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reAPA 캠페인] ‘아메리칸 드림’ 이룬 엄마… 엄마 뒤따르는 아들

0
308

[LA중앙일보] 입력 2021/05/26

‘#WeAreAPA’ 캠페인 – 캐롤 & 앤드루 진 모자

기회의 땅 미국서 바라온 꿈
공동체 섬기며 매장 키워내
정신 계승하는 공동체 되길

맥도날드 프렌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캐롤 진과 그녀의 아들 앤드루 진은 세대는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극복’이다. 캐롤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마주했던 여러 어려움을 극복한 이민 1세라면 앤드루는 운동선수로서의 실패를 극복하고 어머니의 사업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는 이민 2세다. 5월 아시아태평양계 문화유산의 달(이하 아태 문화유산의 달)을 맞아 맥도날드 캠페인 #WeAreAPA의 마지막 이야기인 캐롤과 앤드루 모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캐롤과 앤드루 모자 스토리는 여러 도전과 마주하는 아시아태평양계 이민자 가족의 삶을 보여준다.
캐롤과 앤드루 모자 스토리는 여러 도전과 마주하는 아시아태평양계 이민자 가족의 삶을 보여준다.

모든 것이 낯설었던 이민자의 꿈

어린시절 캐롤의 삶은 다양한 문화 그 자체였다. 홍콩에서 태어난 그녀는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로 이민을 떠난다. 완전히 새로운 문화에 적응해 나가던 사춘기 소녀 캐롤은 막연하게 미국에 대한 동경심을 갖게 된다. 18세가 되던 해 캐롤은 부모님에게 미국으로 가게 해달라고 사정했고 그녀의 어머니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뒤 오늘 사준 비행기 티켓값을 몇 배로 갚아라”는 말과 함께 그녀의 손에 미국행 편도 비행기 티켓과 단돈 20달러를 쥐어 주며 작별을 고했다. 그녀 인생의 두 번째 이민이었다.

 그렇게 캐롤은 1972년 뉴욕 땅을 처음 밟으며 이민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먹고 살기 위해 봉제공장에 취직해 매일 재봉틀을 돌렸다. 선풍기 2대에 의지해 한방에 수백 명의 근로자가 밤낯 없이 재봉틀을 돌렸는데 여름이 되면 공장 내부는 그야말로 찜통처럼 더웠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힘든 노동 속에서도 그녀는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서 미국에 온 목적을 잃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커뮤니티 칼리지에 입학했고 롱아일랜드 대학 편입 후에 회계학을 전공하며 장학생으로 졸업하기에 이른다.

 대학 졸업 후 그녀의 첫 커리어는 뉴욕 교육 위원회였다. 남편을 만나 가정도 꾸리게 됐다. 모든 것이 안정적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다. 캐롤은 “나는 베네수엘라에서 카페를 운영하시던 부모를 보며 자랐고 남편은 뉴욕 브롱스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시부모를 보며 성장했다”며 “우리 둘에게는 ‘나만의 식당 운영’이라는 공통적인 꿈이 있었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캐롤과 그녀의 남편은 패스트푸드의 아이콘과 같은 맥도날드 프렌차이즈의 오너가 되기 위해 맥도날드가 운영하는 ‘햄버거 대학’(Hamburger University)에 입학했다. 2년의 교육을 마친 뒤 본사에서는 프렌차이즈 오너 승인 연락을 받았고 그렇게 그녀는 꿈에 그리던 요식업계에 본격적으로 투신하게 된다.

앤드루는 매장 운영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앤드루는 매장 운영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아태계 다음세대들에게 ‘너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 전하길 희망”

“1세대의 지혜와 경험 계승 나만의 틀을 갖춰 나가는 다음세대 될 것”

지역 공동체와 함께 성장한 사업

1990년 12월 캐롤은 보스턴 차이나타운에 그녀의 첫 맥도날드 매장을 오픈했다. 자신이 직접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그녀는 뿌리인 중국계 공동체에 자신이 받은 사랑을 나누며 지역 공동체를 섬겼다.

 캐롤은 “지역 YMCA, 학교, 비영리 단체 등 지역사회 대부분의 기관 및 단체에서 활동하며 무료 해피밀 나눔, 모금 행사 등 지역사회를 섬기는 다양한 행사를 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했다”며 “고객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더 알아가기 위함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받았던 도움과 사랑을 공동체에 다시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나에게 미국은 문자 그대로 ‘기회의 땅’ 이었다. 엄격하고 보수적인 가정환경에서 성장하며 항상 최선을 다하고 누구보다 약속 장소에 먼저 나타나야 한다고 부모가 가르쳐 준 ‘근면성실’의 정신이 무궁한 기회를 제공하는 미국을 만나 아메리칸 드림으로 이어지게 됐다”며 “아태계 다음세대에게 ‘너도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내가 가진 것을 공동체에 나눠왔고, 앞으로도 내 경험을 다음세대에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집 근처 마트에 가도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로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지난 30년간 맥도날드 프렌차이즈를 운영해온 캐롤은 어느덧 7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아태계 다음 세대 정신 계승되길

캐롤의 다음 목표는 자신이 일궈낸 아메리칸 드림과 정신을 아들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다. 현재 캐롤의 매장을 함께 운영하며 경영수업에 뛰어든 그녀의 아들 앤드루는 전 메이저리그(MLB) 선수이자 2017년 WBC에서 중국대표팀으로 활약한 야구선수 출신이다. 이민 1세가 일궈놓은 환경에서 자라난 이민 2세지만 그 또한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며 현재는 어머니의 사업과 정신을 계승하며 다음세대 중국계 미국인으로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야구에 두각을 보인 앤드루는 2014년 보스턴 칼리지 졸업 후 뉴욕 양키스와 계약을 체결한 촉망받는 신인선수였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생활 중 2016년 팀에서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고 2017년 캐나다리그, 독립리그 등을 떠돌다가 2019년 최종방출 이후 현재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경영수업을 받으며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야구선수로 앤드루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선수로 지나온 모든 경험이 자신에게 매우 소중하다고 말한다. 앤드류는 “냉정하게 말해 나는 야구선수로 엄청난 커리어를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야구선수로서 MLB 정식계약을 이뤄낸 그 커리어조차도 매우 감사하다”며 “클레이튼 커쇼나 마이크 트라웃 처럼 운동선수로 대단한 업적을 이뤄낸 것도 멋진 일이지만 선수에게 필연과도 같이 찾아오는 ‘실패’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협력, 인내, 극한의 노력 등 운동선수가 되기 위해 했던 모든 노력과 경험을 활용하여 실패를 극복해나갔고 이런 것들이 매장 운영 공부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앤드루에게 가장 큰 의지가 되는 것은 어머니 캐롤이다. 앤드루는 2세 중국계 미국인으로서 어머니가 일궈놓은 경험과 노하우에 대해 큰 존경을 표한다. 그는 “부모세대의 지혜와 경험을 계승하며 동시에 나만의 ‘틀’(framework)을 갖춰나가는 것이 다음세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이뤄가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균범 기자

“WeAreAPA 캠페인은 계속되어야 한다”

취재수첩

아시아태평양계 문화유산의 달(이하 문화유산의 달)을 기념하며 쉼 없이 달려온 5월 한 달도 마무리되고 있다 5월 한 달간 미국은 다양한 행사를 통해 올해로 31번째를 맞이한 아태 문화유산의 달을 기념했다.

 아시안 증오 범죄를 반대하는 움직임과 맞물린 2021 아태 문화유산의 달은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지난 20일에는 상하원을 통과한 아시안 증오범죄 방지법안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며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향한 미국의 존중적 입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연방정부 및 지역정부, 기업과 단체들은 저마다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며 미국 내 아태계 이민자들의 기여와 업적, 그들의 삶을 기념했다.

 세계적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는 ‘우리는 아태계 미국인입니다’(#WeAreAPA) 캠페인을 전개했다. 지역 비영리단체와 파트너십을 통해 맥도날드는 한 달간 주류 사회가 조명하지 않은 아태계 미국인들의 삶을 집중 조명했다.

#WeAreAPA 캠페인 선미의 스토리 [디어아시안아메리칸 인스타그램 캡쳐]<br>

 맥도날드 측은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며, 자신이 받은 사회ㆍ문화적 유산을 공동체에 돌려주는 아태계 인물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아태계 커뮤니티에 깊게 뿌리 내린 다양성의 너비와 깊이를 보여준다”며 “매년 아태 문화유산의 달을 기념하는 캠페인을 이어나갈 계획에 매우 흥분되며 앞으로도 다양한 커뮤니티 속 이야기들을 전하며 미국에 진정한 ‘다양성’을 전해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비영리 단체 ‘디어 아시안 아메리칸’(Dear Asian American)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된 7가지 #WeAreAPA 이야기는 수천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으며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울림을 주었다. 진부한 아시안 이야기를 벗어나 아태계 커뮤니티의 다양한 시각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아태 문화유산의 달을 맞아 맥도날드가 전개한 #WeAreAPA 캠페인은 이렇게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우리는 아태계 미국인입니다’ 캠페인의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다. 가정, 직장, 단체,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서 아시안으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삶을 통해 미국 사회에 우리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

 아태계의 다양한 목소리와 삶을 전하는 노력만이 미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차별과 편견을 넘어설 수 있다. 맥도날드로부터 배턴을 이어받아 각자의 삶에서 전개되는 #WeAreAPA 캠페인은 멈추지 않고 계속 되어야 한다.

중앙일보 교육연구소
이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