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데이비스 의학대학원 입학식은 축제 그 자체였다. 멕시코 전통 음악밴드 마리아치의 신나는 음악 속에 흰 의사가운을 입고 입장한 120여명의 신입생들 얼굴은 새로운 도전에 상기돼 있었다. 의대 학장의 축하 연설, 펠로우의 기조연설, 드디어 졸업을 앞뒀다는 선배 학생의 유머스럽지만 솔직한 의대 생활을 들은 신입생들은 드디어 한 명씩 호명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족과 친구들의 환호 속에 강당 중앙에 나온 이들에게 교수들이 건네준 건 새 청진기였다. 어깨걸이를 한 채 자리로 돌아가면서 식은 마무리 됐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순서는 무려 30여개 언어로 진행된 신입생 선서식이었다. 한국어는 물론, 스패니시, 중국어, 필리핀어, 인도, 파키스탄 언어 등 조금 익숙한 외국어 외에도 처음 듣는 아프리카 언어와 섬나라 언어들도 연이어 등장했다. 백인 학생과 영어를 중심으로 운영돼 왔던 UC 캠퍼스가 다인종 학생들이 함께 하는 곳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실제로 신입생 중에 백인으로 보이는 학생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오히려 아시안과 히스패닉 학생들이 더 많아 보였다.
지난 8일 UC 총장실에서 공개한 2023년도 가을학기 신입생 합격 통계를 보면 그 변화를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올해 가주 출신 학생들에게 발송된 합격 통지서는 8만8285개. 전년도보다 약 3000명이 더 합격한 수치다. 리버사이드 캠퍼스에서만 3만2862명이 합격했고 샌타크루즈 캠퍼스에서는 3만3128명이 입학 허가를 받았다. 인기 캠퍼스인 UCLA는 8586명, 버클리는 이보다 좀 더 많은 1만994명의 가주 출신 12학년생들이 합격 통보를 받았다.
UC총장실은 이날 합격자 통계를 공개하면서 올해 합격자 가운데 히스패닉 비율이 40%에 가깝다고 밝혔다. 그 뒤가 아시안 학생으로 34%, 백인 19%, 흑인 5%, 아메리칸 인디언 1%로 나타났다. 얼핏 보면 아시안 학생 수가 히스패닉 학생 숫자에 비해 적어 보이지만 캠퍼스별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UCLA의 경우 전체 신입 합격자의 39%가 아시안 학생이다. 반면 히스패닉 학생은 28%를 차지하고 있다. 백인은 20%로 밀려났다.
버클리는 또 어떤가. 전체 합격자의 40%를 아시안이 차지했다. 라틴계 학생은 30%였으며 백인은 19%로 파악됐다. 한인들이 다수 재학중인 어바인은 무려 합격자의 44%를 아시안 학생으로 채웠다. 리버사이드 캠퍼스는 43%, 데이비스는 41%로 아시안 학생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라틴계 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캠퍼스는 머세드(45%) 뿐이었다.
이번 통계를 보면 올 가을 한인 합격자수는 작년과 비슷한 2834명이다. 전체 아시안 합격자 수는 3만431명. 이중 한인 합격자 규모는 전체 아시안 합격자의 9.3%를 차지했다.
한인 지원자가 가장 몰린 캠퍼스는 어바인으로 3160명이 지원해 이 중 28.4%인 897명이 들어갔다. 합격률이 가장 낮은 캠퍼스는 UCLA로 3147명 지원자 가운데 13.7%(430명)만 합격했다. 그 뒤로 버클리(20.5%), 샌디에이고(27.3%), 어바인(28.4%), 샌타바버러(33.7%), 데이비스(43.6%), 샌타크루즈(67.7%), 머세드(96.9%) 순이다.
명문대에 진학하는 한인 학생은 많지만 아쉽게도 한인 노벨상 수상자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실리콘밸리 한인 1세대 벤처 기업가이자 사회사업가인 이종문 엠벡스(Ambex) 벤처그룹 회장도 이런 점을 지적하며 안타까워했다. 연구 전문인 UC 캠퍼스에서 뛰어난 한인 2~3세 학자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장연화 / 사회부 부국장