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계 가정의 고민… 서머 슬라이드 (Summer Sl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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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기간 영어공부 중단하지 않도록

한인 학생들의 일반적인 평가는 영어보다는 수학을 아주 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뒤집어서 따져보면 어려서 미국에 왔거나 여기서 태어난 아이들도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언뜻 이해가 어렵다. 부모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학교에서 똑같이 배우는데 왜 영어가 부족할지 말이다. 개인적인 차이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미국 교육계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가 있어왔다.  

소수계 이민자 가정의 자녀들이 백인 학생들에 비해서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미국 교육계에서는 오래전부터 ‘현상’으로 파악해서 활발히 연구했던 주제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똑같은 학교를 다녔는데도 영어 실력 차이가 나는 현상의 주요 원인을 학계에서는 ‘서머 슬라이드(Summer Slide)’라고 부른다. 문자 그대로 ‘여름방학에 미끌어져 뒤처지는 것’이다.

정상적인 학기 중에는 똑같이 공부하고 숙제하는데 학부모가 영어에 능숙하지 못하거나 소득이 낮아서 함께 있으면서 공부를 돌봐주지 못해도 학기중에는 매일 학교에 등교하기 때문에 차이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소수계 가정의 대부분 자녀들은 여름방학에 영어 공부를 중단하기 쉽다. 이것이 결국 영어에서 뒤처지는 원인이 된다. 더구나 이런 현상은 암 같은 질병처럼 쌓여서 누적 피해를 입힌다고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서 자녀들이 가정 밖에서만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 3~4학년까지는 백인과 소수민족 학생간에 영어능력과 성적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지만 5~6학년부터 차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해서 평균적으로 볼 때 6~7학년이 되면 백인과 소수민족 자녀들의 영어 수준이 2년 정도의 격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름방학이 길고 지속적인 영어공부가 어려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으로 따져보면 8학년 한인 학생의 영어수준은 백인계 6학년 수준인 셈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인들의 다른 소수계와 달리 높은 교육열 덕분에 여름 캠프나 SAT 및 보습학원 등의 특단의 노력을 하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소수계 학생들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격차가 더 커진다고 지적한다. 똑똑한 한인 학생이 수학은 잘해도 영어가 같은 수준이 못 되는 이유가 바로 서머 슬라이드 현상 때문인 것으로 교육계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관련 연구에 따르면 소수계 학생들의 영어능력 차이의 85%까지 이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조사도 있다. 아울러 후속 연구에 의하면 9학년생 중 3분의 2가 갖고 있는 읽기 실력 차이도 알고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쌓였던 차이에 원인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서머 슬라이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공부는 공부로 푸는 수밖에 없다. 자녀를 위해서 서머 클래스를 계속 듣게 하는 것도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계속 영어를 공부하다 보면 중단 혹은 단절 사태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 초등이나 중학생에게 서머 클래스를 계속 수강하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분야 권위자인 하버드 교육대학원 제임스 김 교수의 조언을 들어보면, 해결 방법은 여름방학동안 영어책을 4권만 읽으면 뒤처짐을 극복할 수 있다. 여름방학이 3개월이니 한달에 1권 정도만 읽어도 된다.

하지만 김 교수는 그냥 읽기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소리내어 (oral reading) 책을 읽고 스스로 읽은 것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 읽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면 텍스트가 포함된 오디오북도 권장할 만하다. 듣고 따라해 보는 것이 가능해서 영어 실력이 뒤로 퇴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읽고 듣고 이해하면 종합적인 영어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장병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