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과 직접 선택한 학생…어느 대학이든 성공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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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자 발표 시즌에는 수험생 가정에 희비가 엇갈린다. 꿈에 그리던 목표 대학에서 합격 소식을 듣고 날아갈 듯 기뻐하는 학생, 요행을 바라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넣었는데 복권에 당첨되듯 합격하여 얼떨떨해하는 극소수의 학생, 마음에 차지 않는 곳으로 진학하게 되어 마음을 추스르는 학생, 안전지대라고 포함했던 대학에서마저 웨이팅을 받아 생각지 못했던 상황에 기가 막혀 하는 학생까지. 그 뒤에 마음 졸인 부모들까지.

고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라면 저마다 개인적으로 겪어내는 이 시기의 중요성은 새삼 언급하지 않아도 막대하다. 이들을 보면서 할 수 있는 생각들 또한 무척 다양하다. 노력을 통해 성인이 되는 관문 중의 하나를 성공적으로 통과하게 된 젊은이가 얻게 된 귀중한 성취감이나 자긍심이 얼마나 개인에게 중요한지와 같이 목표 달성이나 관문 통과와 같은 것에 방점을 찍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러나 이면에는 또 다른 생각들도 있다. 얼마 전 아카데미상 수상식에서 있었던 윌 스미스와 크리스 록의 안타까운 해프닝 직후, 댄즐 워싱턴이 윌 스미스에게 해주었다는 말 “네 인생 최고의 순간을 조심해라, 그때 악마가 찾아올 테니”와 같은 이야기도 있다.

워낙 경쟁사회인 이 시대에는 성공 일변도의 이야기들이 주로 들리기는 한다. 자연히 학생들은 언급되는 이야기들로만 자신들의 모습을 비추어내곤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자기 목표를 이루어 날아오를 것 같이 느끼는 학생들이나 스스로의 생각으로는 꿈의 좌절과 함께 고개를 떨군 학생들까지 대부분의 청년들은 이 시기에 착각 아닌 착각들에 빠지게 될 것이다. 내가 이만큼 했고 사람들이 축하하며 치켜세워주는 걸 보니 내가 정말 잘났구나, 내 인생은 이제 꽃길일 거야 하는 생각부터 인생 별것 없네, 성실하게 하라는 대로 하면 난 성공할 거야 혹은 나는 역시 별 볼일 없어, 나에게 꿈과 미래는 없다 등등. 대부분의 생각은 부모를 포함한 성인들이 심어준 고정관념에 따라 갖게 된 착각들인데 말이다.

그것뿐만은 아니다. 어떤 부모는 자신의 젊은 시절 이후 최고의 순간을 맞이한다. 자식의 성공적인 대학 합격은 나에게도 큰 성공이다. 특히 자녀의 명문대 합격은 내 이민생활의 성공을 의미하며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인생 목표 중 최상의 목표를 이루었다는 기쁨으로 우주로 비상하는 듯한 인생 최고의 순간을 갖기도 한다. ‘내가 마음먹으면 다 해낼 수 있어’라며 자녀의 인생에 대한 설계도를 계속 써내려가는 부모도 있다.  

간혹 여러 곳에 합격한 경우, 선택을 앞두고 부모와의 갈등을 겪기도 한다. 부모의 꿈과 학생의 희망이 충돌하거나, 부모 생각의 이성적 판단과 부모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학생의 논리가 부딪힐 때가 문제다. 대개 자녀들의 판단은 경험 부족과 사리판단 미숙 등으로 부모나 어른들에 비해 실패 가능성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럴 때 필자는 웬만하면 학생에게 져주기를 바란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자식이 두고두고 부모 탓을 할 것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무엇보다도 성인이 되려는 시기에 자기 주도적인 선택은 사람을 한껏 자라게 하기 때문이며 이런 귀중한 시기에 리스크가 동반되는 선택을 할 몇 안 되는 기회를 젊은이가 가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도둑질도 해본 놈이 잘한다는 말은 틀리지 않는다. 특히 순종적이거나 바른 생활 사나이들은 부모나 권위에 순응하는 성향으로 오랫동안 갈 것이며 정작 인생의 중요한 판단이나 결정을 할 시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부모의 뜻과는 다른 주장을 하는 학생은 어쩌면 인생 후반에 있을 중요한 순간의 연습을 지금 하는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것은 대학 합격 이상의 관문을 턱걸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미 대입 지원 시 학생이 학교 선정, 전공 선택 등에서 주도적으로 선택을 한 학생들은 이미 성공한 것이라고 본다. 이미 그는 인생의 큰 관문 하나를 자신의 선택을 통해 통과했고 그것을 통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성숙하고 있고, 또한 그것을 통해 얻은 레슨 앞으로 크게 쓰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에겐 현재의 실패는 미래의 성공의 어머니가 될 것이다.


양민 박사 / DrYang.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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