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주년 설문조사] 한인 학부모 “SAT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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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1/07/26 미주판 1면 입력 2021/07/25 22:00

한인 학부모들은 대학 입시 전형에 대입시험(SAT/ACT) 점수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학에서 SAT 비중을 줄이더라도 자녀에게 SAT 공부를 시키겠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해 각 대학들이 입학 심사 과정에 SAT 점수를 반영하지 않거나 선택항목으로 변경하는 추세와는 상반되는 입장이다.

LA중앙일보에서 발간하는 교육섹션 ‘에듀브리지플러스’ 창간 1주년을 맞아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는 대학이 SAT 점수를 반영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68%는 대입 사정시 SAT 점수 반영 비율이 낮아도 자녀에게 SAT 공부를 시키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한인 학부모들의 대답은 대학 진학뿐만 아니라 SAT 공부를 통해 자녀의 학력이 상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인 학부모 72% “개학하면 학교 보낼 것”

델타변이 우려 불구 대면수업 중요시
특별 활동으로는 컴퓨터·’코딩’ 관심

UC계열, SAT 폐지엔 찬반 엇갈려
“조기교육 장점 많다” 주장이 더 많아

LA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정수진(45)씨는 초등학교 4학년생인 딸을 위해 북클럽에 가입했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야 어휘력이 높아져 수준 높은 영어를 쓸 수 있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공부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주위의 권유 때문이다.

정씨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학교가 문을 닫은 후 집에 있는 아이에게 책이라도 읽혀야 한다는 생각에 북클럽에 가입했다”며 “앞으로 학교 수업을 재개해도 그동안 손해 본 학업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과외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지가 ‘에듀 브리지 플러스’ 창간 1주년을 맞아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정씨처럼 대다수의 한인 학부모들은 팬데믹으로 잃어버린 학습 시간과 외부와 오랫동안 단절된 시간을 보낸 자녀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정신건강 우려

팬데믹이 시작된 후 한인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자녀 교육 부분은 학업이었다. 응답자의 44%가 학교 공부와 성적 유지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그 뒤로 정신건강과 대인관계가 각각 22%와 12%로 파악됐다. 정신건강의 경우 인간관계 단절로 오는 사회성 결여를 꼽았다. 집에만 있는 자녀의 신체 건강과 발달을 우려하는 학부모도 전체 응답자의 10%에 달했으며, 그 외로 시간 관리(5%), 집중력(3%) 순으로 꼽혔다.

▶대면 수업 선호

최근 코로나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다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시키는 곳이 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한인 학부모들은 가을학기에 학교가 정상적으로 문을 열면 자녀를 학교에 보낼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72%는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옵션이 있어도 자녀가 대면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에 보내겠다고 답했다. 반면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답한 학부모는 14%에 그쳤으며, 잘 모르겠다고 답한 학부모는 12%였다.

특히 중학생 이상 자녀를 둔 한인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백신 접종을 끝낸 만큼 대면 수업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고등학생 딸을 둔 주디 정(52)씨는 “1년 넘게 아이가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힘들게 들으며 공부한 걸 알기 때문에 가능한 대면 수업을 시키고 싶다”며 “백신 접종도 마쳤기 때문에 변이가 퍼져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르치고 싶은 특별활동

자녀에게 특별활동으로 가르치고 싶은 분야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15%가 체력과 인내심을 가르치기 위해 야구나 농구 등 스포츠를 시키고 싶다고 답했다. 피아노 등 음악을 가르치고 싶다는 학부모도 30%에 달했다. 그 이유는 정신건강과도 연결된다. 중학생을 둔 학부모가 “자녀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악기를 가르치겠다”고 답했다.

팬데믹으로 바뀌고 있는 사회·경제적인 변화를 대비하는 교육에도 관심이 높았다. 응답자의 55%는 자녀에게 가장 가르치고 싶은 특별활동으로 ‘컴퓨터’와 ‘코딩’을 꼽았다. 이들은 “자녀의 장래 취업을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고등학생을 둔 부모라고 소개한 한 학부모는 “코딩은 앞으로 필수항목 분야다. 다음 세대를 살아가려면 모든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코딩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기 교육의 중요성

한인 학부모들은 자녀의 조기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캘리포니아 주 정부나 LA통합교육구 등 로컬 교육구가 3~4세 아동을 대상으로 조기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할 경우 참여하겠다고 답한 학부모들은 70%에 달했다. 반면 응답자의 16%는 무료 조기교육 프로그램이 시작돼도 보내지 않겠다고 답했으며, 14%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변지애 LAUSD 한인타운 교육장은 “맞벌이 부부들은 아무래도 자녀를 안전하게 교육하는 프리스쿨이나 킨더가튼에 일찍 등록시키는 걸 선호한다”며 “하지만 한인 학부모들은 무엇보다 조기교육이 자녀의 두뇌를 발전시키고 학업 습득을 빨리한다는 장점이 훨씬 많다고 생각해 조기교육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편 LAUSD는 오는 2024년부터 모든 3~4세 아동에게 무상으로 프리스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LAUSD는 이를 위해 2024년까지 3~4세 아동에게 프리스쿨(ETK)과 킨더가튼 준비반(TK)을 제공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 프리스쿨’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한다.

유니버설 프리스쿨 프로그램이 전체 학교로 확대되면 3살부터 이중언어 교육 프로그램이 가능해져 한인 학부모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UC 대입 정책은 엇갈려

UC가 오는 2024년까지 입학 사정에 SAT 시험점수를 반영하지 않고 향후 자체 시험을 개발해 반영한다는 정책에 대한 한인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전체 응답자 중 43%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32.8%는 지지한다고 표시했다.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한인도 23.6%에 달했다. 이는 UC의 SAT 정책이 향후 자녀의 대입에 유리할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UC의 이번 SAT 정책은 주류 교육계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대고 있다. 교육 매거진 ‘애틀랜틱’은 최근호에 UC의 이런 정책이 실제 소수계의 입학을 늘리지 않는다며 ‘또 다른 속임수’라고 보도했다.

이 매거진은 UC가 대입시험 점수를 요구해 흑인이나 라티노 등 저소득층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고 학위를 받지 못한다는 주장에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필수과목을 듣고 평균 GPA 2.4 이상 획득하면 UC 캠퍼스로 편입할 기회가 생긴다며 이 과정에서 대입시험을 요구하는 곳은 없다고 일갈했다.

이 매거진은 마지막으로 가난한 학생들이 부유한 학생과 겨루기 때문에 UC 입학 기회가 없다는 주장도 맞지 않는다며, UC는 지역 및 학교별로 지원자를 심사하며 SAT 점수로만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가을 UC에 합격한 신입생은 총 32만2353명이다. 인종별로는 라틴계가 전체의 37%를 차지했으며 그 뒤로 아시안 34% 백인 20% 흑인 5% 순이다. 한인 합격자는 총 3498명의 지원자 중 2659명이 합격했다.

장연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