다. 지난달 26일 활동 재개 후 첫 연습을 가진 서니힐스고교 풋볼팀 [사진제공= 서니힐스고교]

▶현실적 한계는 여전

학교가 점점 팬데믹 이전의 모습으로 복귀한다는 것은 분명 희소식이지만 여전히 현실적인 한계는 존재한다. 특히 체육특기생으로 대학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다면 사실상 스포츠 활동이 재개되더라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경기가 없는 상황 속에서 꾸준히 연습을 해왔다 하더라도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다는 상황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다나포인트 소재 체육특기생 입학 전문 컨설팅 업체 ‘칼리지핏’의 케이티 앤더슨 컨설턴트는 “약 1년간 실전 경기를 치르지 못한 12학년 학생뿐만 아니라 폭발적인 신체발달이 일어나는 10학년과 11학년 사이에 오히려 시즌을 통째로 날려야 했던 현재 11학년들 또한 대학팀 스카우터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학기가 끝나는 5월까지 시즌이 재개된다고 해도 현 시점에서 이미 대부분의 신입생 선발을 마친 대학팀들이 학교 간 대항전에 팀 스카우터들을 파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줄어든 대학 스포츠팀 신입생 선발자리도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작년 10월 전미대학체육협회(NCAA)는 팬데믹 확산 여파로 시즌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2019-20 봄, 2020-21 가을, 2020-21 겨울 스포츠 선수들에게 1년 자격 연장을 결정했다. 일부 대학 시니어들은 학교에 남아 1년 더 선수생활을 이어나가는 선택을 했고, 이는 자연스레 새로운 신입생 선수 선발의 감소로 이어지게 됐다.

존스 디렉터는 “NCAA의 1년 자격 연장 결정으로 ‘선수 졸업 후 신입생 선발로 빈 로스터 채우기’라는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고스란히 체육 특기생으로 대입을 준비하는 고교 선수들은 팬데믹 이전보다 열악한 상황에서 더 적은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고 말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기회는 존재

현실적인 한계가 있있음에도 관계자들과 대입 전문가들은 가주 공중보건국의 이번 결정이 대입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부정적인 측면보다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조언한다. 앤더슨 컨설턴트는 “현실적으로 지금 단계에서 NCAA 디비전 1 대학에 선수로 선발되기는 쉽지 않다”며 “하지만 과거 케이스를 살펴 볼 때 대학 선수가 갑작스레 부상을 당하거나 다양한 사유로 이미 선발된 신입생 선수의 대학 입학이 취소되어 추가 선발의 기회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그녀는 1년여 만에 시즌을 보내는 12학년과 11학년이 이번 스포츠 활동 재개에 맞춰 어떠한 대입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조언했다. 엔더슨 컨설턴트는 “12학년은 졸업까지 재개된 스포츠 리그에서 최선을 다하며 현실적인 기준으로 자신이 희망하는 전공과 스포츠팀이 있는 디비전2.3 대학을 중심으로 열심히 검색하여 대학팀 코치에게 게임 영상 또는 운동기술 중심의 편집 영상을 보내며 자신을 어필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이 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개인적으로라도 대학팀 스카우터들이 참여하는 쇼케이스 토너먼트 등을 참가하며 마지막 기회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의미한 기록을 생산하며 운동능력을 증명해야 했을 10학년-11학년 시즌이 통째로 날라간 11학년은 그 누구보다 재개된 스포츠에서 능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유명 대학의 선수 선발이 대부분 11학년 봄학기에서 12학년 가을학기에 결정되는 만큼 지금 11학년들은 재개되는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해 자신의 능력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지난 달 17일 NCAA가 대학 스포츠팀 코치들이 직접 선수 선발을 금지하는 ‘활동금지 기간(dead period)’을 5월31일까지 연장하면서 코치들의 활동이 제한되는 만큼 SNS에서 경기영상 및 운동기술 영상을 올리며 코치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간접적으로 어필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가 재개될 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꾸준하게 연습해온 시간이 빛을 발하게 됐다는 긍정적인 생각 또한 필요하다. 존스 디렉터는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니힐스 고교 선수들 대부분도 ‘아예 기회가 없는 것 보단 낫다’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남은 시즌에 임하고 있다”며 “언제 리그가 재개될 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꾸준히 훈련하고 관리한 태도를 코치들에게 전달할 영상이나 대입 에세이 등에 녹여낸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지난 1년간 리그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은 학생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