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l 억만장자와 전공
억만장자 전공이 꼭 성공 보장 못해
전공과 미래산업의 상관관계가 중요
[매치칼리지 분석]
이 분석은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21년 세계 억만장자 순위’를 토대로 전 세계 100대 부호에 등극한 억만장자들의 출신학교 및 전공을 분석해 발표한 ‘매치 칼리지’의 기사를 인용했다. 100명의 억만장자 중 대학을 나오지 않은 30인을 제외한 70인의 전공을 분석했으며 미국 내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적절한 분석을 제공하기 위해 세계 100대 부호에 든 미국인 34인 억만장자의 전공과 출신학교를 따로 정리하여 분석했다.
해당 분석이 대입을 앞둔 학생들의 전공 선택에 절대적인 기준은 될 수 없다. 매치 칼리지는 기사에 앞서 “억만장자들이 선택한 전공이 이들의 성공에 유일한 열쇠였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부호가 되기 위한 여러 조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기를 꿈꾸는 학생들은 한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억만장자가 졸업한 전공이 마치 성공을 보장한다는 식의 확대 해석을 경고하는 것이다.
매치 칼리지는 이어서 “전공과 억만장자로서의 성공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살피기보다는 억만장자가 되기까지 특정 전공이 가진 잠재력과 이 잠재력이 미래 산업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아직 전공과 미래 희망 커리어를 결정하지 못한 학생들이 ‘참고’할 것을 강조했다.
억만장자의 배경 및 환경과 선택한 전공을 함께 고려해보는 것도 바람직한 시각이다. 만약 미래에 억만장자가 되길 꿈꾸는 학생이라면 어떠한 부호가 특정 전공으로 학위를 취득한 뒤 자수성가하였는지, 어떠한 전공이 미래 산업에 발맞춰 스타트업 등으로 억만장자 대열에 오를 가능성이 큰지 등을 비교해볼 것을 추천한다. 다음은 억만장자들의 전공을 정리, 분석한 내용이다.
◆경제학 전공자 가장 많아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100대 억만장자 중 대학 학위를 소지한 70명의 부호가 가장 많이 선택한 전공은 경제학이었다. <표 1 참조> 70명의 부호 중 16명이 경제학 학위를 취득했는데 테슬라와 스페이스X 창업자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 월마트 창업자의 딸 엘리스 월튼, 미국 최대 미디어 그룹 뉴스 코프의 설립자 루퍼트 머독 등이 이에 속한다.
경제학에 이어 컴퓨터 공학이 2위를 차지했다. 2021년 세계 부호순위 1위에 오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등이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대표적인 억만장자들이다.
뒤이어 공동 3위는 5명의 억만장자를 배출한 전기공학과 수학이 기록했고 법학은 4명의 억만장자를 배출해 5위를 기록했다.
◆억만장자 최다 배출 대학은 하버드
세계 100대 백만장자 기준으로 가장 많은 억만장자를 배출한 대학교는 하버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표 2 참조>
이 수치는 하버드를 중퇴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까지 포함된 수치이지만 이 둘을 제외하고도 여전히 1위를 기록하며 명실상부 최고의 명문대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특히 전 세계 억만장자로 범위를 확대했을 때 하버드는 금융 및 투자 산업에서 다수의 억만장자를 배출했다. 총 29명의 하버드 출신 억만장자 중 17명이 금융산업을 통해 억만장자로 등극했다.
뒤이어 스탠퍼드가 5명의 억만장자를 배출하며 2위를 차지했다. 주목할 것은 스타트업 육성의 메카로 스탠퍼드가 급부상하며 향후 억만장자 배출 대학 순위에서 하버드를 크게 위협할 수 가능성이 커졌다.
범위를 포브스가 선정한 2755명의 세계 억만장자로 확대한다면 스탠퍼드는 올해 새로 편입된 억만장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로 선정됐다. 배달앱 도어대시, 주식앱 로빈후드, 브라질 인터넷 전문은행 누뱅크, 그리고 부동산 사이트 질로의 설립자들이 모두 스탠퍼드 출신으로 올해 새롭게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외에도 전설적인 펀드매니저로 불리는 짐 시몬스가 졸업한 MIT, 세계 최대 부호 제프 베조스가 졸업한 프린스턴, 엘론 머스크가 졸업한 유펜, 그리고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를 배출한 서부 명문 UC버클리가 각각 4명의 억만장자를 배출하며 공동 3위에 올랐다.
스타트업 부호는 STEM 전공이 다수
금융계 부자 중 상당수 인문계 출신
◆스타트업은 STEM이 대세
앞서 매치 칼리지는 전 세계 100대 억만장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전공으로 경제학을 꼽았다. 여전히 경제학이 전통의 강호로서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전공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실상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100대 억만장자를 놓고 봤을 때 경제학을 전공한 16명의 억만장자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설립자의 자녀로서 기업을 상속받아 운영하는 억만장자들이 선택한 전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마트 상속녀이자 전 세계 여성 갑부 1위에 오른 엘리스 월튼과 부친으로부터 신문사를 상속받은 루퍼트 머독 등이 이에 해당된다. 상속받은 기업 또한 제조업, 미디어, 금융, 패션 등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산업에 속해 있어 최신 트렌드 전공 선택을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엘론 머스크가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학부시절 물리학을 복수 전공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인문학 계열인 경제학 학위로만 오늘날의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을 설립했다고 할 수 없다.
3대 또는 4대째 상속되는 기업이 다수 포진 된 해외 기업을 제외하고 세계 100대 억만장자들 중 미국인 34인으로 범위를 좁혀봤을 때 해당 억만장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전공은 전기 공학이었다. <표 3 참조>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블룸버그 통신의 마이클 블룸버그,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 실리콘밸리 출신으로 무선 기기회사인 유비퀴트 네트웍스를 설립한 로버트 페라 등 8명이 이 전공을 선택했다.
뒤이어 5명의 억만장자가 학위를 취득한 컴퓨터 공학이 2위를 차지했다. 워너뮤직 소유주이자 억만장자 투자자인 렌 블라바트닉,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오라클 설립자 레리 페이지, 전자상거래 사이트 이베이 설립자 피에르 오미디아 등이 학부 시절 컴퓨터 공학 전공을 선택했다. 이 중 마크 저커버그와 래리 페이지는 각각 하버드와 시카고대를 중퇴하고 바로 스타트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이어서 경제학과 경영학, 그리고 수학이 공동 3위권을 형성했다. 경영학을 전공한 3명의 인물이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월마트 상속자 롭 월튼, 그리고 코스메틱 대기업 에스티 라우더의 상속자 레너드 라우더임을 살펴봤을 때 특정 전공으로 졸업하여 억만장자의 길로 나아갈 확률은 미래 산업을 고려할 때 소위 STEM 전공자가 더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인문-MBA 조합 금융 선도
스타트업으로 단번에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한 주요 IT기업 설립자들만 놓고 보면 경제와 경영학 등 소위 상경계열의 전공들의 수요가 많이 감소했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경제학 전공을 희망할 학생들은 실망할 필요가 없다. 순위에 따르면 해당 전공은 특히 금융 분야에서 여전히 활용 가치가 높은 전공인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블랙스톤의 설립자 스테판 슈와츠맨, 증권사 피델리티의 여성 CEO 아비게일 존슨, 21세기 금융계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투자가 레이 달리오 등 금융계에서 투자가로 정평이 억만장자들의 학부 전공은 모두 인문학 계열 전공이었다. 특히 아비게일 존슨 CEO의 경우 학부 시절 미술 역사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 하나가 있다. 금융 또한 방대한 분야에 대한 이해도와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금융과 경제는 물론 회사의 경영부터 정부의 정책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지식의 스펙트럼을 갖춰야 한다. ‘로켓 사이언스’로 여겨지는 STEM에 못지 않게 많은 양의 지식이 요구된다. 이러한 이유로 금융계열에 많은 부호들은 학부 전공과 관계없이 경영대학원(MBA)을 통해 균형 잡힌 지식을 쌓았다.
하버드 MBA를 졸업한 뒤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확립하여 펀드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남긴 스테판 슈와츠맨, 아비게일 존슨, 레이 달리오 외에도 전 세계 100대 억만장자 순위에 포함된 여러 유명 투자자들 대부분 인문 및 상경 계열 학사 전공 취득 후 MBA를 활용해 커리어를 이어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 금융인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사모 펀드나 헤지 펀드 등을 운영하길 꿈꾸는 학생이라면 학부 전공이 STEM이 아니라 해서 실망하지 말고 MBA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금융인의 꿈을 이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