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에서]
지난달에는 손녀와 함께 공원에 가서 공원 안에 자라고 있는 각종 풀 꽃 나무들을 관찰하고 이들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비교해 보는 과학공부를 함께했던 경험에 대해서 썼다.
수학공부도 일상 생활에서의 과학공부와 같이 아이가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시도했다. 공원 안 모래밭에서 크기가 다른 종이컵을 사용해서 가상으로 물건들을 팔고 사는 장난을 하게 했다. 종이 컵의 크기에 따라 1센트짜리 컵 5센트짜리 컵 10센트 자리 컵 3가지 크기의 컵을 만들어서 그 안에 모래를 넣어서 팔아보는 놀이였다. 아이들이 아직 5세 6세밖에 안 되었다는 점을 감안해서 25센트짜리는 제외했다.
1센트짜리 컵에는 모래가 제일 적게 들어있고 5센트짜리 컵에는 1센트짜리 컵의 모래를 다섯 번 넣게 하고 10센트짜리 컵에는 10번 넣게 해서 돈의 액수에 따라 모래의 양이 달라진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고 나서 다음에는 10센트짜리 컵에는 5센트짜리를 두 번만 넣으면 된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1센트짜리를 페니 5센트짜리를 니켈이라고 하고 10센트짜리는 다임이라고 부른다는 얘기도 곁들여 해주었다. 특히 10센트짜리 다임은 모양도 디자인도 예쁠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의미도 있고 값비싼 금속인 은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관심을 갖게 하기가 쉬울 수 있다.
확대경으로 다임의 앞면과 뒷면을 보여주었다. 앞면에는 미국 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초상화가 새겨져 있고 왼쪽에는 자유 즉 ‘LIBERTY’ 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고 아래에는 ‘IN GOD WE TRUST’가 새겨져 있다.
다임의 뒷면에는 자유를 상징하는 횃불이 있고 그 옆에는 평화와 승리를 상징하는 올리브 가지와 참나무 가지가 새겨져 있다. 이어서 10센트인 다임은 크기가 제일 작고 두께는 가장 얇지만 값어치로는 1센트의 10배 5센트의 2배라는 것도 가르쳐 줄 수 있다. 5 6세의 어린 아이들이 이런 설명을 다 알아듣고 기억하리라는 기대를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숫자상의 관계를 지적해주고 일상 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소개해 줌으로써 숫자의 세계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심어줄 수는 있다. 유치원 학생들에게 ‘기역 니은’이나 영어의 알파벳을 가르치는 시기에 맞춰 숫자의 개념도 동시에 소개하고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터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탑 나르시만(Mahtab Narsimhan)이라는 아동작가는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나 1997년에 캐나다로 이민하여 2004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2009년에 ‘The Third Eye’라는 책으로 상(Silver Birch Fiction Award)을 받았다. 이 작가는 “훌륭한 교육은 자신에게 또 다른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라는 말을 했다. 교육자들의 입장에서 또 자녀를 기르는 학부모들의 입장에서 새겨들어야 할 지혜로운 말이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은 모든 것에 관심이 있고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과학자들의 두뇌와 많이 닮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가끔 엉뚱한 질문을 하는 아이들에게 “이담에 크면 알게 된다”라는 식으로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일찍 나타날 수 있다.
세 가지 크기의 종이 컵에 담은 모래를 가지고 페니와 니켈 다임의 가치를 설명해주는 레슨을 가졌다. 아이들이 얼마나 알아들었는지에 상관없이 적어도 새로운 개념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음주에는 무엇을 가르친다는 목표를 잠시 접고 친구들과 실컷 뛰어놀도록 두려고 한다. 게임을 하거나 그냥 뛰어노는 과정에서 저절로 경쟁과 협동을 배우게 된다. 자녀교육에서 규제와 자유의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다는 것을 오랜 교육자로서의 경험을 통해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정정숙 / Cal State 교생지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