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즈상 수상자가 들려준 ‘청춘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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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hington DC] 입력 2022.11.11 14:30 수정 2022.11.11 15:30

허준이 교수 간담회에 200명 몰려
재미 한인 과기협 주최
김영기 회장 진행으로 열려

허준이(사진 오른쪽) 교수 온라인 간담회가 지난 9일 개최됐다.

지난 9일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을 수상한 허준이(June Huh · 사진 오른쪽)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가 온라인 간담회를 열어 200명 넘는 참석자가 함께했다. 간담회는 재미 한인 과기협 주최로, 협회장이자 시카고대 물리학과 석좌교수 김영기 회장(사진 왼쪽)이 진행했다. 

허준이 교수는 올해 7월 5일 한인 수학자 최초로 필즈상을 받았다. 1936년 제정된 필즈상은 4년마다 수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수학 분야 최고의 상이다. 아벨상과 함께 ‘수학계의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허준이 교수에게 궁금한 질문을 하고자 온라인 간담회에 모인 200여 명의 학부생, 대학원생들은 다양한 질문을 했다. 한 참석자는 허 교수 부모님의 자녀 교육방식에 대해 물었다. 허 교수는 “부모님은 친구같은 부모였다. 내가 하는 공부에 그렇게 큰 기대나 간섭이 없었다. 일례로 대학교 입시 4개월을 앞두고 집의 인테리어를 새로 한다고 엄마가 내게 말도 안하고 창고에 책을 모두 보관해 당황했던 때도 있었다. 엄마는 입시 4개월 전에 인테리어 때문에 할머니 집에서 한달간 살아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허준이 교수는 고교 시절 시인이 되고 싶다며 자퇴한 문학청년이었다. 이날 많은 이들이 허 교수의 어린 시절 시인이 되고자 했던 문학에 대한 열망과 수학 연구자로서의 성공간의 관련성에 대해 궁금해하고 물은 이유다.  

허 교수는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아일랜드 혈통의 영국 시인 데이비드 화이트”를 언급하며 그의 책 ‘consolations’를 추천했다. 그는 “사랑, 우정과 같은 일상적인 용어들의 깊은 의미를 되새긴 책으로, 데이비드 화이트의 글은 굉장히 독창적이고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나 신선하다”고 소개했다.  

또한 “언어와 수학 연구간에 연관성이 있었던 것 같다. 수학자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계산을 잘하고 숫자에 강한 사람과 모든 것을 시각화하는 사람들.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라며 “나는 언어에 민감한 편이다. 모든 연구자가 그러하듯, 자기자신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마음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힘이 있다. 내 자신과 길고 긴 대화가 가능할 때, 과거의 자신이 만들어내지 못한 것을 현재의 내가 창조해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이 방에 있는 많은 이들처럼 나도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학교를 다녔고, 이런 이중언어 배경이 연구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영어로 생각하다가 막히면 페르소나를 바꿔서 한국어로 생각하면 완전히 새로운 발상들이 가능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필즈상을 받은 세계 최고의 수준의 수학자지만 물리학을 공부하던 대학 3학년 1학기에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모든 과목에서 낙제하는 시련을 겪기도 한 허 교수는 우울증 극복에 대한 질문에 “굉장히 흔한 일이니 내가 특별한 일을 겪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하며 간담회를 마쳤다.

김정원 기자 kimjungwon1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